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2011년 7월 19일의 글입니다. 사실 이후 만든 게임에서 이런 고레벨 유저의 공간 문제를 풀지 못해서 엄청나게 고생했던 지라, 저 시절에 시티빌이 푼 거 보면서 감탄한 걸 보니 괜히 더 괴롭긴 하네요. 남이 한 거 잘 뜯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해보면 진짜 그 이상으로 힘든 경우가 많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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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글을 쓰는데, 또 시티빌 얘기네요. 어쩌겠어요. 요새 하는 게임이 이것 밖에 없고, 얘기 꺼리도 많은 걸요. 오늘은 시티빌의 예로 타이쿤 소셜 게임에서 맵 넓히지 않고 고레벨 플레이어 붙잡는 것에 대해 얘기하려고요. 원래 이 다음에 이어질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 글을 안 써두면 얘기가 안 이어질 것 같아서, 일단 하나 잘라서 먼저 올립니다.

언젠가는 그만두는 것이 게임의 운명이라지만..

모든 게임은 언젠가는 그만두게 돼요. 엔딩이 있는 전통적인 패키지 게임에서라면 끝을 보고 나서 그만두는 때가 많을 테고, 온라인 게임에서라면 한창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하게 되겠죠. 상황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이유를 하나로 묶자면 ‘게임에서 더 할 만한 것이 없을 때, 더 해봐야 새로운 재미가 없을 때’ 그만둔다고 볼 수 있을 거에요.

언젠가는 플레이어에게 외면 받는 것이 필연적인 숙명이라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게임을 오랫동안 즐겁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만든 사람으로서의 보람도 있겠고, 프랜차이즈에 대한 기억을 좋게 남겨 후속작에 대한 충성팬들을 확보하는 게 목표일 수도 있겠죠.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게 수익과 바로 이어지는 만큼, 신규 유저 유입만큼이나, 기존 유저의 이탈을 막는 것이 큰 목표라고 하더라고요. 컨텐츠 업데이트나 대규모 확장팩 등 라이브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소셜 게임은 기존의 온라인 게임보다도 수명이 짧은 편이라고 해요. 초창기 소셜 게임에서는 몇 달 내로 게임을 뚝딱 만들어 사람 끌어모으고, 사람들이 두세 달 그것 재미있게 갖고 놀다가 그만 둘 때쯤 되면, 그 사람들에게 또 새로운 게임을 선보여서 더 끌어모으고 하는 식으로 틀을 잡는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플랫폼과 게임의 특성상 게임 수명이 짧은 편이지만, 월 정액 모델이 있는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소셜 게임은 전적으로 부분 유료화에 의존하고 있죠. 게다가 게임을 시작하게 하는 게 친구였던 만큼 친구가 그만두면 같이 그만 둘 확률도 높아지고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내려면 어떻게든 사람들, 특히 그동안 즐겁게 해왔던 고레벨 유저들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야겠죠.

타이쿤 소셜 게임에서 고레벨의 재미

뭉뜽그려서 소셜 게임이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워낙 장르가 다양하다 보니 해법은 제각각일 거에요. 이 글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타이쿤 소셜 게임에 한정해서 얘기해보려고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타이쿤 소셜 게임을 오래하면서 다음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1. 차근차근 복잡해진(=발전한) 마을에서 느끼는 성취감.
2. 고레벨 전용 건물을 둘러싼 소유욕. 이미 가진 사람에 대한 부러움과 아직 갖지 못한 사람에 대한 우월감.
3. 시각적으로 다양한 건물들을 수집하는 재미.

b0124377_4e2456842b4df위의 그림은 제가 위룰 한창 할 때의 스크린 샷인데요. 위에서 얘기한 재미들이 다 들어가 있죠. 굉장히 초라하게 시작한 마을이었지만, 제법 그럴싸하게 복잡해졌고, 성 주변에는 고레벨용 건물들도 꽤 있고, 심지어 (내게도 뿌듯하지만, 남들에게 자랑하기에 좋은) 유료 건물도 있죠. 일반 주택 빼고는 같은 건물은 고집스럽게 한 채씩만 지어서 건물도 각양각색이었고요.

추가 맵을 제공한 위룰의 실패

하지만, 마을의 맵은 한정되어 있는데, 부지런히 성장하다 보니 이내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아기자기한 걸 넘어서서 너무 빽빽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작사 쪽에서 새로운 건물로 소유욕을 자극해도, 새 건물을 놓을 곳이 마땅찮으니 시큰둥해지고요. 어찌저찌 새 건물을 놓는다고 해도, 건물 하나 놓을 때마다 기존 건물들을 조금씩 옮겨줘야 하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생기더라고요. 남에게 내 마을을 자랑해야 하는데, 마치 창고에 물건 쌓아두듯이 건물을 딱딱 붙여놓으니 예쁘지도 않고 말이죠.

맵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건물의 총면적은 증가하기만 하니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문제인 거죠.

