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heMoon

엔딩을 보는 데에 세 시간 정도 걸립니다. 딱히 ‘실패라는 게 없’으니 세 시간 정도 시간을 들이기만 하면 누구나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달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마지막으로는 조금 씁쓸하면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세 시간이었습니다.

그래픽이 실제처럼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서정적인 이야기를 화면 연출과 음악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정성들여 ‘전달’하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네, 눈치 채셨겠지만 투 더 문(To the Moon)은 컴퓨터에서 실행하고 플레이어가 조작할 부분이 있으나, 게임이라기보단 인터랙티브 무비에 가까운 무엇입니다. 이야기 흐름에 따라 한정적인 공간에서 곳곳을 눌러보며 그 곳에 숨은 이야기들을 따라 읽고, 다시 다음 이야기를 앞 이야기와 맞추는 것을 반복하다가 이야기의 마지막을 봅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하고 선택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 선택들이 유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게임이라고 할만한 타일 뒤집기 퍼즐이 들어가 있지만 게임과는 겉도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대부분의 콘솔용 슈터 게임이 그렇듯 플레이어의 선택이 이야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게임들도 많고, 레이튼 시리즈처럼 이야기와 메커닉이 따로 노는 게임도 많습니다. 다만 투 더 문은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적고, 이야기도 대부분 주인공으로 몰입하는 게 아니라 관찰자 시점으로 지켜보다 보니 그런 문제들이 좀 더 눈에 띕니다.

그런 면에서 게임을 굳이 좁은 의미로 한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투 더 문은 ‘게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주지는 않습니다. 조금 느낌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음악을 삽입할 수 있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옮겨도 그 경험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유머 요소를 넣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고 투 더 문을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저는 때론 웃기도, 때론 안타까워 하기도 했고, 엔딩을 보고는 꽤 한동안 여운을 느껴야 했으니까요. 게임이든 게임이 아니든 간에 투 더 문은 시각과 청각, 이야기, 그리고 플레이어의 조작이 함께 들어간 멀티미디어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정을 이리로 저리로 움직여 갑니다. ‘타인의 감정을 흔드는 창작물’이라면 영화, 만화, 소설 등 기존의 예술과도 공통점이 있는 것이고, 어쩌면 이런 점 때문에 게임이 종합 예술로 불릴 수도 있는 거겠죠.

사람들의 감정을 이끄는 게임. 지금 제가 잘 만들 수 있는 게임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그런 게임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게임 중 삽입곡으로 글을 마무리 해봅니다.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