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 11일 ‘게임은 문화다’ 대토론회에서 발표했던 내용입니다. 벌써 세 달 전의 얘기지만 생각 정리할 겸 올려봅니다. 20분 발표용으로 만들었던 슬라이드를 블로그에 맞게 일부 수정했고, 발표 말투를 살리되 말을 좀 다듬었습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01

‘게임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나’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게임 디자이너로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가끔 얘기들을 하는데, 오늘도 좀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해요. 설익은 얘기가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 감안하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02세상에는 수많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03

그리고 수많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04

특정 영화가 아닌 영화라는 매체 전체에 대해서 말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쏘우는 굉장히 잔인하고 폭력성이 어쩌고 저쩌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한국 영화에는 또는 전체 영화에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기는 굉장히 어렵잖아요. 마찬가지로 특정 게임에서, 예를 들어 바이오 하자드는 너무 폭력적인 묘사가 심하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게임이라는 매체 전체를 이렇다 저렇다라고 뭉뜽그려서 얘기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05

하지만, 현재는 다들 그런 얘기를 하고 있죠. 지금 이게 굉장히 어려운 게, 게임이라는 매체 전체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각각의 이해 당사자가 생각하는 게임도 다 다르단 말이죠. 예를 들어, 학생이 바라보는 게임이 있고, 학부모가 바라보는 게임이 있고, 게임 개발자가 생각하는 게임이 있고, 게임 회사가 생각하는. 게이머가 생각하는, 아니면 정부 각 부처가 생각하는, 게다가 요새는 의료계에서 생각하는 게임, 이런 게임들이 각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얘기가 서로 통하기가 참 어려운 부분이 많죠.

131208GameFiveMyself Blog.006

이런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제 자신을 돌아보면, 여기 계신 모두가 그렇겠지만 저도 학생이었죠. 공부를 열심히 많이 한 학생이었고요. 이후 학교에서 학부생들 가르치는 조교도 했었고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강좌도 하는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했어요. 동시에 여전히 하루 한 시간, 주말엔 세 시간, 애 태어나기 전엔 주말에 8시간 이상 달려보는 게이머이기도 하고, 몇 년 안 되었지만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게임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올해 첫 아이가 태어난, 그래서 언젠가는 학부모가 될 저입니다. 그런 저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봤을 때, 이런 ‘다섯 개의 나’가 바라보는 게임은 어떤 것인가 얘기하려고 합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07

학생인 내게 게임은 어땠나 생각해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거에요. 초등학생 때 오락실에 가서 친구들이랑 50원 넣고 100원 넣고 게임을 하곤 했죠. 저때만 해도 게임이 굉장히 음습한 곳에 있어서, 재미는 있었지만 동네 형들한테 삥뜯기기도 하고 그랬죠. 초등학교 때 학교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야 하는데 오락실 들렀다 가면 부모님이 어디 갔다 왔냐고 궁금해하시고 그걸 거짓말로 둘러대다가 들통나서 혼나기도 하고 그랬어요. 오락실 가는 게 왜 잘못일까, 잘 모르겠지만 초등학생 때 좀 하다가 중학생 때 좀 하다가, 이런 식으로 띄엄띄엄했어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08

그러다가 고 2 겨울방학 때 하이텔 단말기라는 걸 받았는데요. 피씨 통신의 모체라고 할 단말망들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였죠. 제가 이걸로 머드 삼국지를 했는데, 정확히는 머드랄 것도 아니고 그냥 가상 역할 놀이 정도였어요. 특정 국가에 가입을 하고 텍스트로 닉네임 붙이고 게시판에 글 쓰고 그런 정도인데, 제가 고2 겨울방학 때 여기에 완전 빠졌어요. 부모님이 집의 전원을 내리기도 하고 친척집 갈때 이거 싸들고 가서 전화접속해서 연결해서 하기도 하고 그랬죠. 부모님이 그때 걱정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제가 아마 고3, 3월달까지 했던 것 같아요. 요새 말로 따지면 아마 게임에 중독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었을 텐데, 저는 그때 그래도 부모님과 굉장히 대화를 많이 해서 설득하려고도 했고 부모님도 저를 설득하려 하셨죠. 그러다가 이제 4월 중순까지 가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결국 부모님께 ‘그러면 이제 수능볼 때까지는 안 하겠습니다.’ 약속을 하고 지키고 그런 일들을 했었어요. (관련글: 그때 게임을 그만 두게 한 건, 셧다운제가 아니라 부모님과 제 자신과의 약속이었습니다.)

학생 시절의 게임을 간단히 줄이면 “재미있어! 근데 엄마가 하지 말라는데…” 정도가 될 듯합니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에 가까웠던 존재였던 거죠.

