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n Shot 2013-06-17 at 오후 11.41.38지난 주 애플에서는 새로운 iOS, iOS7을 발표했습니다. 기다려왔던 만큼 변화가 컸고, 그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온갖 ‘내가 해도 이것보다 잘한다’를 비롯해서, 애플의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이견이 있었던 것도 처음이지 싶네요. 그렇게 수많은 얘기 속에 제 생각도 하나 던져봅니다. 하나의 아이콘, 하나의 UI, 하나의 피드백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OS 전체의 UX에 대해 말할 깜냥은 아니지만, 어차피 공부하는 블로그니까 편하게 적어보려고요.

제 생각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다음의 두 글을 훑어보고 정리하는 정도일 지도 모르겠네요.

Wired의 The Design Battle Behind Apple’s iOS 7
* Matt Gemmell의 iOS7

Wired의 글은 좀 더 원론적인 디자인 철학에 대해, Matt Gemmell의 글은 좀 더 세부적인 비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두 글은 비슷한 관점이 많습니다. 그 공통점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1. 사용자들은 이제 터치 스크린에 익숙해졌다.
2. 컨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UI는 뒷편으로 물러났다.

* 터치 스크린에 익숙해졌다: Wired는 OS 초기에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구의 사용법을 가르치기 위해 스큐어모피즘이 필요했다고 얘기합니다. 누구도 컴퓨터를 갖지 않았던 시절,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맥 OS는 현실의 겹겹이 쌓인 폴더(윈도)를 은유로 가져올 필요가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초의 iOS는 난생 처음 터치 스크린 기기를 접한 이들이 이 물건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 현실의 온갖 것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나무, 린넨 천, 펠트 천, 종이 등의 질감을 흉내내고 그림자, 광택, 풍선 느낌 등으로 입체감을 흉내낸 것이죠. 하지만 Wired의 표현처럼 이제 ‘두세살 짜리 아기도 터치 스크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는’ 시대니까, 굳이 이런 흉내내기가 필요하지는 않아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Wired가 지적한 것처럼 고해상도 기기에서 세련된 질감을 뽐내는 것도 기존의 iOS가 해왔던 역할 중 하나겠지만요.)

* 컨텐츠를 전면에, UI는 있는 듯 없게: Wired는 이제 iOS가 사람들에게 터치 스크린 사용법이 아닌, ‘더이상 컴퓨터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줄 때라고 합니다. 성능도, 화면 크기도 이미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충분해졌고, 이제 터치 스크린 위에서 좀 더 많은 정보를 다루고, 좀 더 복잡한 조작을 할 때라는 것입니다. Gemmell은 iOS6와 iOS7의 화면을 나란히 놓으며, 컨텐츠가 차지하는 영역이 넓어졌고, 그림자, 광택, 질감, 메뉴 배경 등이 사라지면서 UI의 시각적 무게(visual weight)가 줄어들었음을 지적합니다.

두 얘기를 다시 줄이자면, 사람들은 터치 스크린에 익숙해져서 더이상 ‘이것은 배경’, ‘여기는 버튼’하는 식으로 시각적 단서를 줄 필요가 없게 됐고, 스마트폰으로 하고 싶은 것은 더 많아졌으니 불필요한 UI 요소를 줄이고 좀 더 컨텐츠에 집중하도록 하자는 것이 iOS7의 방향이었다는 것이죠.

기존 질감들이 빠진 대신 흐리게 처리된 레이어를 하나 더 올려 UI로서의 입체감을 주고, 레티나 디스플레이 덕분에 가독성에 문제가 없어졌으니 글꼴조차 얇은 것으로 바꿉니다. 잃은 것은 시각적 단서들이고, 얻은 것은 화면 전체를 자유롭게 컨텐츠로 채우고 조작가능한 ‘있는 듯 없는’ UI입니다.

물론, 그 방향에 동의한다 해도, 제대로 실천했느냐…에 대해서는 아이콘을 비롯해서 이론의 여지가 많겠지만요. ‘플랫해진다’라기보단 ‘UI는 뒷편으로 물러난다’는 표현이 좀 더 이번 iOS7에 맞지 않을까 싶어요. 뭐, 지금은 이렇게 정리해보지만, 실제 iOS7 정식 버전을 써보면 어떨지 모르죠. 그럼 제 글은 여기까지.. 🙂

ps: 또 하나, iOS7의 목표는 ‘눈에 띄는’, ‘세련된’ UI로 사람들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동안 많이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모습은 2007년에 처음 공개된 버전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 수년 동안 안드로이드 ICS, 윈도8 등 최신형 세련된 UI를 보다가 iOS를 보면 기기 외형과는 무관하게 ‘낡았다’라는 느낌을 주곤 했거든요. iOS7은 그런 세련된 UI를 찾아 이탈하고자 했던 사람들(저 포함)을 한 번 붙잡는 역할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발표 이틀 만에 미국 내 iOS 기기의 0.22%가 iOS7을 사용 중이라는 통계도 그런 기대감 때문이었을 거에요.

ps2: 편하게 내뱉자면, iOS7 덕분에 아이폰 나노 혹은 아이폰 미니의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10월에 발표된 7세대 아이팟 나노를 보면서, ‘이건 아이폰 나노를 위한 시험작인가?’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기존의 iOS는 좀 더 작은 화면에서 쓰기에는 무리였어요. UI가 차지하는 영역이 너무 많아 컨텐츠를 보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고, 무엇보다 세로 모드에서 가상 qwerty 키보드에 대한 답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iOS7에서는 UI의 무게감이 줄어들어 좀 더 작은 화면에서도 컨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고, 10key 키패드(한글에는 천지인 키보드)를 채용하면서 작은 화면에서도 문자를 입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 생각에 큰 문제들은 다 해결된 것 같은데, 이제 올 하반기 기다려보면 되려나요. 아님 말고요. 😛

ps3: 불필요한 요소를 정리해서 시각적 무게를 줄인다…라는 얘기는 에드워드 터프트도 많이 했던 얘기라서, ‘그래프 예쁘게 그리기‘에서도 표현을 옮겨 써봤는데, 여기에서 보니 또 반갑네요. iWork의 차트에도 입체감을 주기 위해 그림자, 배경 패턴 등 불필요한 요소들이 기본 설정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다음번 업데이트 때 같이 정리해줬으면 좋겠네요.

130702 update: ps2 관련해서 작은 화면에서 iOS7 아이콘의 가독성이 좋아보인다는 것을 iPod Nano 화면을 통해 지적한 블로그가 있어서 링크를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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