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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권은 오큘러스가 자체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얼마 전 기회가 되어 오큘러스를 써볼 수 있었습니다. 차세대 게임 디스플레이로 큰 기대를 받으며, 게임계의 베테랑들을 자석처럼 끌어 당기고 있는 바로 그 오큘러스 말이죠. 벌써 몇 주 전의 일인데다가, 한 번(3-5분 정도) 시연하고 다른 사람들이 시연하는 것을 본 정도라서, 큰 의미 없는 개인적인 메모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네요.

(+) 몰입감! 몰입감이 정말 엄청납니다.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게임의 영상이 펼쳐진다는 건 정말 상상 이상의 경험이었어요. 초기 버전에서는 해상도 등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제가 시연해본 버전에서는 딱히 눈에 걸리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안경 위에 디스플레이를 썼는데도 크게 불편함은 없었고요.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으로 전투하는 게임을 해봤는데, 시야 가득 펼쳐지는 우주의 느낌은 정말 좋았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선의 조종석에서 시야를 돌리다보니 원하는 곳을 쉽게 보기가 어렵긴 했지만, ‘어디를 봐도 게임 속 세상’이라는 건 참 좋더라고요.

(-) 착용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오큘러스를 제대로 쓰는 것도 시연 진행하시는 분이 도와주셔야 했고, 오큘러스를 쓴 상태에서 헤드셋을 끼고, 패드를 쥐는 것도 혼자 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착용성 문제는 사실 언젠가 개선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아쉽게 느낀 점은 몰입감 때문에 생겨난 위화감이었습니다. 시각의 몰입감은 높아졌지만 몸의 다른 감각은 그렇지 못해서 뭔가 계속 어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손을 들어 눈 앞으로 가져오면 게임 속에 제 손이 보여야 할 것 같고, 전투기가 가속하면 몸에도 중력이 느껴져야 할 것 같고, 상대 전투기에 맞으면 몸이 흔들려야 할 것 같은… 그런 아쉬움이 계속 드는 거에요. 시각적으로 몰입해버리니 다른 감각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어색한 게 확 느껴져버리는, 일종의 uncanny valley라고 해야 할까요. 시연 게임이 플레이어가 조종석에 고정되어 있는 전투기 게임인 것도 그 때문일 텐데요. 지난 수십 년동안 몰입감을 위해 FPS에서 여러 방식으로 갈고 닦아온 문법, 플레이어의 손이나 발을 보여줬던 방식이 오큘러스에서는 구조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파고든 게 트레드밀 위에서 오큘러스를 쓰고 게임하는 Virtuix의 Omni지만, 글쎄요, 그런 식으로 대중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뭐냐. 그럼 오큘러스는 결국 번듯하지만 쓸모 없는 기기라는 거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렇지는 않을 거에요. 오큘러스로 본 세상은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그 매력 때문에 언젠가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오큘러스, 또는 그와 비슷한 형태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기기로 우리가 주로 하는 것이 게임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 사실 쓰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자마자 ‘와, 플라니타리움을 이걸로 보면 정말 끝내주겠는데!’, ‘그랜드캐년처럼 끝없이 탁트인 경치 좋은 곳 가보고 싶다.’, ‘바티칸 성당처럼 큰 건물 안에서 둘러보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책, 그림, 사진, 영화가 해왔던 현실의 재연을 다음 차원으로 끌어올릴 디스플레이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큘러스가 그런 지점까지 도달한다면, 그건 결국 게임 덕분일 거에요. 플랫폼의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건 게임인 것 같더라고요. 조금 다른 예지만 페이스북도 소셜 게임 덕분에 수많은 바이럴 채널을 개발하고 실험하면서 현재와 같은 단계까지 올랐다고 보거든요. 그것처럼 오큘러스에서도 이런 저런 게임들이 초기 사용자를 모으고 개선하고 필요한 기술들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큰 역할을 해나가겠죠. 그리고 그런 게임들은 초창기 소셜 게임들이나 터치 기기용 게임이 그랬듯 기존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 눈에는 ‘게임도 아닌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게임이 대체 뭐냐고요? 글쎄요. 그걸 알면 제가 지금 만들겠습니… 뭐, 처음은 비슷하게 온갖 장르의 원형부터 시작하지 않을까요?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라면… 시선을 돌려가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한다던가, 주변의 사물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는 고전적인 포인트앤 클릭 어드벤처라던가, 포탑이 되어 머리 위를 포함한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물리치는 게임이라던가, 뭐 여러가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플레이어는 목 아래를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니 엑스맨의 찰스 재비어가 되어 주변 인물들을 조종하는 게임도 잠시 생각해봤었네요. 망상은 요 정도까지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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