131208GameFiveMyself Blog.009

그렇게 대학교에 올라갔는데, 대학교에서도 게임을 할만큼은 했죠. 사람들이랑 스타크래프트도 하고 디아블로도 하고 밤새면서 게임도 해보고. 그러다가 대학원 올라가서 조교 하면서 학생들이 게임하는 것도 보고 그랬죠. 이때 느꼈던 것은 ‘게임은 좀 비생산적인 것 아니냐.’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게임이 생산적인 건 아니잖아요. 게임 해서 남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았고 말예요. 게임을 하면 공부할 시간이 없어지고 말이죠. 결국 가르치는 입장에서 게임은 “공부 시간을 놓고 서로 경쟁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어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10게임은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게임을 조금씩은 했고 가끔 가다 재미있는 게임 있으면 많이 하고 그랬는데요. 그러다 2004년에는 ‘아, 나 게이머구나,’라고 제대로 인식하게 돼요. 제가 무릎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반 년 정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집 안에만 있었고 1년 정도 재활을 했어요. 저때가 제가 석사 끝나고 박사 들어갈 때였는데, 정말 인생의 슬럼프였어요. 집안도 뭔가 문제가 많았고 다리를 다쳐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공부도 머리 속에 전혀 안 들어와서 진로 고민도 많고, 그래서 한 학기 휴학을 했었는데요. 집에서 별로 할 게 없잖아요. 그래서 그때 하루에 한 세 시간 정도 와우를 좀 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게임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느낀 거에요. 제가 지금 굉장히 무력하고, 삶에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없고,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게임이 뭔가 내게 해야할 목표를 제시해주고 그 몇 십분, 몇 시간, 며칠 단위로 저한테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고, 그리고 성장하게 만들어주는데, 그런 시간들에서 굉장히 위안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때 제가 ‘게임 괜찮구나. 비생산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정도로 삶에 위안을 주면 괜찮은 거 아닌가? 내가 오늘 하루 정말 힘들었는데 게임에서라도 재미를 찾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게이머 입장에서 게임은 “현실의 고됨을 잊고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생각을 이때 처음으로 하게 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2009년에 ‘소프트웨어를 만들자,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드는 게 맞겠다.’라고 생각해서 진로를 확 바꾸게 됐어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11

그렇게 처음 한 프로젝트가 우연히도 이런 거였는데요. 장애 아동을 위한 아이패드용 인지훈련 게임/앱이었습니다. 교육용 프로그램과 게임의 그 중간쯤 되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저 화면 안에 보면 개구리가 가운데 있고 아이가 드래그를 하면 그 드래그를 따라서 개구리가 벌레를 잡아먹는 식의 단순한 게임들이었어요. 근데 그 단순한 게임인데도 장애아동들에게는 굉장한 기쁨을 줬던 거죠. 신체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있거나 아니면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 또래의 아이들이 놀 수 있던 것을 자기는 못 놀고 있었는데, 제가 힘을 보태 만든 프로그램을 갖고 그 친구들은 장애 없는 아이들과 동일하게 재미를 느꼈다는 거죠. 그걸 보면서 저는 굉장히 감동을 받았고 ‘사람들한테 재미를 주는 게 굉장히 대단한 일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때가 앞으로 게임을 할까 앱을 할까 개인적으로 고민 많던 시기였는데, 사람들한테 재미를 주는 게 직업이라면 상당히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게임 개발 쪽으로 오게 됐습니다. 게임 개발하는 입장에서 보는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12

그리고 올해 아이가 태어나면서, 저는 이제 예비 학부모가 됐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는데요. 아이가 처음에는 그냥 알람 타이머같이 시간되면 울고 시간되면 기저귀 갈아주고 그랬는데, 백일 넘어가면서부터는 주위 환경을 계속 탐구하기 시작하고 뭔가 실험을 하려고 하고 장난을 치려고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거에 같이 맞춰주는 게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런데 제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안 놓고 있으니까 스마트폰을 보면 아이도 같이 보려고 해요. 제가 게임을 하면 아이도 같이 보려고 하고요. 그럴 때 저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얘한테 지금 스마트폰을 보여줘야 되나? 얘한테 이렇게 쾅쾅 터지는 게임 사운드가 너무 자극적이진 않을까? 내가 소리를 좀 줄일까? 아님 얘가 안 보는 시간에 게임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한편, 이런 고민도 하게 되더라고요. ‘얘한테 언제쯤 터치 기기인 스마트폰을 주고 갖고 놀라고 할까? 얘가 언제쯤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게 할까? 얘의 첫 게임으로는 뭐가 좋을까? 언제쯤이면 얘랑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을까? 그 게임은 뭘까?” 결국 부모인 제 입장에서는 게임을 “언젠가는 아이와 같이 놀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는 셈이죠.

