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게임 구매/실행 플랫폼인 스팀(속칭 ‘게임을 사는 게임’)은 지난 6월 19일부터 6월 30일까지 ‘여름 세일’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동안 스팀이 실험했던 여러가지 방법들이 총출동한 듯해서 당시 메인 페이지를 위에서 아래로 훑으면서 UX와 심리학 관점에서 눈에 띄는 대로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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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정 할인 판매: 24시간 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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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페이지의 가장 위쪽에는 스팀의 여러 판매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한정 판매’가 자리 잡았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상품의 수량을 제한해서, 즉 공급을 줄여서 ‘한정판’ 또는 ‘한정 수량’이라는 형태로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팀의 게임은 모두 디지털 게임이고 이런 디지털 콘텐츠에는 재고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정 수량’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팀은 각 게임의 ‘할인 폭을 시간에 따라 제한’하면서 또다른 형태의 프리미엄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남은 시간을 카운터 형식으로 보여줘서 ‘다음 기회는 없을 지도 모른다’라는 심리도 갖게 만들고요. 이렇게 캠페인 기간 동안 24시간마다 총 8-9종의 게임이 한정 할인 판매 목록에 올랐습니다.

2. 한정 할인 판매: 8시간 롤링Steam_Summer_Main copy 2위의 한정 판매 방식과 동일하지만, 3종의 게임을 따로 빼서 8시간마다 한정 할인 판매를 따로 걸었습니다. ‘시간 제한 프리미엄’은 24시간 때와 동일하지만, 8시간 롤링은 캠페인 기간 동안 사용자들이 그동안 자신의 사용 습관과 다르더라도 최소한 8시간마다 스팀에 접속하도록 유도하는 면이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8시간마다 결제하게 만드는 면도 있었고요.

게임 선정은 위의 24시간 판매가 상대적으로 주류 게임 또는 판매량이 많을 게임이 대상이었다면, 8시간 판매의 게임들은 상당히 취향을 타는 일종의 틈새 시장용 게임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24시간 롤링과 함께 묶여 ‘이번 8시간 롤링에는 맘에 드는 게 없어. 하지만 24시간 롤링에는 사고 싶은 게 있으니, 다음 8시간 롤링 목록을 기다려봐야지.’라는 식으로 사용자가 사이트에 돌아올 것을 약속하게 만드는 효과는 꽤 강력했다고 생각합니다.

3. 여름 모험: 팀 구매전, ‘어느 팀이 돈을 더 많이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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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번 여름 세일 캠페인에서 처음 등장한 판매 방법인 듯한데요. ‘팀 구매전’, 즉 ‘어느 팀이 돈을 더 많이 쓰나?’를 놓고 경쟁하도록 만든 방법입니다. 돈 많이 쓰는 시합이라니 그 발상이 조금 어처구니 없기도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돈 많이 쓰는 것을 경쟁하는 게임’을 제대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화면은 메인 페이지에서 여름 모험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일종의 랜딩 페이지고, 위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클릭하면 별도의 ‘여름 모험 페이지'(이것도 페이지를 통째로 올려야 할 듯?)로 연결됩니다. 게임의 구성 요소를 목표, 룰,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라고 본다면, 이 여름 모험의 게임 구성 요소는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목표: 상대팀보다 더 게임을 많이 사고 스팀의 여름 캠페인(투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2) 룰
– 전체 사용자는 5개의 팀에 임의로 배정됩니다. (아마 소셜 그래프나 구매 레벨 등으로 묶인 듯합니다.)
– 각 사용자의 게임 구매 행위와 여름 캠페인 참여 행위는 점수화해서 계량화됩니다.
– 각 사용자의 일일 점수는 참여 팀의 일일 점수에 합산됩니다.
– 매일 1등부터 3등 팀의 팀원 각 30명, 20명, 10명은 자신들의 찜목록에 있던 게임 3개, 2개, 1개를 선물로 받습니다.
– 그외 게임 내 아이템, 커뮤니티 아이템, 팀 토큰, 트레이딩 카드 등 메카 게임의 보상도 받을 수 있습니다.

(3) 피드백 시스템
– 아래와 같이 전체 캠페인 기간 동안의 1위 팀을 표시합니다. (순서대로 퍼플-레드-그린-핑크-블루-레드-레드-레드-핑크 우승)Steam_SummerAdventure copy– 아래와 같이 일일 기록도 공개합니다. (따로 캡처하지 않았지만 ‘일일 점수 분석 결과 확인하기’를 클릭하면 시간대 별 기록도 공개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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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발적 참여: 이와 같은 ‘여름 모험’ 페이지는 전적으로 자발적. 팀 배정은 임의대로 이뤄졌지만, 여름 모험에 참여 여부와 스팀의 기능(게임 구입, 실행, 할인 여부)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일종의 보너스 개념이죠.

간단하게 요약했지만, 사실 이 ‘여름 모험’은 위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목표, 룰,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 등 게임의 구성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일종의 ‘메타 게임’입니다.

4. 투표: 자기 일관성, 약속, 선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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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모험’ 아래로는 위와 같은 ‘투표’ 섹션이 있습니다. 할인 게임 4종의 8시간 롤링인 셈인데요. 1, 2의 24시간 롤링, 8시간 롤링이 스팀 측의 선정이라면 이 ‘커뮤니티의 선택’ 섹션은 사용자들의 의사가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입니다.

