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홈쇼핑에서 사셨다면서 견과류 제품을 두 상자 주셨습니다. 상자 하나에는 ‘아침용’, 다른 하나에는 ‘오후용’이라고 적혀 있고, 각 상자에는 아래와 같이 낱개 포장된 견과류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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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포장 모두 양은 같고, 포장을 뜯어 보면 내용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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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아몬드가 공통으로 들어 있고, 그외 아침용에는 블루베리와 캐슈넛, 오후용에는 크랜베리와 헤즐넛이 들어 있는 것이 차이였는데요. 평소 견과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제품, 정확히는 이 제품의 ‘재포장’에 대해서는 조금 놀랐습니다. 인상 깊은 부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휴대용 포장: 견과류는 보통 큰 병에 넣어서 파는데요. 덕분에 집에서만 조금씩 덜어 먹어야 하죠. 하지만, 이렇게 20g 단위로 만들면 휴대하며 먹을 수 있습니다. 양도 정량으로 먹을 수 있고요. 흔히 모바일에서 콘텐츠는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bite-size)여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 그대로 한 입거리로 만들어낸 셈입니다.

2. 베리류 첨가: 견과류는 보통 한 종류만 팔거나 견과류끼리만 섞어서 팝니다. 그래서 식감도 좀 퍽퍽하고 맛도 지루한 편이죠. 이 제품은 소포장이다 보니 베리류도 함께 넣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식감도 좀 더 다양했고 맛도 더 상쾌했습니다. 기존의 ‘영양 식품’으로만 치부되던 것에 ‘맛’을 추가한 셈이죠.

3. 오전/오후의 스토리 텔링: 사실 견과류의 휴대용 포장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습니다. 베리를 섞은 것도 인상적이지만 건포도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리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전/오후라는 ‘스토리 텔링’에는 좀 감탄했네요. 보통 야채는 ‘하루 야채’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얼마니까 이것 하나만 먹으면 된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거죠. 그런데 이 제품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이라는 방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침과 점심, 정해진 때에 정해진 양만큼 먹는다’라는 행동 방식은 보통 약 먹을 때 하는 것이죠. 견과류는 보통 기호로 먹는 간식으로 치부되는데, 이 포장 방식을 통해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영양제’라는 후광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해당 홈쇼핑 광고를 보진 않았지만 이 세 가지 특징 덕분에 광고를 만들기 아주 좋았을 듯합니다. ‘견과류 챙겨 먹기 힘드시죠? DHA 성분이 들어 있어 두뇌 발달에 좋은 견과류, 견과류로 비타민 B와 비타민 E, 베리 류로 비타민 C까지 한 번에 챙기세요. 하루에 두 번 필수 영양 꼭 챙기세요! 참, 휴대용이라 직장 다니는 남편이나 학교 다니는 아이들 간식으로도 딱이에요!’ 그럴싸하죠?

물론 이렇게 재포장하는 데에는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입니다. 각 견과류를 분량만큼 모아서 한데 합치고 이를 낱개 포장한 다음 개수만큼 모아서 또 상자에 담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재포장으로 얻는 추가 수익은 비용을 훨씬 웃돌겠죠.

요새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재포장이 꽤 화두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쪽에서는 보통 오래되어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여러 이유로 현재 사람들의 눈에 띄지 못하는 콘텐츠들을 특정 테마로 재포장해서 ‘발견’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이처럼 재포장을 통해 제품을 더 비싸게 만들어내는 건 디지털에서 현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디지털에서 각 콘텐츠 가격의 합보다 패키지가 싸야지, 더 비쌀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비디지털에선 이런 방식의 재포장도 있으니 디지털에선 또 어떤 방식이 가능할 지 생각해보는 건 의미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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