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7일의 글을 옮겨 옵니다. 그때는 너무 자세히 적었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온라인 게임은 이렇게라도 보존해둬야 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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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스토리의 역할이나 비중에 대해서는 수많은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스토리가 훌륭하다고 칭찬받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존 카맥처럼 다소 극단적으로 스토리는 별 필요없다고 얘기(‘Story in a game is like a story in a porn movie. It’s expected to be there, but it’s not that important.’)하는 경우도 있죠.

사실, 장르의 특성이 스토리가 비교적 잘 어울리는 게임들도 있지만, 스포츠 게임이나 퍼즐 게임 등에서 스토리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에 무리하게 스토리를 넣으면 게임과 스토리가 따로 논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레이튼 교수가 그런 예일 수 있겠죠.

그럼에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게임에 스토리를 계속 넣으려고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GDC2011에서 데드스페이스2의 스토리 작가였던 Jeremy Bernstein은 아주 간단하게 얘기하더군요. “게임에서 스토리는 필요없어요. 스토리 안 넣어도 게임은 돼요. 그런데 왜 스토리를 넣냐구요? 사람들이 스토리를 좋아하니까요! 예전의 구전 신화부터, 소설이나, 영화들을 봐요. “라고 말이죠.

하지만, 게임을 하는/만드는 사람들이 원한다고 해도, 스토리와 게임 시스템이 조화롭게 상승 작용을 일으키게끔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거에요. ‘대사나 컷신을 스킵할 수 있어야 하느냐.’라는 질문도 그 중 하나일테고요.

아, 시티빌 얘기하려다가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네요.

네. 시티빌에서의 스토리 텔링에 대해 얘기하려고요.

전통적으로 타이쿤 장르는 스토리 텔링이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행동에 따라 조금씩 발전/성장하는 무언가를 보면서, 플레이어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제가 위룰 할 때 이랬죠.), 스토리보다는 시스템이 중요한 게임이고, 그래서 게임을 만든 사람이 플레이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는 굉장히 힘든 구조라고 생각했어요.

소셜 게임에서 스토리 텔링도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웠어요. 타이쿤 형태 외에 다른 장르들도 소셜 게임으로 많이 들어왔고, 개중에는 어드벤처 북이나 RPG 형태로 들어온 것들도 있었는데, 싱글 게임도 아니고, 그렇다고 리얼 타임도 아닌, ‘다수가 비동기적으로 즐기는 게임’에서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건 쉽지가 않았죠. 적어도 제가 접해본 것 중에서는 신통한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되더라고요. ‘타이쿤 게임에서 스토리 텔링‘이라는 것이요. ‘소셜 게임에서 스토리 텔링‘이라는 것이 말이죠.

그냥 바로 예로 들어갈게요.

시티빌은 원래 아래 그림처럼 되어 있었어요. 처음 시작하면 철길 바로 동쪽에서부터 시작했고, 이후 도시가 성장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죠. 상대적으로 한계가 적은 서쪽과 북쪽에 비해, 남쪽은 바다, 동쪽은 강으로 막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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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월 하순부터 아래 그림(5월 26일에 캡처)처럼 강 위에 헬리콥터가 하나 떠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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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아래처럼 강 건너를 쌍안경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b0124377_4dfb40a681aef‘어, 이제 강 건너갈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다른 설명은 하나도 없고, 그냥 며칠 동안 저렇게 헬기가 떠있기만 하니 좀 궁금했었죠.

그러다가 며칠 뒤 아래 그림이 떴어요(이때는 따로 캡처를 안 해서, 인터넷 서핑으로 찾은 그림이에요.).

b0124377_4dfb41daea6df“이 지역을 개발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다리만 놓으면 되겠네요. 인구 수를 5,000명까지 늘려 준비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떴죠. 마침 제가 당시에 인구 수가 4,500 정도였는데, 저 메시지를 보고 열심히 또 도시를 확장하기 시작했었네요.

그리고, 지난 6월 10일. 다리 건설 캠페인이 메인에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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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재료가 많이 필요했고, 그래서 준비하는 데에 한참이 걸렸습니다. 친구 분들께 며칠을 조른 끝에, 오늘에야 다리를 놓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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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도 많이 들었는데, 짓는 데도 한참 걸리더군요. 무려 에너지 20. 정말 한땀 한땀 다리를 짓는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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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지을 수 있을까.’하고 며칠을 바랐던 것이어서 그런지, 나름 뿌듯했죠. 그런 마음을 아는지, 보상으로 폭죽도 터져주시고~. 그 뿌듯한 마음으로 도시를 다시 둘러보는데… 어라? 다리의 동남쪽에 웬 크레인이 있습니다. 이건 또 뭔가 싶어서 쳐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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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부자가 될 거에요. 전세계의 친구들이 놀러올 테죠! 여기 땅은 호텔을 처음 짓기에 안성맞춤이에요. 나중엔 리조트를 지을 수 있을 테고요. 올 여름 아주 재미있고 바쁘겠는데요?”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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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메시지를 보고서는 정말 “징가, 이 녀석들!” 싶더군요. 대체 이번 여름 업데이트는 어떻게 할 생각이길래 이렇게 당당하게 예고편까지 올리는 걸까 싶기도 했고요.

사실 다리를 완성할 때까지는 평소의 캠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의 이 메시지를 보고 나니 ‘어, 이거 예고편이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리해보면, 이런 형태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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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존의 퀘스트들도 본편의 구조는 다 갖고 있었죠. 그런데, 여기에 본편의 예고편으로 프롤로그, 그리고 다음편의 예고편으로 에필로그가 붙으면서, 단순한 퀘스트가 아니라 게임의 주요 콘텐츠(‘여름에 리조트 영역 업데이트’)를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로 묶게 됐습니다.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에서는 어느 정도 쓰고 있는 기법이었을 테고, ‘예고편’이라는 형태는 위팜의 공지 팝업 화면 등에서도 이미 선보이긴 했었어요.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소셜 게임 그리고 타이쿤 게임에 스토리를 녹인 것을 보니, 꽤 신선하더라고요.

비동기적이긴 하지만 게임의 시계가 플레이어의 시계와 같이 흐른다는 소셜 게임의 특성 덕분에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른 게임에서의 스토리들과는 달리, 현재 이 시점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것, 즉 2-3주 뒤에 이 퀘스트를 하는 플레이어는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묘하기도 하네요. 하긴, 와우도 오리지널 시절에 던전을 돌던 사람과, 지금 와우를 시작하는 사람의 스토리 경험은 다를 수 밖에 없긴 하네요.

다음으로 궁금한 건, 여름에 호텔/리조트 업데이트를 할 때, 그때에도 다리 퀘스트를 아직 못한 사람들(새로 들어오거나, 아직 레벨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풀 것인가 하는 부분이네요. 아마 좀 지나면, 다리를 쉽게 지을 수 있게 조건을 낮출 것 같고, 여름 업데이트가 다가왔을 때에는 거의 그냥 지을 수 있게 하는 식으로 풀 것 같긴 하지만요.

음, 이렇게 길게 할 얘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간만에 여러 생각이 들어서 호들갑 좀 떨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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