고레벨 유저를 붙잡아야 하니, 매력적인 새 건물을 줘야 하고, 그러려면 그 건물을 둘 맵이 생겨야 했습니다. 그래서, 위룰은 맵을 추가했습니다. 맵의 최대 크기를 지금 시점에서 더 크게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플레이어에게 맵을 추가로 더 줬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흰색 점선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을 누르면, 화면 전체를 다른 추가 맵을 보여주는 식으로 전환했던 거죠.

처음에는 남쪽 하나, 그 다음에는 서쪽, 동쪽, 북쪽의 영지를 추가로 가질 수 있었고(물론 게임 내 돈을 써서),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시스템에서 처음 기획했던 맵의 5배에 달하는 영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영지가 늘어난 만큼, 플레이어는 다시 그 공간을 채우는 재미가 생겨났고, 그만큼 플레이어를 오래 붙잡을 수 있게 됐으니 성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 추가 맵이 열린 뒤로도, 위룰은 굉장히 오랫동안 유저들을 붙잡았고, 오히려 더 큰 성공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물론 아예 맵을 추가하지 못해서, 기존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는 것보다는 나았겠지만, 전 이 맵을 넓히는 방식 때문에 잃은 것도 많다고 봐요.

추가 맵이 열릴 때 게임의 재미가 확 떨어졌거든요. 기존에는 내 마을이든 친구의 마을이든, 한 번만 로딩하면(위룰은 서버 상태가 안 좋아서 로딩하는 데에도 한참 걸렸어요.)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내 마을이라도 다른 맵을 보려면 여기저기 누르면서 로딩하고, 그나마도 전체로 못 보고 조각으로나 보게 된 거죠. 친구 마을을 구석 구석 둘러본다는 건 정말 어지간히 시간 여유 있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일이 되어버렸고요.

그렇다면, 시티빌의 해법은?

시티빌도 위룰과 기본적인 재미와 시스템적 한계는 동일해요. 맵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맵에 유저가 뭔가를 새롭게 꾸미고 자랑하는 것에서 재미를 얻어야 하죠.

하지만, 이 한정된 공간을 유저에게 제공할 때 여러가지 다른 방법을 쓰고 있어요. 지난 번에 쓴 타이쿤 소셜 게임에서의 스토리 텔링: ‘시티빌의 다리 건설’ 캠페인의 예에서도 적었지만, 맵을 한 번에 전부 다 개방하지 않고 강 건너편은 막아두었다가 ‘다리를 지어 강 건너로 진출한다’라는 캠페인을 만든 것도 그런 방법 중 하나에요.

이 글에서는 그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시스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시티빌은 아래의 방법들을 이용해서, 한정된 맵에 플레이어가 기존 건물의 면적을 줄이고, 새 건물들을 놓게 합니다.

1. 플레이어의 손으로 예전 건물을 헐게 한다.
2. 여러 건물을 하나로 합쳐 총면적을 줄인다.
3. 같은 건물을 증축(업그레이드)한다.

스크린샷으로 하나씩 보면서 가볼게요.

1. 플레이어의 손으로 예전 주거건물을 허문다.

한정된 맵 위의 건물 총면적을 줄이는 가장 화끈한 방법이에요. 플레이어의 손으로 직접 예전 건물을 허물게 하는 것이죠.

위룰에서도 그러면 되지 않았냐고요? 위룰에서는 그럴 동기가 약했어요.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 외에는 예전 건물을 부숴야 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게다가 위룰에서 건물은 가격에 따라 짓는 데 오래 걸리는 건물도 있었는데, 그런 건물은 팔아 없애기가 정말 아까웠죠.

이에 반해, 시티빌에서는 ‘플레이어가 건물을 허물게 한다’라는 명제가 기본 시스템에 반영되어 있고, 플레이어가 그렇게 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합니다. ‘인구를 확보해야 도시를 확장할 수 있다’라는 룰 때문이죠.

b0124377_4e2468def1709 처음부터 맵을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영역을 성취도에 따라 하나씩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그 성취도의 기준이 인구인 거에요. 그리고 주거 건물은 고레벨 건물로 올라갈수록 단위 면적당 인구가 늘어나고요. 그 결과, 어느 정도 진행하다 보면 도시를 ‘재개발’해야 할 때가 와요.

지금 도시가 꽉 차서, 도시 영역을 확장해야 하는데, 인구가 기준에 미달하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단위 면적당 인구가 적은 건물(저레벨 건물)을 인구가 많은 건물로 대체해서, 최소한의 조작으로 인구를 채우려고 하게 됩니다. ‘도시의 재개발’도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이고, 예전에 짓느라 에너지를 소비하긴 했지만, 위룰처럼 짓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고, 새로 짓는 건물은 도시를 확장하게 해주니, 헐고 새 건물을 지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죠.

2. 여러 상업 건물을 하나로 합쳐 면적을 줄인다.

