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tendo2DS

뜬금없이 닌텐도에서 2DS를 내놓았습니다. 저가 라인업으로 시장을 좀 더 공략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히지만, 많은 공을 들였던 3DS의 3D 효과를 빼버렸다는 건 꽤나 상징적입니다. 하지만, 접히지 않는 데다가 무게는 늘어났고, 하나의 터치 가능한 액정 위에 틀을 씌워 마치 두 개의 액정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글까지 접하고 나니, 대체 이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아이폰이 세계를 휩쓸고, 아이들이 수퍼 마리오 대신 앵그리 버즈를 손에 쥐었으며, 전통적인 패키지 대신 부분유료화(F2P)의 바람이 거셌는데도, 마치 장인처럼 고집스럽게 자신들의 재미와 사업 모델을 고집하던 닌텐도였는데, 갑자기 이런 프로토타입 같은 물건을 떨이하듯 급하게 만들어 파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닌텐도의 연차 보고서를 찾아봤습니다. 판매 대수나 매출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거든요.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예: 3DS나 Wii U에 들인 연구 개발 비용 대비 효과), 우선은 간단하게 연도별 순매출, 순이익, 총자산만을 뽑아 그래프로 만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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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닌텐도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2006년 발매한 Wii가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두면서 정점을 찍었지만, 아이폰이 모바일 게임을 점령하는 동안 DS의 후속 기종이 너무 늦게 나왔습니다. 그나마 3DS를 출시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회계년도 2012년에는 순수익 적자를 기록했고, 2012년에 발매한 Wii U도 하향세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회계년도 2012년부터는 총자산이 큰폭으로 감소하고 있고요.

이런 와중에 출시한 2DS는 어떻게든 반전의 기회를 잡아보려는 다급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닌텐도답지 않은 완성도 떨어지는 제품으로 불씨를 살려보기에는 지난 몇 년간 스펙 경쟁, 가격 경쟁을 거친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이 너무나 강해보입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시장의 변화에 무심하던 닌텐도였지만, 닌텐도 게임들은 언제나 참 좋았습니다. 제가 처음 산 콘솔 게임기가 닌텐도 Wii였고, 처음으로 산 휴대용 게임기도 닌텐도 DS였으며, ‘나도 언젠가 이런 게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그래서 지금 일을 시작하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게임도 닌텐도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제 그 모든 게 역사로만 남을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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