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TEDxBusan에서 발표했던 것입니다. 이전 블로그에도 올렸었지만, 마침 게임 중독 얘기가 있어 이 쪽 블로그에도 백업할 겸 옮겨봅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발표 동영상도 함께 올렸고요. 동영상 아래로는 발표 때 썼던 슬라이드와 원고를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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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게 직업이죠.

게임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네, 지금 바로 여러분 머리 속에 떠오른 그 생각들. 그 생각들을 오히려 게임 광고로 활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EA의 데드 스페이스2 광고영상인데요. 잠시 보시죠.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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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하죠. 언론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이런 제목들을 볼 수 있는데,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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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게임과 현실을 대충 이런 느낌으로 보는 거겠죠. 게임 세계가 여기 있고, 현실 세계가 여기 따로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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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이라고 하면, 아마 이런 그림일 겁니다. 게임에 너무 몰입해서 현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 뭐 이런 느낌이겠죠. 오늘 이 자리에서는 게임이 정말로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그래서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현실을 무시하는 일이 되는 건가..하는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게임은 왜 재미있나, 왜 현실보다 재미있나 하는 것 말이에요. 가상의 스토리나 소재가 흥미를 끈다거나,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같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건 문학이나 영화도 마찬가지죠. 몰입이나 중독을 얘기할 정도로, 유독 게임이 현실을 잊게 할 만큼 재미있다면 그 이유가 뭔지 알아봐야겠죠. 몇 가지 찾아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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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여러가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우리를 만듭니다. 여기 한 대학의 수강 편람이 있는데요. 전공 필수, 전공 선택이란 표현과 함께 여러 과목명이 쓰여 있지만, 실제로 이 과목들을 들었을 때 내 어떤 능력이 계발되고, 이 과목들을 듣겠다고 선택했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걸 파악하기는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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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게임에서는 이게 상당히 쉽습니다. 시각화가 잘 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 그림에서는 어떤 마법사가 되고 싶은지 정하고 나면, 거기에 이르기까지 배워야 하는 기술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기술 하나를 배울 때마다 내가 어떤 힘을 갖게 되고, 다음에는 저런 마법을 배울 수 있겠다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장기 목표와 그 도달 과정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명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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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여기 취업 고민 글을 하나 갖고 왔는데요.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학점 관리도 소홀하게 되고 그냥 막막하다. 이런 글인데요. 뭘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막막한 두려움만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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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게임에서의 직업을 추천해달라는 글도 갖고 왔습니다. 사람들과 전투하는 걸 좋아하는데, 딱히 천적이 없고, 생존력이 강하며, 다수와의 전투에서도 버틸 수 있는 그런 직업을 추천해달라는 글입니다. 앞의 글과는 달리 굉장히 구체적이고 의욕이 넘치고 자신만만하죠.

차이점은 뭘까요? 본문의 부캐릭터라는 게 핵심이에요. 이 사람은 이 게임을 많이 해봤고, 익숙해요. 이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건데, 겁날 이유가 없죠. 새로 만든 캐릭터가 게임에서 실패했다면, 그냥 또 새로 만들면 되거든요. 게임에서 실패는 죄가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죄죠. 게임에서는 오히려 다양하게 실패하는 것을 권장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인생은 다들 처음 해보는 게임인데, 한 번 실패하면 거의 끝이니까, 여러모로 두렵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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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제가 적었던 다이어리인데요. 할 일을 제때 못하고 놓치는 일이 많아서 정말 열심히 적어봤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뭔가 일을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일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일이 지금 나한테 어려운 일인지 쉬운 일인지, 그리고 이 일을 했을 때 당장 내게 어떤 보상이 있을 지 현실에서는 짐작하기 참 어렵잖아요. 하루에 몇 가지 일을 제대로 하기도 쉽지 않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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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게임에서는 이 모든 게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무슨 일을 누구한테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 다 되어 있고요. 그 일을 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도 쉽게 알 수 있죠. 그 일들이 자기의 레벨에 비춰봤을 때 쉬운 지 어려운지도 알 수 있고요. 예를 들어서 이 그림에서 회색은 아주 쉬운 일, 녹색은 보통, 노란 색은 조금 어려운 일이죠. 자기 레벨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면 빨간색으로 나타나고요. 그 결과로 게임을 할 때는 짧은 시간 동안 상대적으로 많은 일들을 해치우면서 그때그때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편, 게임을 하다 보면 사교성이 떨어진다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사람을 사귈 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제가 지금 아내와 연애를 하고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게임 덕분이기도 하고요.