131208GameFiveMyself Blog.013

그런 제게 게임 중독 규제법이 나타났단 말이죠. 게임 중독이 문제이고, 게임은 사회악이고, 4대 중독이고 규제를 해야 되고 등등등 그런 얘기들 말예요. 좀 전까지 말씀드린 제 성장 배경에서 이런 법을 보게 되면 제 반응은…

131208GameFiveMyself Blog.014

네. 솔직히 그냥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어요.

어릴 때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공부 말고 다른 걸 조금이라도 하면 안 됐던 건가?’ 하는 생각이 하나 들고, 다음으로는 ‘어른인데도 게임을 할 때 그럼 죄책감을 느껴야 되나?’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거 굉장히 해로워서 애들은 하면 안 되지만 니넨 어른이니까 해도 돼.’라는 게 게임이라면, 제가 어른일 때도 안 하는 게 맞잖아요. 보통 술, 담배 하는 거 안 좋다고 하는 것처럼 말예요. 한편 저는 게임 개발자인데, ‘사람들 재미있게 하는 게 죄인가? 그럼 나 직업 바꿔야 되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를 들어, 제 아이가 나중에 학교에 갔는데 학교에서 ‘너희 아빠 직업이 뭐니?’라고 해서 ‘저희 아빠 게임 만들어요.’라고 답하면 선생님이 ‘음.. 너희 아빠는 사회악을 만드는 존재구나.’ 뭐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농담일 지언정 그런 꼴은 겪고 싶지 않은데 직업 바꿔야 되나 하는 생각 들더라고요. 심지어 게임이 이 정도의 위상이 된다면 언젠가 아이랑 같이 게임하고 싶은데 ‘아이랑 게임하면 정말 못된 아빠가 되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말예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15

이대로라면 제 자신들을 부정해야 하니까 제가 정신분열에 빠지게 되잖아요? 그래서 게임 개발자로서 이런 제 자신과 공존하는 방법들에 대해 몇 가지 간단하게 생각해봤습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16

먼저 게임 개발자와 가르치는 사람의 공존법이에요. 예를 들어 이건 포켓 몬스터에서 갖고 온 건데요. 보시다시피 포켓 몬스터에는 열 몇가지 몬스터 속성이 있고 상성표가 있어요. 보기만 해도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워보이지만, 이거 초등학생들 다 외우거든요. 따로 인쇄해서 외우는 애들도 있고 게임하면서 외우는 애들도 있고 어쨌거나 다 외워요. 제가 보기에는 이게 화학 원소 주기율표를 외우는 것과 난이도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한데, ‘왜 이건 잘 외우는데 교과서는 못 따라가나?’하는 아쉬움도 가끔 들거든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17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저는 게임이 ‘반복 실패를 통해 옳은 답을 찾아가는 학습 장치’라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답이라는 건 왼쪽에 있는 그림처럼 딱 하나 찍으면 정답 아니면 오답, 바로 갈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사람들이 학습을 하게 되는 건 오른쪽 그림이거든요. 한 번 가봤다가 ‘어, 이거 아닌가?’하고 실패하고 다른 쪽으로 가봤다가 ‘어, 이것도 아니네?’하고 실패하고 그러면서 마침내 성공을 찾는 것이거든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사실 학습과 게임은 거의 동일하다고 생각해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18

예를 들어, 앵그리 버즈는 각 레벨마다 새를 날려야 하는 궤도, 즉 정답이 있어요. 그 정답에서 벗어나면 이렇게 실패하게 되죠. 그럼 플레이어는 직전의 플레이에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석하고, 이 레벨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운 다음, 이 레벨에 다시 도전합니다. 물론 실패하면 다시 이 화면을 만나게 되고, 그럼 저 중앙의 아이콘을 눌러 레벨에 재도전하며 전략을 다시 수정하겠죠. 마침내 정답을 찾아 성공할 때까지 말이죠. 게임은 이렇게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게, 자신의 전략을 수정할 수 있게 만드는 데에 큰 힘을 발휘하는 장치이고, 이는 교육의 본질과도 통하기 때문에 ‘실패와 재도전’이라는 이 핵심은 교육계에서도 배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19

사람들이 게임을 재미있어 하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몰입’ 이론인데요. 각자의 현재 스킬에 맞춰서 적당한 도전거리를 던져줘야 한다는 것이죠. 게임도 그렇고 학습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마찬가지인데, 자기 스킬보다 어려운 게 나오면 굉장히 조바심이 나고 정말 하기 싫어져요. 자기 스킬보다 너무 쉬운 게 나오면 금방 지루해지고요.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게임들은, 게임 초반에 플레이어가 게임에 대해 잘 모를 때에는 쉬운 과제들을 주다가, 이후 플레이어가 게임의 규칙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난이도를 올려, 늘 적정한 수준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잘하고 있어요. 현재 우리 학교 교육이 이런 걸 제대로 못하고 있죠. 선행학습한 사람들에겐 학교 교육이 너무 지루해서 자는 시간이 되고, 선행 학습 안 하거나 학업 성취도 낮은 사람들에겐 너무 어려워서 그냥 포기하게 되는 거죠. ‘자신의 수준에 맞는 난이도 구성’ 노하우는 어쩌면 게임 쪽에 더 많이 쌓여 있을 지도 몰라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20