위 캡처 화면에서는 비활성화되어 있지만, 활성화되어 있을 때 투표하기를 누르면 아래와 같은 양자택일 투표 화면이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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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해놓은 8종의 게임을 각 4종씩 묶고 각 패키지를 소재 또는 장르 키워드로 라벨링한 다음 양자택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위 화면에서는 Ailens vs Zombies 라는 양상이 만들어졌는데, 기억하기로는 ‘인디 플랫포머’, ‘8bit 레트로’, ‘핵앤슬래시’ 등등 장르로 구분하는 키워드들도 꽤 있었습니다.

이런 투표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1) 자신의 취향을 선언한다: 두 가지 대비되는 소재의, 또는 장르의 게임 패키지들을 놓고 한 쪽을 고르게 한다는 건 ‘나의 취향은 이 쪽이야.’라고 선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투표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고 확립하는 행위인 셈이죠.

(2) 투표 결과를 확인하러 다시 들어온다: 무엇인가를 선택했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는 게 인지 상정입니다. ‘커뮤니티의 선택’ 할인 제품들은 앞의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8시간 롤링 할인이지만, 투표, 투표 마감, 게임 할인으로 그 8시간이 쪼개지면서 좀 더 짧은 시간에 사용자들이 돌아오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3) 투표에서 이겼을 때 구입해야 할 것 같은 부채감을 유도한다: ‘자기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1)에서 투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했는데, 해당 게임 패키지가 투표에서 이겨 정말 할인에 들어갔다면, 사용자는 해당 할인 게임들을 구입해서 선언한 정체성을 완성하고자 합니다. 조금 과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내가 찍어줬으니 사줘야지.’하는 부채감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5. 추가 기회 제공: 24시간 롤링 앵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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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선택’ 아래에는 위와 같이 ‘어제의 대박 할인’이 있습니다. 1에서 다룬 24시간 한정 할인 판매를 앵콜한 셈인데요. 일단은 24시간마다 들어오지 못한 사용자들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목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24시간 할인 목록에 그 이전 24시간 할인 목록을 함께 보여주면서 총 48시간 18종의 할인 게임들을 통해 이 ‘여름 세일’ 캠페인의 영속성(‘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네?’)과 특별성(‘와, 이런 대박 게임들의 대박 할인이!’)을 나타내는 것도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여름 세일 고급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겠죠.

캡처 화면 오른쪽의 찜목록-이메일 알림은 4에서 다룬 자기 선언(일관성 유지)와 맥락이 통하겠고요. 모바일 앱의 경우는 그저 놀라울 뿐이죠. 8시간마다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없더라도 모바일로 이 여름 세일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까 말예요.

6. 가격대별 베스트 셀러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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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페이지의 가장 아래 부분에는 위와 같이 가격대별 베스트 셀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메인 페이지 어디에선가 나왔던 게임들이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는 ‘가격대’로 다시 정렬해서 인기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이런 가격대별 상품 정렬은 그 자체로도 상품 조회 및 판매에 좋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바로 다음에서 다룰 장바구니 UI와 합치면 꽤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7. 장바구니 UI와 트레이딩 카드: 10$ 단위의 결제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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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페이지에 표시된 수많은 게임들을 구경하다가 구매할 게임들을 골라 결제하기를 누르면 위와 같은 화면을 만나게 됩니다. 화면 상단에는 각 게임의 썸네일, 이름, 원래 가격, 할인된 가격이, 그리고 그 아래로 구매 총액이 보이죠.

그리고, 그 아래에 주황색 선 테두리의 섹션이 하나 더 있습니다. 10$를 채울 때마다 여름 모험 트레이딩 카드(이는 따로 설명 안 했는데, 일종의 페이백 쿠폰으로 보시면 됩니다.)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와 함께 진행률이 게이지 형태로 나타나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지만, 저런 게이지 형태의 UI를 보면 조금 더 진행해서 완결 시키려는 것이 공통 심리라고 합니다. 거기에 해당 게이지를 완료했을 경우 약간의 추가 보상 또한 있으니, 이미 구매하겠다고 마음 먹은 사용자가 총액을 조금 더 늘리게 하는 데에  아주 효과적인 UI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이지를 만난 다음 약간 멈칫해서 메인 페이지로 돌아가서 다시 좀 더 살 것을 찾다가 페이지 맨 아래까지 내리면 ‘가격대별 베스트 셀러’가 짜잔-하고 나와있는 거죠.

* 여름 세일 캠페인 총정리

지금까지 정리한 부분들을 전체 메인 페이지에서 구성 요소 별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steam.002* 스팀 2014 여름 세일 캠페인,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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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다양한 캠페인에 힘입은 결과 스팀은 지난 6월 29일 동시 접속자 수 8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스팀 전체 액티브 유저가 2014년 1월 기준 7500만 명이라고 하니 전체 액티브 유저의 약 10% 정도가 동시 접속한 것으로 보면 되려나요.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네요.

작년 여름 때 기사 훑기: 스팀 여름 세일의 심리학을 쓴 뒤로 스팀 캠페인을 눈여겨 봐왔는데, 이후 캠페인마다 조금씩 정교해지더니 이번 여름 세일은정말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보여주는 듯하네요. 다음 세일 캠페인 때는 또 어떤 점들이 달라지고 개선될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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