아내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요. 서로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메신저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리 친하지 않을 때에는 사실 대화가 좀 부담스러울 때가 있잖아요? 긴장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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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메신저에서 지뢰찾기 대전같은 걸 하면 긴장을 풀고 그러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게임 결과를 두고 니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얘기도 하고, 서로 적당히 약올리기도 하고 하면서 훌륭한 사교 도구로 쓸 수 있었죠. 게임 지는 쪽이 상대방 소원 들어주는 벌칙 같은 거 하는 식으로 놀기도 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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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제가 게임에 졌고, 아내는 저보고 메신저 대화명을 저렇게 바꾸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귀게 됐으니, 전 게임에서 지고 아내를 얻은 셈이죠.

저는 서울에 있었고, 아내는 당시 조치원에 있었으니까, 원거리 연애를 할 수 밖에 없는데요. 원거리 연애를 하면서 그냥 대화만 하면 아쉬우니까, 뭔가 같이 할 거리도 찾고 싶었는데요. 그때도 게임이 참 좋은 놀 거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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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온라인 게임을 같이 하게 됐는데, 이때는 제 누이동생도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가운데고, 오른쪽이 아내, 왼쪽이 제 동생이에요. 현실에서라면 제 아내 입장에서 ‘사귄 지 얼마 안 된 남자친구의 여동생’을 만나기가 좀 부담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는데, 게임에서는 훨씬 더 그 만남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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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연애라서 쉽게 못하던 데이트를 게임 속에서라도 많이 했었죠. 커플 캐릭터부터 해서 좀 닭살스러운 일들을 많이 했죠. 여기 이 두 분은 부산에 계시던 분들인데 게임 속에서 이렇게 같이 놀기도 했었고요. 요새는 안 하는 게임이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추억의 사진첩 같고 그러네요.

이런 것들은 결국 실제 현실의 모조품에 불과하지 않나…라는 얘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게임에는 현실에서 찾기 힘든 재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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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 사진은 와우의 한 장면인데요. 강한 부하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저 크고 강한 용을 무찌르려면 혼자서는 어림도 없고, 40명이 함께 공격해야 합니다. 40인이 함께 모여 호흡을 맞춰 몇 시간 동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서 일사분란하게 작전에 따라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는 일은, 대부분 사람들의 현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하지만 게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처럼 게임은 현실에 비해 피드백과 보상이 확실하고, 실패를 죄악시하지 않으며, 사회적인 관계도 현실에서보다 더 쉽고 강하게 맺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현실보다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봐야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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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게임에서 현실로 돌리려면, 게임을 못하게 막기보다는 현실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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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지하철 역에서 에스컬레이터 대신에 계단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사실 계단 오르는 건 재미없고 힘든 일이죠. 그렇다면 계단을 오르는 것을 재미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고민한 분들이 만든 것이 바로 이 피아노 계단입니다.

