레고의 미니 피겨 시리즈는 다른 제품과는 달리 미니 피겨 단품만을 3천원 정도에 파는 제품군으로서, 각 피겨를 불투명한 비닐 패키지에 넣어 팔기 때문에 포장을 뜯기 전까지는 16종 중 어떤 피겨를 뽑는지 알 수 없는 것(‘랜덤 블라인드 픽’)이 특징입니다. 일반 제품군에는 없는 다양한 미니 피겨들이 있는데, 랜덤 블라인드 픽 때문에 원하는 것을 바로 얻을 수 없는 데다가, 한 시리즈당 총 16종의 피겨가 있어서 수집욕을 자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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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리즈1으로 처음 시작한 미니 피겨 시리즈는 이후 매 시리즈마다 16종의 새로운 피겨들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최근 시리즈 9까지 총 144종의 미니 피겨들이 나왔고, 각 피겨들에 대해 사람들의 호오는 엇갈렸습니다. 내부적으로 각 모델별 생산 개수를 조절했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비자가 보기에는 미니 피겨 하나를 샀을 때, 자신이 원하는 미니 피겨일 확률은 1/16으로 언제나 동일했습니다.

다른 수집 장난감들의 경우, 애초에 각 종류별 출현 확률을 명시하고, 특정 아이템은 좀 더 희귀하다는 걸 강조해서, 희귀 아이템을 소유할 때까지 계속 구매를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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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레고가 2013년, 미니 피겨 시리즈 10을 맞아 ’10번째 시리즈’ 기념으로 기존의 16종 대신 1종의 ‘수퍼 레어’ 아이템을 추가해서 총 17종의 미니 피겨를 내놓았습니다.

그 수퍼 레어 아이템이 바로 이 ‘미스터 골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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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색! 생긴 것부터 ‘이건 한정판이야!!’를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피겨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 한정판 피겨가 얼마나 희귀한지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알려야할까요? 생산 비율을 얘기해주면 될까요? 예를 들어 미스터 골드의 생산 비율이 1/1,000 정도라고 얘기하면 어떨까요. 희귀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수퍼 레어(!)’하다는 느낌까진 들지 않습니다. 1,000개든, 2,000개든, 확률이 나타나 있으면 기대값이 정해지니까요. 미니 피겨를 하나 사고 마는 사람도 있지만, 수십-수백 개 사는 사람도 있는데, 이 경우 서로가 생각하는 상대적 희소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게다가 그 개수만큼 사버린다면 기대값에 따라 한두 개 정도는 손에 넣을 걸 기대할 수도 있게 되고요.

그래서, 레고는 ‘미스터 골드는 딱 5,000개 있다’라고 총량 제한을 걸어버립니다. 전세계에 5,000개. 이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희소합니다. 많이 살수록 미스터 골드를 얻을 확률이 조금은 올라가겠지만, 전세계 미니 피겨 판매량을 모르는 이상 누구에게나 ‘수퍼 레어’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습니다. 이 5,000개가 한정이라는 걸 어떻게 소비자가 알게 해야 할까요. 그것보다 적게 찍었는지, 많게 찍었는지, 소비자가 알 수 없다면 숫자 한정은 의미가 없어지죠. 몽블랑 만년필은 특정 개수만큼 제조한 다음, 제조한 금형 자체를 파괴해서 보여준다지만 미니 피겨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특정 피겨를 지정해서 구입할 수 있다면 재고 수를 표시해주면 되겠지만, 랜덤 블라인드 픽이기 때문에 몇 개 남았는지 보여줄 방법도 없습니다. 가능한 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비밀’에서처럼 한정판 개봉을 ‘중계’하는 방법 뿐이죠.

그래서, 레고가 취한 방법은 ‘인증’입니다. 미스터 골드 패키지에는 프로모션 코드를 동봉해서, 미스터 골드를 얻은 사람은 관련 홈페이지에서 인증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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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인증한 위치를 지도에 뿌려서, 현재까지 발견된 미스터 골드의 숫자와 남아있는 숫자를 ‘중계’해줍니다. 사실 지도와 엮는 게 그리 대단한 게 아닌데도, 숫자만 표시할 때에 비해 훨씬 더 현장감이 나고, 각 나라별 분포를 보면서 자신의 지역에서 찾아보게 유도하는 면도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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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에 걸맞는 외형’, ‘한정 수량’, ‘인증을 통한 현재 개봉 물량과 남아있는 물량 중계’, ‘지도에 인증 위치를 묶으면서 현장감 강화’. 이 네 가지 방법을 이용해 미스터 골드는 ‘수퍼 레어’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단돈 3달러로 구입할 수 있는 이 미스터 골드는 개봉품 시세가 수백 달러에 달할 정도로 희소성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남아있는 물량이 줄어들면, 그리고 시리즈 10이 단종되어, 더이상 미스터 골드를 얻을 수 없게 되면, 그 가치는 훨씬 더 폭등하겠죠.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미니 피겨 시리즈에 ‘수퍼 레어’ 도입은 이미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레고 사가 이런 한정판 마케팅을 어떤 식으로 확대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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