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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게 됐나: 레고에 한창 빠져있을 때, 레고로 게임을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영화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기도 했고, 평도 괜찮은 편이라서 마침 스팀에서 할인 중이던 ‘레고 반지의 제왕’을 구입 후 즐겨봤습니다. 즉, ‘레고’와 ‘반지의 제왕’, 두 친숙한 IP의 결합이라는 게 영향 컸어요.

* 게임 요약: 반지의 제왕 영화를 게임으로! 유명한 장면도 따라하는 한편, 미들어스를 맘대로 돌아다니자!

(+) 레고로 재현한 영화 반지의 제왕: 게임은 대체로 영화 반지의 제왕을 충실하게 레고로 재현했습니다.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들을 귀여운 레고에 훌륭한 그래픽으로 다시 볼 수 있었는데요. 유명한 장면에서 직접 조작하는 경우도 있었고, 영화적으로 화려하게 연출하거나 좀 더 코믹하게 푸는 컷신도 많았습니다.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다는 건 게임 진행에 맥이 빠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렇게 영화 기반의 게임에서는 오히려 스토리를 알고 있으니 “아, 그럼 이 장면은 어떻게 재현해냈을까?”, “지금 이 정도까지 했는데, 조금 더 하면 그 장면 나오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게임을 그만두지 않고 더 진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더라고요.

(+) 여러 캐릭터로 협력해서 푸는 퍼즐: 게임 시스템이 여러 개 섞여있긴 하지만, 가장 재미있고 특색있던 부분은 퍼즐이었습니다.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진행하려면, 없던 사다리를 만들거나 길을 막고 있는 바위를 치우는 식으로 길을 만들어야 하는 건데요. 관련 이펙트도 좋고, 각 캐릭터마다 특수 기술들이 따로 있어서, 여러 캐릭터를 잘 활용해야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두운 동굴은 프로도만 갈 수 있고, 샘은 땅을 팔 수 있고, 김리는 특별한 타일을 깰 수 있고, 레골라스는 높이 뛰어오르거나 활을 쏠 수 있는데, 특수한 상황에서 캐릭터를 바꿔가며 모두의 기술을 이용해 길을 헤쳐나가는 게 정말로 ‘원정대로 모험’하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손맛도 좋고 가장 즐거웠던 부분이에요.

(+) 게임 만의 오리지널 시퀀스: 대부분 영화의 호흡을 충실히 따라가지만, 몇 군데에서는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 1편 후반에 프로도가 반지에 눈 먼 보로미르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이나, 프로도, 샘, 골룸이 나즈굴을 피하며 습지를 건너는 장면, 또는 아라곤, 레골라스, 김리가 망자의 무덤에서 망자들을 데려오는 장면 등인데요. 영화에서는 생략된 장면들을 게임을 통해 보너스나 외전처럼 즐길 수 있던 게 좋더라고요. 특히 이런 부분에서 위의 캐릭터 협력 퍼즐이 잘 녹아있는 경우가 많아 더 즐거웠습니다.

(-) 너무 과하게 벌여놓은 게임 시스템: 이 게임에서 가장 맘에 드는 건 소수의 캐릭터들로 영화 스토리에 맞춰 장면 장면 이동하면서 퍼즐을 푸는 것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시스템은 게임의 정말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게임 시스템이 너무 방대하고 많아요. 우선 미들어스 전체를 지형으로 재현했고요. 그래서 세계 지도도 있고, 각 마을 곳곳에는 NPC들이 있어 퀘스트도 줍니다. 마치 온라인 RPG처럼 거대한 미들어스를 돌아다닐 수 있어요. 곳곳에 숨겨진 미스릴 블럭을 모아 미스릴 도구도 합성해야 하고, 캐릭터 미니 피겨도 곳곳에서 수집할 수 있습니다. 이것 저것 많긴 한데, 이것들이 모두 매력있었냐고 한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대부분의 미들 어스는 텅빈 허허벌판이고요. 퀘스트는 스토리가 재미있지도, 보상이 필수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진행 중에 ‘어, 저건 지금 이 캐릭터로는 풀 수 없는데, 나중에 다른 캐릭터로 또 와야 하나?’싶은 부분도 있었고요. 자유도 높게 만드는 것도 좋고, 할 것 많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정돈이 되지 않아서 오히려 메인 스토리 진행에 불편한 적도 많더라고요.

