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했던 툼레이더, 이번엔 전투와 관련 AI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툼레이더의 전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스펙트럼 안에 있긴 하지만, 초반은 서너 명의 적을 상대로 들키지 않고 한 명씩 해치우는 잠입 액션인 반면, 후반은 수십 명의 적을 한 번에 상대하는 좀 더 액션성이 강조된 슈터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초반의 잠입 액션 부분에서 인상적인 부분만 짚어봅니다. 아마 잠입 액션 게임들이라면 대부분 비슷할 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다른 잠입 액션 게임들을 많이 해본 편이 아니라서요.

130907trbattle위 사진이 게임 초반부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전투 장면입니다. 전투 지형은 구부러져있거나 끊어져있는 경우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일직선인 통로’이고, 입구 쪽으로 들어온 플레이어는 통로 곳곳의 엄폐물을 활용해서 적들을 해치우고 출구로 나가야 합니다. 이때 잠입 플레이를 장려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플레이어의 제약 조건과 게임 AI입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전투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후반과는 달리, 초반 플레이어의 전투 기술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무기는 활 뿐이라 한 번 빗나갈 때의 위험이 큰 데다가 화살 수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중반에 업그레이드하기 전까지는 화살 조준/재장전 간격도 굉장히 길기 때문에 다수의 적이 동시에 공격해오면 한 명을 조준하다가 다른 적에게 맞게 되는 등 반격의 기회가 적습니다. 게다가 초반에는 회피 외에는 근접 전투 기술이 없어서 더더욱 화살 한 번을 신중하게 쏴야 합니다.

여기에 꽤 재미있는 게임 AI가 함께 작용하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냅니다. 개별 게임 AI의 상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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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캐릭터는 자신을 중심으로 특정 거리 내의 이벤트를 인지하는데요. 정면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각도에서는 시각 이벤트를 인지하고, 그 뒤의 각도에서는 청각 이벤트만을 인지합니다. 이 상태를 기준으로 ‘전투 중인 사람과 유사한’ 알고리듬을 갖는데요. 간단히 적어보면 아래와 같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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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부적으로는 몇 가지 논리 구조를 더 넣어야겠지만, 위의 구조가 뼈대일 것 같아요. 플레이어가 주무기가 한계가 많은 활이라는 것과 위의 AI를 한데 합치면, 실제 게임 플레이는 아래와 같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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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보면 전장은 대부분 이런 모습이 됩니다. 플레이어는 엄폐물 뒤에 숨어서 누구를 먼저 공격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고요. 적들은 전장 곳곳에 흩어져 대화를 하거나 대기, 순찰 등을 하며 자신의 판정 영역을 변경합니다.

130907TRAI03적을 잘못 공격하면 위와 같은 경우가 발생합니다. 적 A를 공격하고 나니, 가까이에서 대화하고 있던 B가 시각 이벤트로 플레이어의 침입을 알게 됐고, 이에 따라 같은 전장에 있던 C와 D를 불러들여 플레이어를 협공합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초반에는 플레이어의 전투 기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 다수에게 협공 당하면 생존하기 어려워 실패하게 되죠.

130907TRAI04가이드로 안내해주기도 하지만, 몇 번의 실패를 통해 플레이어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B 주변의 물체 또는 벽에 화살을 먼저 쏩니다. 그럼 B는 청각 이벤트 발생을 감지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던 A에게 “어,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내가 가볼게.”라고 얘기한 다음 해당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그럼 플레이어는 홀로 남은 A를 저격합니다. 이후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던 B를 공격하면 되고요. 이때 시간을 오래 끌면 B가 “어, 화살?”하면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게 되고 아군의 시체를 보며 또다시 플레이어를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뭐 제대로 플레이했다면, A, B, C, D를 순서대로 없앨 수 있겠지만요.

게임 초반,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열세에 놓여있는 데다가 전투 기술도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 이런 잠입 플레이는 게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굉장히 흥미롭게 플레이했고 ‘어, 이 부분 AI 꽤 괜찮은데?’라는 감탄도 많이 했습니다. 대신 몇 번 하면서 요령을 터득하고 나니 잠입 플레이가 금세 너무 쉬워지는 느낌도 있었는데요. 아마 그래서 후반부로 가면서 지형을 직선의 통로형에서 개방형으로 만들고 적 캐릭터의 행동도 다양하게 만들고 고저차를 두고 하는 보정을 통해 액션성을 강조하는 슈터로 갔던 것 같아요. 중후반부의 전투 플레이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는데, 그 부분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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