(위 동영상의 35초부터 10초 가량 재생) 계단에서 소리가 나니,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다가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죠. 사람은 재미있는 것에 끌리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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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렸듯이 할 일들을 끝내는 것도 어렵고 별로 재미가 없죠. 할 일을 게임에서 퀘스트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 바로 이 아이폰용 앱 에픽 윈입니다. 자기 자신한테 퀘스트를 주고, 일을 끝내면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고, 경험치가 쌓이면 자신의 레벨이 올라가는 구조죠. 꽤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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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다지만, 사실 달리기는 지루하고 재미없죠. 얼마나 뛰었는지 알기도 힘들고 왜 뛰어야 하나 싶고 말이죠. 달리기를 재미있게 만들자라는 측면에서 나온 것이 바로 이 나이키 플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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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 센서를 부착해서 자기가 얼마나 뛰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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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자 대 여자, 또는 국가 별로, 또는 친구들끼리 팀을 짜서 누가 이기나, 즉 ‘경쟁’ 요소를 집어넣어서 달리기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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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게임의 방법론을 도입하면서 게임 쪽으로 가까워지는 한편, 게임도 끊임없이 현실을 향해 움직여 왔습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 둘 모두 현실에서 살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욕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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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게임 만드는 일을 하기 전에, 그러니까 게임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했던 생각인데요. 책을 읽다 보니, 1$를 기부하면 아프리카에 나무를 한 그루 심어서 지역 경제나 생태계에도 도움이 되고, 지구 온난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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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제가 와우를 하던 때라서 해봤던 생각인데요. 게임 속 퀘스트에서 나무를 심으면, 제작사인 블리자드 쪽에서 1$를 기부하고, 그럼 실제로 지구에 나무가 한 그루 심어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게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게임 속에서 한 행위로 실제 세상이 바뀐다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게임 제작사 쪽에서도 그냥 단순한 기부보다는 좀 더 게임에 맞는 사회 공헌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나름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지구도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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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니, 그냥 기술 지원팀으로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냐 하고 메일을 보내봤는데, 알겠다고 담당자한테 전해보겠다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답변을 받았었죠. 제가 번지수가 틀리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게임 세계와 실제 세계 사이의 거리가 좀 멀었던 여건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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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뒤에 세상이 좀 많이 달라졌습니다. 페이스북처럼 사람들의 실제 관계를 인터넷에 옮겨놓은 서비스가 큰 흐름이 되었고, 그 안에서도 게임이 생기기 시작했죠. 최근 몇 년간 이런 인맥 사이트 안에서 돌아가는 게임들, 즉 소셜 게임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이 소셜 게임들은 꽤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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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제가 열심히 하고 있는 시티빌이라는 게임입니다. 각자 도시를 하나 맡아서, 그 안에 농장, 공장, 상가, 주택을 짓고 길을 내는 그런 도시 만들기 게임이에요. 재미있는 건 이 아래 쪽의 사람들인데요. 친구들이 자신의 도시에 놀러오기도 하고, 내가 친구들의 도시에도 놀러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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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로 건물을 지을 때 이런 저런 재료도 필요하고, 도시를 운영하면서 일손이 필요한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뭔가를 친구들한테 부탁하고, 친구가 원하는 선물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선물을 주는 건 아니고, 그저 마우스를 클릭할 뿐이죠. 하지만 제 친구들이 제게 보내오는 관심과 애정, 그리고 제가 친구들에게 보내는 마음, 이런 건 진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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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나아가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때에는, 게임 제작사에서 대대적인 구호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유료 아이템인 고구마를 구입하면, 해당 금액 전부를 일본 쪽에 전달하겠다는 취지였는데요. 시행 2주 만에 250만 달러 이상을 모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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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좀 더 적극적으로 현실을 좀 더 개선하고자 만든 게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 페이스북의 와일드 라이프 레퓨지라는 게임은, 겉보기에는 동물원 관리 게임과 비슷해보이지만, 게임 중에 야생을 돌아다니며 길을 잃거나 다친 동물들을 보호소로 데려오고, 이들이 살기 좋도록 보호소를 꾸며주는 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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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 쪽에 채리티라는 부분이 아예 메뉴로 들어가 있는데요. 눌러보면 이처럼 보호소에 놓을 수 있는 치타 동상 아이템을 구입하면 해당 금액의 절반은 치타 보고 기금에 기부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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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새끼 치타들을 구입하면 마찬가지로 해당 금액의 절반을 치타 아동 재단에 기부하는 등,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야생 보호 문제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예로 든 것은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의 실제 인간 관계를 게임에 끌어오는 소셜 게임이 유행함에 따라, 앞으로 이렇게 현실을 게임 속으로 끌어오려는 게임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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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현실이 게임으로, 게임이 현실로 다가서는 사례들을 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실과의 연결이 약한 게임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처음에 예로 들었던 데드스페이스2같은 경우가 그렇겠죠. 그렇다면 이런 게임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그냥 말초적인 즐거움만을 주는 게임이니까 현실에 눈을 돌리도록 이런 게임은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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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2가 발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의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게임에 대해 불평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마우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옵션을 조정할 수 없다는 불평이었죠. 마우스는 대부분 목표를 겨냥하는 데에 쓰지 이동하는 데에는 쓰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왜 그 옵션이 필요하냐고 물었고, 불평글을 올린 사람, 개럿은 자신은 장애인이며, 태어날 때부터 양손과 양발을 쓰지 못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럼, 어떻게 컴퓨터를 조작하냐, 다른 게임들은 어떻게 하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개럿은 턱으로 마우스를 조정한다면서, 자신이 다른 게임을 하는 모습을 녹화해 올립니다.

(위 영상의 7분 35초부터 50초 정도까지 재생) 폴아웃: 뉴베가스라는 이 게임은 미래의 핵전쟁 이후 피폐해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입니다. 스토리나 폭력 묘사에 있어서 청소년 불가 등급을 받은,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나쁜 게임’일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장애 때문에 팔 다리를 마음대로 쓰지 못했던 개럿은, 게임 속에서는 장애가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적을 공격하고, 그러다 실패했을 때 아쉬워하고 재도전하고자 합니다. 데드 스페이스2 개발사는 이런 개럿의 사연을 접하고 옵션을 따로 설정할 수 있도록 게임을 수정했습니다.

개럿은 일상 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 속에서는 그의 장애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기존의 매체나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게임 속에서는 너무나 쉽게 일어난 것이죠. 게임은 그런 가능성을 가진 매체이자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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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만드는 일은 바로 그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게임 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게임 속에서 힘을 가질 수 있게, 나아가 게임 뿐만 현실에서도 그 힘을 가질 수 있게, 그리고 그 힘들이 모여 현실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그런 도구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발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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