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 선택 –

차 안에 전자기기를 별로 두지 않는 편이지만, 여러 사건 사고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달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블랙박스를 사려니 제품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더라고요. 기술이 한창 과도기이다 보니 기기별 성능이 너무 제각각이었거든요. 차별화를 위해 독특한 기능을 넣은 제품들도 눈에 띄었는데,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룸미러 형태로 만든 제품이라든가, 차량의 OBD와 연결해서 영상 뿐만 아니라 속도, RPM 등 차량 정보를 같이 기록해주는 제품 등이 좋아보였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대로는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겠다 싶어서, 블랙박스 선택 기준 등을 찾다 스마트 컨슈머의 블랙박스 선택 기준, ‘이것만은 따져보자’를 읽고, 사용자 수가 많고(=자잘한 문제해결은 이미 됐거나 금방 될), 사후 지원이 좋은 회사의 제품을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판매 순위를 보고 제조사를 아이나비로 결정했고요. 제가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따져보니, 차량 내 내비게이션 등 액정이 없고 블루투쓰로 연결할 안드로이드 폰도 없는 상황에서, 가볍게나마 상황을 확인하거나 조작하려면 터치 액정이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나비 터치뷰를 골랐습니다.

– 제품 설치 및 겉보기 느낌 –

130906bb0제품 설치는 따로 맡겼는데 경험이 많은 분이어서 그런지 정말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하셨습니다. 선이 밖으로 많이 드러날까 걱정했는데 대부분 차체 프레임 안으로 숨길 수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깔끔했습니다. 다만, 본체가 흰색인데다가 제법 큰 사각형이다 보니, 겉에서 봤을 때 꽤 이질감이 컸습니다. 블랙박스 설치 사실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분들에겐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더라고요. 대신 운전할 때는 시야를 그렇게 많이 가리는 편은 아닙니다.

– 주행 중 동작 –

사용기를 적고 있긴 하지만, 블랙박스 특성상 사실 ‘기기를 능동적으로 조작’하는 때가 드문 편입니다. 충격 감도나 대기 전압 등을 초반에 설정하고 나면, 메모리 카드 오류를 막기 위해 2주에 한 번 정도 메모리 카드를 포맷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조작할 부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운전 여부에 따라 주차 모드와 주행 모드로 자동으로 바뀌고, 설정해둔 값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앞뒤 10초를 이벤트 모드로 따로 기록합니다.

130906bb1수동으로 녹화하고 싶을 때에는 액정을 한 번 누르면 위의 사진(왼쪽)처럼 액정이 켜집니다. 이때 액정의 오른쪽 위에 있는 홈 메뉴(오른쪽)를 누른 뒤 ‘수동 녹화’를 누르면 앞뒤 10초를 따로 기록해줍니다.

녹화된 영상은 기기에서 바로 확인가능하나, 2인치 남짓한 작은 화면이라서 자세히 보려면 메모리를 빼서 별도의 컴퓨터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화질을 확인하기 위한 동영상 두 개를 뽑아봤습니다.

주간 영상입니다. 조금 흐린 날씨였지만 주변 상황을 알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시야각이나 왜곡 정도도 실제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보이고요. 터널로 진입할 때 화이트밸런스를 다시 잡으면서 잠시 앞이 하얗게 안 보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앞뒤 상황을 맞춰서 전체 정황을 재구성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야간 영상도 같이 올려봅니다. 그렇게 빠르게 달린 구간이 아닌데, 야간이라 그런지 꽤 속도를 낸 것처럼 보이네요. 이럴 때는 속도가 같이 기록되지 않는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영상에 있어서는 주간 영상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해상력에서 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 아쉬운 점 –

1. 메모리 카드 관리: 이는 굳이 이 제품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현재 대부분의 블랙박스는 micro SD 카드를 저장 장치로 사용합니다. 수십 초 간격으로 녹화해서 파일을 하나씩 만들다가, 이벤트가 발생하면 해당 이벤트의 파일을 하나 더 만듭니다. 저장 용량이 부족하면 이전의 것부터 하나씩 지우면서 최근 파일을 만듭니다. 이러다 보니 한 시간만 운전해도 파일 수십 개가 생기고, 전원이 켜져있는 동안  메모리 카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게 되면서, 메모리 카드의 오류가 생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때문에 제조사는 사용자가 2주마다 주기적으로 메모리 카드를 포맷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포맷 알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사용자는 애써 포맷 주기를 기억했다가 꽤 귀찮게 포맷을 실행해야 합니다. 굳이 못할 건 아니지만 굉장히 귀찮습니다. 백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블랙박스 장치에서 메모리를 빼서 다른 컴퓨터에 파일을 옮겨야 한다는 게 꽤 귀찮습니다. 블랙박스를 달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니 만큼, 다음 세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해법이 나와봤으면 좋겠습니다.

