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온라인 게임을 제외하면, PC에서는 거의 게임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팀을 이용하는 것이 정말 편해서, 콘솔 대신 PC에서 게임을 하는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제가 지금 쓰고 있는 PC는 6-7년 전에 산 거라는 거죠. 물론 그 뒤로 메모리도 늘렸고, 비디오 카드도 새로 샀고, 며칠 전에는 심지어 CPU 쿨러와 SSD까지 새로 샀지만, CPU가 예전 것이다 보니 ‘최신형 컴퓨터’는 아닌 셈이에요. 그러다 보니 가끔, 아니 종종 문제를 겪게 되는데 그게 바로 ‘비디오 옵션’ 입니다.

비디오 옵션을 그냥 무조건 최고 좋은 것으로 설정해버리면, 컴퓨터가 버티질 못하고 느려지거나 과열되거나 또는 아예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일이 생기죠. 한참 재미있는 와중에 게임이 갑자기 종료되어 버리면 굉장히 짜증이 나는데요. 여러 게임들을 보다 보니, 이 비디오 옵션을 처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나쁜 예: LEGO 반지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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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는 게임 중 비디오 옵션 쪽이 가장 엉망인 건 LEGO 반지의 제왕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래서, LEGO 반지의 제왕이 억울해할 지도 모르겠는데요. 이 게임을 하면서 정말 수십 번씩 컴퓨터가 뻗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음, 뭔가 그래픽 옵션을 좀 낮춰봐야겠는데…’ 하며 설정을 찾아봤더니 위와 같은 화면이 나오는 겁니다.

분명 그래픽 이펙트 설정이라고 했으니, 여기 있는 이펙트들을 On하는 것보다는 Off하는 것이, High보다는 Low가 컴퓨터에 부담을 덜 줄 것입니다. 물론 그만큼 게임의 비주얼이 안 좋아질 테고요. 그렇다면 저는 컴퓨터가 뻗지는 않을 정도로, 하지만 동시에 그래픽이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로  ‘최적의’ 상태로 옵션을 맞춰야 합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1.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비록 아직 3D 게임을 개발해본 적은 없지만, 게임 개발을 업으로 삼은 지 몇 년 됐고, 나름대로 컴퓨터를 아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FSAA같은 건 따로 찾아보기 전엔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Shader나 Depth of Field라는 용어를 보고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요?

2. 어떻게 조정해야 할 지 모르겠다: 첫번째 관문을 넘었다고 해도, 이 두번째가 문제입니다. 내 컴퓨터가 버틸 수 있는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사용자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모든 옵션을 다 최고급으로 놓고 실행하다가 잘 안 되면, 옵션을 하나씩 꺼봐야 할까요? 아니면 다 최저로 놓고 실행하다가 한두 개 옵션 올려보다가 게임이 뻗으면 그 옵션만 취소하고 게임을 즐겨야 할까요? 간단한 화면처럼 보이지만, 위의 화면에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은 2x3x3x2x2x2=144개입니다. 자신의 컴퓨터에서 돌릴 수 있는 최적의 옵션을 찾기 위해 144개의 조합을 모두 테스트해봐야 하는 걸까요?

몇 가지 조합들을 시도해보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옵션을 찾아내긴 했습니다만, ‘아, 이래서 내가 PC 대신 콘솔에서 게임을 했던 건데..’하는 불만이 계속 튀어나왔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PC 게임들은 이랬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게 최선일까요?

좋은 예 – nVidia의 Geforce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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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의 그래픽 카드를 쓰고 있습니다. nVidia에서는 GeForce Experience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에 설치된 게임 중 자신이 지원하는 게임에 한해, 현재 시스템 대비 ‘최적의 설정’을 찾아줍니다.

위의 스크린샷에서 보면, 게임 포털2의 비디오 옵션 설정 화면에는 ’16xQ CSAA’나, ‘이방성 16x’처럼 전문용어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GeForce Experience에서는 그런 용어들을 굳이 몰라도 됩니다. 각각의 옵션을 하나 끄고 켜는 게 현재 시스템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프로그램이 알아서 분석해서 최적 설정을 찾아주고, 사용자는 그 설정을 사용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뭔가 좀 사무적 또는 기계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 여기까지만 와도 참 편하더라고요.

최고의 예 – 수퍼 스트리트 파이터 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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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퍼 스트리트 파이터 IV에는 ‘벤치마크’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을 쓰면 무슨 일이 생기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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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10초 정도 게임을 빠르게 자동으로 진행하면서, 혼자 열심히 테스트합니다. 평소 게임 속도보다 서너 배 빠른데다가 테스트 목적이다보니 화려한 이펙트들이 펑펑 터집니다. 컴퓨터가 열심히 일하는 걸 훔쳐보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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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면 위와 같은 보고서가 나옵니다. 컴퓨터 시스템 정보와 설정, 프레임 등을 총괄해서 현재 시스템에 점수를 내주고요. 그에 맞게 자잘한 옵션들도 자신이 자동으로 설정합니다. 대신 ‘더 나은 시각 효과를 위해 더 높은 설정값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라며 사용자에게 한 번 더 말을 걸어주고요.

LEGO 반지의 제왕에 있던 문제는 여기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용자는 그래픽 옵션 창을 들어갈 필요도, 어떤 옵션 조합이 맞는지 테스트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건 게임에서 직접 테스트해서 맞춰주니까요.

nVidia GeForce Performance에서 조금 느꼈던 아쉬움마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퍼 스트리트 파이터에서는 게임이 그래픽 옵션 테스트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사용자에게 직접 보여주는 한편 ‘내가 설정한 건 이 정도지만, 원한다면 니가 좀 더 올려봐도 돼.’라는 친절한 메시지까지 내보냅니다. 게임이 좀 더 친절하게 말을 거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수퍼 스트리트 파이터 IV의 ‘벤치 마크’ 기능은 LEGO 반지의 제왕 비디오 옵션 조절 기능보다 만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시간도 상당히 들어갔을 테고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회의가 내부에서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라는 목표를 비디오 옵션이라는 작은 부분에서도 챙겨낸 건 정말 인상적이네요.

ps: 수퍼 스트리트 파이터 IV보다 한 발 더 나아갈 순 없을까요? 그래픽 옵션을 사용자에게 보여주지 않고, 즉 웬만해선 선택도 할 수 없게 하고, 해당 시스템에 맞춘 최적의 옵션으로만 게임을 실행한다… 정도가 떠오르는데, 어떨 지는 모르겠네요.

ps2: 이런 게 모바일에선 어떨까요? PC의 파편화에 비하면 아직 멀었겠지만, 이제 모바일 게임에서 기종 파편화, 기종들 간의 성능 차이는 꽤 심각한 수준입니다. 현 시점에서 모바일 게임에서 사용자가 단말기 성능에 맞춰 그래픽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의미 있을까요? ‘벤치 마크’같은 기능으로 최적 성능을 찾아주면 어떨까요? 기기 성능을 보고 이펙트 등을 게임 자신이 먼저 조정해놓으면 또 어떨까요? 이런저런 생각들을 마구 던져봅니다.

20130901 업데이트: ps2 관련해서 Gameloft에서 최근 출시한 Asphalt 8에서 그래픽 옵션 설정 기능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관련 스크린샷 및 영상은 루리웹 ‘아스팔트8 옵션별 그래픽 퀄리티 차이’ 게시물에서 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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