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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5초 전

후우, 아까 얻어맞은 다리가 이제야 욱씬거리는군. 수압 때문에 숨도 가빠. 오른팔은… 뜯겨 나갔나? 괜찮아.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얀시와 했던 약속은 이미 지켰는걸. 롤리도, 모리도 무사히 탈출시켰어. 더이상 내 레인저를 저 녀석들에게 잃지 않았어. 내 가족을 지켜냈다구. 얀시, 그때의 빚, 이걸로 갚았다고 해도 될까? 미안해, 그때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그리고, 고마워. 롤리가 내게 돌아올 수 있게 지켜봐줘서. 모리와 함께 말야.

폭발 4초 전

모리. 오, 모리. 홍콩에서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난 느꼈어. 우린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주위 예거들이 널더러 정신이 이상하다고 수근댈때, 난 너와 함께 할 날을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리고 첫 드리프트 때, 내 선택이 옳았음을 느꼈지. 카이주, 소중한 사람, 상실, 공포, 무력감, 분노. 그날 나는 너였고, 너는 나였어. 기지를 한바탕 뒤집어 놓은 그때, 토끼를 좇은 건, 그리고 플라즈마 캐논을 들어올린 건, 사실 네가 아니라 나였다는 거… 우리 아가씨들만의 비밀로 지켜줄 거지?

폭발 3초 전

롤리. 네가 형이랑 처음 날 타던 날, 아직도 기억해. 너무 즉흥적이라고 스태커 아저씨한테 늘 혼나긴 했지만, 변덕 많은 나하곤 그래서 더 죽이 잘 맞았던 것 같아. 나 너희 형제랑 함께 알래스카 바다를 뛰어다니며 카이주를 때려잡는 게 참 좋았어. 그… 일이 있기 전까진 말야. 하하, 그러고 보니 오늘도 그때처럼 내 꼴이 엉망이네. 다시는 널 못 볼 줄 알았어. 미안해. 네가 떠난 그 뒤로 한참을 생각했어. 이제 누구와도 같이 하지 않을 거라고 말야. 인류가, 세계가, 카이주가 다 무슨 소용이야. 난 내게 있어 세상의 전부인 내 레인저를 잃었단 말야. 하지만, 네가 돌아왔지. 너와 날 닮은 모리와 함께 말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만나 정말 반가웠어. 네 덕분에 난 하늘도 날아봤잖니. 크크. 고마워, 끝까지 나와 함께 해줘서. 내가 널 지킬 수 있게 해줘서. 내가 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해줘서. 이제 아무 걱정하지마. 여기 이 지저분한 괴물 녀석들은 내가 다 데려갈 테니 말야.

폭발 2초 전

크림슨 타이푼. 네 녀석의 썬더 포메이션은 언제 봐도 참 근사했는데, 미안해, 그땐 내가 움직일 수 없었어. 체르노 알파. 언니랑은 참 할 얘기가 많았는데, 늘 기회가 닿지 않았네. 이제 그럴 시간 충분하지 않을까? 스트라이커 유레카. 내가 널 지켜줬어야 했는데, 결국 네가 나를, 모리를, 롤리를 지켜줬구나. 이 은혜 잊지 않을게.

스태커, 모리, 얀시, 롤리.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 고마웠어. 괴물로 태어났지만, 너희들 덕분에 후회없는 삶이었다. 이젠 안녕.

폭발 1초 전

내 이름은 집시 데인저. 예거 모델 넘버, 마크III. 브리치를 건너온 카이주들을 사냥하는 괴물로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사명을 다하리라.

폭발 0초 전

For my family!

(하얀 섬광이 이계의 심연을 뒤덮었다.)

ps: 괴수물 팬보이의 영화에 대한 감상은 마찬가지로 팬심으로 나타내야 할 것 같아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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