그래서 해외에서는 게임이 이렇게 유의미한 학습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깨닫고, 게임을 교육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굉장히 많아요. 여기 사진은 퀘스트 투 런이라는 학교의 수업 장면인데요. 이 얘기는 짧게 줄여야겠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학교 같은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게임 같은 학교를 만들어야 할 시점인 듯해요. 바뀌어야 할 것은 게임이 아니라, 학교라고 생각하고요. 제 생각에는 게임 개발자들이 공교육의 문제점이나 공교육을 개선하는 것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21

다음으로 게임 개발자가 학부모와 공존하는 방법인데요. 뻔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부모가 게임을 이해하기 쉽도록, 나아가 직접 즐길 수 있도록 게임 개발자가 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 그동안 게임 개발자들이 잘못했던 게 있다면, 사용자층을 확대하는 것에 좀 인색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면, 특정 게임의 목표 사용자층을 10대-20대 남성으로 딱 한정한 다음, 해당 목표 사용자 층의 시간을 배타적으로 점유하는 데에만 집중을 했고, 다른 연령대나 성별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TV 예능에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러닝맨처럼 굉장히 인기있는 프로들이 있는데, 약간은 십대들이나 젊은 층이 열광하는 예능프로잖아요. 그런 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이 같이 보며 즐기기가 좀 어려웠을 테지만, 예를 들어 꽃보다 할배는 전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이고, 꽃보다 할배를 많이 본다고 해서 할아버지들이 ‘너 이거에 중독됐어.’라고 얘길 하진 않잖아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131208GameFiveMyself Blog.022

마지막으로 사회와 게임 개발자의 공존이라는 부분인데요. 에너지 드링크 광고 이미지를 예로 가져와봤어요. 제가 알기로는 에너지 드링크는 왼쪽의 그림처럼 금요일 밤 클럽에 가서 밤새 신나게 놀 수 있게 만든 거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른쪽 그림처럼 팔리고 있죠. ‘밤에도 일하는 사회’. ‘졸음 해소’, ‘여러분의 야근을 책임져드립니다.’라고 말이죠. 내용물은 똑같은 에너지 드링크인데 사회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거죠.

저는 게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는 그냥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이고, 가족들끼리도 하고, 예술로 취급받기도 하고, 교육 쪽에 응용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똑같은 게임을 해도 사람들이 게임 속 성취나 성공에 매달려서 과도하게 몰입하고 사회 문제가 되고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 됐단 말이죠.

그러면 ‘왜 그렇게 됐을까?’를 생각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만의 규제 정책을 만드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서양에서는 게임을 그냥 잘 즐기는데 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미친 듯이 몰입하게 되고 사회 문제가 돼?’라는 고민을 먼저 던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신의진 의원님 말씀 중에도 그런 게 있었잖아요.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하게 규제를 잘할 수 있는 안을 만들려고 하는 거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제 생각에는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면 좀 더 정밀하고 적극적인 규제를 만들 게 아니라 무엇이 근본적 원인인지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전 최근 게임 중독 관련한 규제 논의들이 일종의 대증요법이라고 생각해요. 원인은 따로 있는데, 원인은 일단 두고 현상만 급하게 어떻게든 고쳐보자는 식인 거죠. 근데 모든 대증요법이 그렇듯이 그렇게는 오래 못 갈 것 같고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거에요. 결국엔 원인을 알아보고 그걸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 아닐까요?

131208GameFiveMyself Blog.023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사회와 게임 개발자의 공존은 이런 거에요. 게임 회사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게임 개발자는 이 정도인 것 같아요.

게임 만드는 사람들이 사회적 인식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지 않냐 뭐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데요. 그 얘기를 하기에 앞서서 제가 게임 개발자로서 사회에 바라는 게 있어요. 제 생각에 우리나라 사회는 사람들이 연령대 상관없이 노는 걸 못 봐주는 것 같아요. 좀 놀 자유를 허용해줬으면 좋겠고, 나아가 게임도 그런 놀 거리 중의 하나라고 인정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그렇게 허용해줬을 때, 그에 대해서 게임 개발자가 해야 되는 의무, 게임 개발자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이 무엇이냐도 여러 번 생각해봤는데요. 결국은 ‘사용자가 시간과 돈을 지불해서 즐기는 컨텐츠에 대해서 그 시간과 돈이라는 비용이 아깝지 않은 게임을 만드는 것, 그 사람들이 충분한 재미를 갖게 만드는 것’, 그게 전 게임 개발자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