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L: Faster Than Light라는 게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툼레이더라는 영화 같은 웰메이드 블럭버스터 게임을 해봤으니, 인디 게임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좀 예전 느낌이 나더라도 꽤 코어한 시뮬레이션 게임같은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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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트 그래픽이 왠지 반갑습니다. ‘처음 하는 거라면 투토리얼 하는 걸 강력추천’, ‘투토리얼을 최대한 짧고 핵심만 짚도록 만들었다’같은 텍스트가 조금 불안하지만, 그래도 투토리얼을 실행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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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토리얼 실행하고 다섯 번 정도 마우스를 클릭한 뒤이긴 하지만, 대부분 배경 설명, 스토리 설명 등 텍스트 몇 개였으니,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음 보는 화면이 바로 위의 화면입니다.

기본 UI가 봐야할 게 많고, 거의 모든 요소가 시각적으로 동일한 중요도를 갖고 있어서 어디를 봐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UI의 문제라고 친다고 해도… ‘화면 아래의 둥근 아이콘이 주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반응기의 동력을 사용한다.’같은 텍스트를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스템은 뭐고 반응기는 뭐고 동력은 뭘까요. 일단 시선은 자연스레 위쪽의 UI(HULL, SHIELDS 등)를 보게 되는데, 아래부터 봐야하는 거였을까요? 그럼 이 투토리얼을 끝내려면 저 요소들 하나씩을 다 봐야하는 걸까요?

ftl05정신이 좀 아득하지만 몇 번 클릭하고 나니 이제 승무원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승무원은 선체를 고치진 못하지만 엔진은 고칠 수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텍스트가 긴데 어떤 게 시스템 설명인지, 또 어떤 게 해야 하는 행동인지 모르겠습니다. 배경에 Warning은 왜 떴을까요. 전 투토리얼만 좀 했을 뿐인데..

ftl06‘이젠 될 대로 되라지..’라는 심정으로 마구 투토리얼을 넘깁니다. 어, 그런데 불이 났다네요. 제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 벌을 주는 걸까요. 이젠 더이상 투토리얼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마구 넘겨버립니다.

ftl07허겁지겁 투토리얼을 끝내고, New Game을 눌러 들어왔더니 뭔가 또 텍스트가 잔뜩 뜹니다. 이젠 모르겠습니다. 읽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오른쪽 위에 Start를 눌러 게임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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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인가 어떻게 전투를 해서 승리하고, 다음 번 전투를 하면서 뭔가 이제 알만하다 싶을 때 전투에서 패배합니다. 투토리얼부터 당황했었기 때문에 이젠 별로 당황스럽지도 않습니다. 대신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어차피 사놓고도 못하는 게임이 많은데, 굳이 이 게임을 붙들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게임은 제게 Game Over가 된 거죠.

물론 투토리얼을 잘 만들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히 게임 플레이와 독립된 투토리얼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면 자원도 여의치 않았을 테고,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기대치가 매우 낮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잘 만들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순 없고요. 하지만, FTL의 투토리얼은 좀 심했습니다. 완전히 질려버렸거든요. UI나 게임 플레이를 그대로 두더라도 투토리얼을 개선할 방법은 있었을 것입니다. 떠오르는 몇 가지를 적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불필요한 배경 설명은 뺀다: 스토리 설정을 넣고 싶다면 투토리얼이 아닌 본 게임에 넣는 것이 오히려 더 좋아보입니다. 이렇게 독립적인 투토리얼이라면 투토리얼에선 말 그대로 게임 시스템과 조작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2. 화면의 정보량을 점차 증가시켜나간다: 처음에 접하는 정보량(두 번째 스크린샷)이 너무 많습니다. 당장 설명할 UI가 아니라면, 배경색 등으로 우선 가려뒀다가, 설명할 차례가 되었을 때 해당 UI를 띄워 보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화면 전체에 투명한 검은 레이어를 덮고 설명할 부분만 파내어 보여줘도 좋겠고요. 예를 들어 다음 그림처럼 말예요. (이건 제가 키노트에서 잠시 만들어본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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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텍스트의 무게를 달리한다: 설명하는 텍스트와 액션을 요구하는 텍스트가 동일합니다. 둘의 색을 달리 해주기만 해도 좀 더 나아질 듯합니다. 애초에 텍스트의 양을 더 줄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요.

4. 각 단계에서 설명할 분량을 줄인다: ‘투토리얼을 짧게 만든다’를 중요시한 나머지 한 페이지에서 배워야할 것을 너무 많이 넣었습니다. 개인 의견이지만, ‘빽빽한 페이지 3페이지’보다는 ‘헐렁한 페이지 6페이지’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설명할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좋겠지만, 이왕 설명해야 한다면 조금씩 나눠 하는 쪽이 좀 더 친절할 듯합니다.

5. 의미있는 실패를 통해 배우게 만든다: 게임은 사실 시행착오를 통해 플레이어가 시스템을 배우도록 하는 매체입니다.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게임 오버할 수도 있는 게임이라면, 실패를 통해 배우게 만드는 쪽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선내 화재의 경우도 투토리얼에서 굳이 잘못한 것처럼 설명하기보다는, 게임 내 이벤트로 풀고 실패했을 때 해결 팁을 주는 쪽이 좋았을 듯합니다.

나름 코어한 재미가 있는 게임이라고 하던데, 게임을 제대로 시작도 못하게 되니 좀 아쉽네요. 오래된 방식의 투토리얼에 한 번 데이고 나니, 그동안 게임이라는 매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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