(-) 다소 어설픈 대규모 전투: 두세 명 또는 예닐 곱 명의 소규모 전투도 재미있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역시 수백, 수천 명이 한데 모여 싸우는 웅장한 전쟁 장면들이 일품이었죠. 게임에서도 그런 웅장함을 살리려고 컷신을 넣기도 하고 말타고 달리는 전투도 넣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결과는 좀 아쉽더라고요. 보스를 깨려면 특정 캐릭터가 특정 행동을 만족해야 한다는 식으로 전투에도 퍼즐 요소를 넣었거든요. 특정 적으로부터 도망치거나, 길을 뚫거나, 아니면 십수 명이 한데 싸우는 전투에서야 퍼즐 전투가 나쁘지 않았지만, 주변 배경에서는 수천 명이 싸우고 있고 음악은 시종일관 긴장감 있게 몰아부치고 있는데, 정작 제가 하는 행동은 바깥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적의 패턴을 찾고 그 패턴에 맞춰 특정 블럭 위에 올라가거나 특정 블럭을 맞추거나 해야 한다는 게 몰입감도 떨어지고 맥이 탁 풀려버리더라고요. 다른 게임 시스템들에 썼던 힘을 좀 돌려서 무쌍 식의 새로운 전투를 만들면 어땠을까요.

(-) 곳곳에서 떨어지는 완성도: 메인 스토리 쪽과 컷신들은 대부분 아주 훌륭한데, 전체 볼륨이 너무 큰 탓에 다른 곳에서는 종종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맵 내비게이션도 그렇고, 카메라 앵글도 그렇고, 계단이나 징검 다리 또는 점프 후 착지 지점 등의 조작성도 그렇고(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포인트에 정확히 안착하지 못했을 때 짜증나는 판정 같은 거요.), 뭔가 이상해서 리로드해보면 풀려있는 버그 등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자잘자잘하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소들이 있더라고요. 덕분에  메인에서 받았던 좋은 감정이 상하기도 했어요.

* 어떻게 개선할까?: 게임의 자유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적어도 이 게임에서는 자유도를 줄이고 영화 스토리에 맞춰 진행하되 그 흐름 안에서 가장 좋은 경험을 만드는 쪽이 나았을 듯해요. 맵, 퀘스트, 수집 요소 등을 아예 덜어내고 오리지널 시퀀스를 몇 개 더 넣거나, 무쌍 형태의 대규모 전쟁 쪽을 만들면 어땠을까요. 게임 수명 등의 이유로 다른 것들이 필요했다면 메인 스토리 외의 모든 것들은 2회차 플레이 형태로 빼놓더라도, 일단 메인에 좀 더 집중하고 잘 다듬었으면 좋았을 듯해요.

* 모바일/소셜/부분 유료화?: 가장 주된 게임 메커니즘인 ‘2-8명의 캐릭터를 운용해 퍼즐을 푸는’ 재미는 참 좋았어요. 캐릭터 조작 이슈만 해결할 수 있다면 고전 게임 Lost Vikings 느낌으로 모바일 퍼즐 게임을 만들어도 재미있을 듯해요.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는 좀 적어보였는데, 레고, 반지의 제왕이라는 IP가 워낙 좋으니까 도전과제나 스토리 진행 상황을 리더보드 형태로만 풀어도 꽤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콘솔 게임의 부분 유료화는 참 애매한데… 현재 게임에서 굳이 페널티를 만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성 아이템을 넣는 것보다는, 역시 스토리 진행에 붙이는 쪽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워낙 방대한 얘기니까 오리지널 시퀀스를 더 만들어 DLC로 만들어도 꽤 매력을 느낄 수 있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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