이건 진짜 좀 놀랐던 부분이에요. 1번 만으로도 사실 맵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었지만, 문제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상업 건물’ 때문이죠. 상업 건물은 (물자를 공급해야 하지만) 주거 건물의 집세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이득을 주거든요. 도시를 확장하려면 인구를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인구가 많은 주거 건물을 지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상업 건물을 허물기에는 심리적 저항감이 있어요. 돈을 벌어주는 건물이니까요.

하지만, 고레벨로 가다 보면, 상업 건물의 수도 엄청나게 많아지고, 그에 따라 상업 건물이 차지하는 총면적도 꽤 증가하게 되죠. 플레이어의 손으로 허물 수 없다면, 시스템적으로 상업 건물들의 면적을 줄여줘야 해요.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의 저항감 없이, 아니 오히려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상업 건물들의 면적을 줄이게 할 수 있을까요?

b0124377_4e2468f104b9f 쇼핑몰을 지으면 되는 거였습니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공간만 차지하는 상업 건물들.. 하지만 헐자니 아깝고… 할 때에 쇼핑몰이 등장하더라고요. 쇼핑몰에 상점이 여러 개 들어가 있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잖아요? 게다가 쇼핑몰이라니, 그 건물 자체가 예쁘기도 하고 말이죠.

이로써 플레이어는 상업 건물의 총 면적을 줄여 좀 더 쾌적하게 게임을 하면서 쇼핑몰이라는 새로운 건물을 수집하게 됐죠. 물론 쇼핑몰 건축 과정에서 이런 저런 건축 재료를 친구들한테 요청하게 해서 징가가 바이럴 쪽을 챙기게 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일 테고요.

3. 같은 건물을 증축(업그레이드)한다.

쇼핑몰에서도 좀 놀랐지만, 이 부분에서는 정말 여러 대 맞은 기분이더라고요.

1번으로 주거 건물의 면적, 2번으로 상업 건물의 면적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요. 주거 건물, 상업 건물 외에 시티빌에는 공공 건물이라는 게 있거든요. 시청, 도서관 등의 공공 건물은 ‘시티’빌이라는 게임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시스템에서는 인구의 최대치를 담당하고 있기도 해요. 특정 면적의 현재 인구가 주거 건물의 합으로 계산된다면, 특정 면적에서 허용가능한 인구의 최대치는 공공 건물의 합으로 계산되는 셈이죠.

이게 이제 어떻게 문제가 되냐면.. 공공 건물은 게임 초반부터 짓기 시작하는데, 고레벨이 되고 나면 새로 추가되는 고레벨용 공공 건물에 비해 단위 면적당 인구 최대치가 적단 말이죠.

결국 똑같은 문제가 되는 셈인데, 그렇다면 좁은 면적에서 인구 최대치를 늘리려면 이 건물들을 헐고, 고레벨용 공공 건물을 지어야 할까요?

주거 건물이야 뭐.. 단독 주택을 헐고 인구 밀도가 높은 아파트를 짓는 게 나름 이해가 가는데, 시청을 허물고 TV 방송국을 지을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도시의 정체성을 책임지고 있는 공공건물들인데 말예요.

b0124377_4e246900d80a9뭐, 남이 해놓은 거 보니까, 참 쉽더라고요.

‘증축’하면 되는 거죠. 증축. 이미지를 더 높고 더 그럴싸한 건물로 바꾸고, 시스템 상의 인구 최대치를 올려, 건물을 업그레이드해버립니다. 굳이 공공 건물을 허물지 않더라도, 증축으로 단위 면적당 인구 최대치를 올릴 수 있는 거에요.

게다가 이건 자기 도시가 성장한 징표에요. 처음에는 시청이 참 초라했지만, 어느새 내 도시의 시청이, 도서관이, 박물관이 이렇게나 대도시에 어울리는 건물이 된 거죠. 고레벨 건물들이 대부분 높고 으리으리해서, 그 사이에 콕 박혀서 보이지도 않던 예전 건물들이 증축을 통해 키가 커져서, 잘 보이기도 하고요.

또한 이 증축 건물은 ‘고레벨 인증’ 건물이기도 해요. 뒤늦게 게임을 시작한 저레벨은 내가 이룬 단계에 오르기 전까지는 같은 시청을 지어도 레벨 1의 시청만 지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특별하냔 말이죠. 이 얼마나 자랑스럽냔 말이죠.

1번과 2번이 다소 시스템에서의 문제를 풀기 위한 기능이 컸다라고 한다면, 이 3번의 증축은 시스템의 문제를 푸는 동시에, 고레벨 플레이어들에게 보상이기도 하고,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게 만드는 동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좀 더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만큼 추가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비용도 들고 있지만요.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얘기하다 보니 한참 길어졌네요. 글 앞에도 밝혔지만, 오늘 정말 써보고 싶었던 얘기는 이 다음에 이어질 얘기에요. 제목만 써두자면 ‘사용자 행동에 대한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에 대한 실험 – 시티빌 증축의 예’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제목이 너무 거창하려나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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