2. 핫 키 버튼의 부재: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터치뷰는 전원 ON/OFF 스위치 외에는 별도의 버튼이 없습니다. 사실 터치 액정을 쓰는 이상 따로 스위치를 넣는 것이 낭비이기도 합니다만, 차에서 운전자가 쓰는 장치인데 모든 조작을 액정 터치-홈메뉴 호출 이후 홈 메뉴에서 찾아 들어가야하는 건 좀 불편합니다. 터치 인식도 준수하고 메뉴 간 이동 속도도 빠르지만, 운전 중 특별히 기록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액정 터치-홈 메뉴-수동 녹화의 3단계를 거쳐야 하는 건 많이 아쉽습니다. 바로 다음에 얘기할 홈 메뉴 조작 문제와 함께 보면 아쉬움도 더 커지죠. 카메라의 셔터 버튼처럼 수동 녹화 핫 키 버튼을 하나 만들어주면 훨씬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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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홈 버튼의 크기와 위치: 바로 앞에 쓴 것처럼, 터치뷰에서는 세부 기능을 사용하려면 메인 화면에서 홈 버튼(위 사진의 왼쪽, 노란 점선)을 눌러 홈 메뉴(위 사진의 오른쪽)를 띄운 뒤 하위 트리를 찾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홈 버튼의 크기가 너무 작은 데다가 액정의 오른쪽 위, 즉 운전자로부터 먼 쪽에 있어서 조작하기가 어렵습니다. 홈 버튼을 별도의 하드웨어 버튼으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왼쪽 아래, 아니면 왼쪽 위에 놓는다면 좀 더 사용하기 편할 듯합니다.

– 블랙박스에게 더 바라는 것 –

지난 일주일동안 블랙박스를 달고 운전해보니 꽤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따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운전을 기록해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영상을 나중에 재생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도 있었고 운전을 좀 더 조심히 하게 됐습니다. 충격 감도가 민감하게 설정되어 있어 도로의 요철조차 사고로 인식해서 녹화하곤 했는데, 덕분에 ‘사고 판정없이 퇴근하기’같은 과제를 만들고 달성하려는 혼자만의 게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이미 나와있는 기술을 잘 엮기만 해도 블랙박스가 좀 더 재미있어질 듯합니다. 이미 상용화된 제품들도 있지만, OBD로 차량 상태 정보를, GPS로 위치 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영상과 엮으면 훌륭한 운행 기록이 될 것입니다. ‘나를 알아서 기록하라‘의 자동차판이랄까요? 사용자는 그저 시동을 걸고 운행했을 뿐인데 운전에 관한 모든 기록이 남는 거죠.

이 기록은 두 방향으로 활용가능할 듯합니다. 하나는 운전자 개인에게 피드백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현시점 운행 중인 도로에서 과거 주행 기록(예: 사고 유무, 급가속/급감속 유무, 연비 등)을 표시해줘서 운전자가 과거의 자신보다 나은 운전을 하도록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앞에 적은 것처럼 ‘연비 좋게 하기 게임’ 등으로 재미 요소를 추가해볼 수도 있겠죠.

다른 하나는 이미 진행 중이겠지만, 다수의 주행 기록 자료를 운수 회사, 보험 회사, 도로 공사, 정부 등 조직에서 취합하고 가공해 문제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사고가 자주 나는/연비가 안 좋은/자주 과속하게 되는 시간대/위치/날씨 등을 추적해, 해당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개인 정보의 활용 부분은 주의해야겠지만요.

이상으로 간단한 사용기 + 희망사항 + 망상들을 마칩니다.

ps: 아이나비 홈페이지에서는 설명서를 자체 문서 뷰어를 포함한 EXE로 배포하고 있네요. PDF로 배포하면 PDF 리더 다운로드/설치 관련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어서였을까요? PDF라면 운영체제에 관계없이 휴대폰이나 이북 기기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예요. 이 내용을 고객 문의 쪽에 적으려고 했지만, 로그인&회원 인증 후에야 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읽고 바로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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