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을 좋아하지만, 지금 차에는 블랙박스(차량용 블랙박스: 아이나비 터치뷰 사용기)만 하나 있습니다. 안 쓰는 기능이 너무 많은 종합 내비게이션을 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휴대폰을 오디오에 연결하면 어지간한 건 다 할 수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출퇴근을 거듭하다 보니 ‘운전 길이 좀 더 편하면/재미있으면 좋겠다.’라는 오래된 욕망이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제게 딱 맞춤인 기능들을 제대로 된 액정을 달아 해보고 싶어졌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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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5를 카오디오 자리에 살짝 얹어본 모습

그래서 The State of In-Car UX라는 글도 읽어 보고 이것 저것 고민해봤는데, 일단은 제가 차에서 주로 사용하는, 또는 바라는 인포+엔터테인먼트의 사용 시나리오를 먼저 정리하려 합니다. 그렇게 정리하면 최적의 해결책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먼저 운전 경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출퇴근 길은 편도로 약 20km, 출근 시간엔 많이 막혀 보통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집과 주차장 사이에 신호등은 고작 네 개. 네, 고속도로로만 다닙니다. 이 ‘고속도로’라는 게 꽤 영향을 크게 미치는데, 신호등이 있다면 빨간 불에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휴대폰을 조작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선 막히더라도 휴대폰을 조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한 손으로 휴대폰을 조작하기가 어려운 시대엔 말이죠.) 안 막힌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요.

지난 한두 달 동안 출퇴근하면서 가장 많이 쓴 앱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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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모드가 일품인 Umano

요새 가장 많이 쓰는 앱은 우마노입니다(참고: 귀로 듣는 뉴스, 우마노 Umano앱). 차에서는 아무래도 뭔가를 듣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한데요. 그래서 이전에는 포드캐스트를 썼었는데요. 쓰던 포드캐스트 앱의 사용성이 좋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포드캐스트는 기본적으로 어떤 채널을 들을 지 선택하고, 또 그 중 어떤 에피소드를 들을 지 골라야 했습니다. 물론 한 채널로 고정해둬도 되지만, 그럴 경우 늘 주제가 같아서 지루했거든요. 그렇다고 주제를 바꾸자니 (1) 상위 단계로 올라감 (2) 들을 채널을 고름 (3) 들을 에피소드를 선택하도록 조작해야 했고, 이건 운전 중에 하기에는 너무 복잡했습니다.

우마노는 ‘제가 접하지 않은 텍스트를 사람이 읽어준다.’라는 핵심 가치는 포드캐스트와 비슷하지만, 포드캐스트와 달리 그 텍스트의 선정은 제가 아닌 우마노의 몫입니다. 물론 저도 대략의 카테고리를 고를 수는 있지만, 어떤 채널의 어떤 에피소드를 듣겠다고 자세히 선택할 필요는 없어요. 특정 분야의 특정 에피소드(예: 이틀 전 BBC의 세계 뉴스)를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우마노가 ‘적절하게 골라준’ ‘지금 화제인’ 글들을 접하는 게 더 좋더라고요. 오히려 평소엔 잘 접하지 않을 글도 듣게 되어 신선하기도 했고요. 성우들의 목소리도 정말 훌륭하지만, Umano의 핵심 사용자들에게 맞춘 듯한 자동차 모드의 UX는 정말 끝내줍니다. 별 생각없이 설치했다가 정말 홀딱 반해버린 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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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쉬운 벅스의 가로 모드

우마노 다음으로 많이 쓰는 건 벅스입니다. 우마노로 텍스트를 머리에 계속 쏟아 붓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그냥 쉬고 싶은 때도 있으니까요. 차 오디오로 CD를 듣기도 하지만 요새 CD를 거의 안 사다 보니, 음악은 주로 벅스가 맡습니다.

벅스를 쓴 지는 벌써 몇 년이 되었지만,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불만은 별로 없습니다. 이런저런 기능들이 굉장히 많지만, 그냥 스트리밍만 사용하는 편이고요. 좋아하는 노래를 검색해서 듣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인기 차트를 틀거나 사용자들이 선정한 컬렉션(뮤직PD)을 들으며 새 노래를 찾는 편이에요.

하지만, 벅스 앱의 가로 모드는 여러모로 조금 아쉬워요. 전체 화면을 제대로 활용 못하는 것도 같고, RS나 EQ 등 (제가) 별로 안 쓰는 기능들은 잘 눈에 띄는데, 곡 정보가 너무 작게 나오기도 하고요. 뭐,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고 현시점에서 벅스를 대체할만한 서비스는 별로 없으니, 앞으로도 개선을 기다리며 열심히 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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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교통 정보를 위해 가끔 쓰는 다음 지도

그 다음 많이 쓰는 건 다음의 지도 앱입니다. 구글맵, 네이버맵 같은 다른 지도 앱도 많고 김기사 등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앱도 많은데요. 내비게이션은 예전부터 안 쓴 데다가 늘 가는 길이 똑같다 보니 쓸 일이 없고, 다른 지도 앱도 좀 써봤는데, 아주 치명적인 자료 오류 같은 게 없는 이상 손에 익은 것으로 계속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지도 앱은 하루에 한두 번은 쓰니까 우마노와 실행 빈도는 같지만 ‘오래’ 쓰지는 않아요. 보통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또는 차에 앉자 마자 지도 앱을 켜서 실시간 교통 상황을 보고 ‘아, 오늘 출근길은 괜찮네/괴롭겠네.’를 판단하고 우마노나 벅스를 켜는 식이죠.

그외에는 사실 빈도가 많이 떨어지네요. 시내로 다닐 때에는 신호 걸리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쓰기도 했고, 메일도 읽었지만 요샌 그러기가 쉽지 않고요. 차가 좀 구형이라 제대로 된 트립 컴퓨터가 없으니, OBD 단자를 연결해서 주행 정보를 빼와서 액정에 표시할 생각도 해봤지만,  구형이라 나오는 정보도 별로 없더라고요. 주행거리, 연비, 소모품 교체 등을 알려 주는 차계부를 제대로 꾸려보고 싶기도 한데 아직 취향에 맞는 앱을 찾지는 못했어요. 발표 동영상이나 인터뷰 동영상 같은 걸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역시 주행 중엔 무리고 말이죠.

음, 차에서 하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소박하네요. 우마노로 뉴스 듣기, 벅스로 음악 듣기, 가끔 실시간 교통 상황 보기가 전부라니… 고속도로 운전이라 조작을 최소화해야 하니까, 덩달아 사용 앱들도 정말 간결해진 느낌이랄까요. 이대로라면 그냥 3G 통신 되는 안드로이드 타블렛(넥서스 7정도?)만 하나 대시보드에 잘 매립하면 깔끔하게 끝날 것 같기도 하네요. 예전엔 큰 액정을 하나 넣고 휴대폰과 미러링하고 블랙박스와도 연결하고 후방 모니터도 거기에 같이 연결하고, 그렇게 하려면 영상 출력 전환해주는 CPU도 필요하겠고 등등등 하는 망상도 했었지만, 역시 단순하게 타블렛 하나 매립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네요.

사실 좀 더 바라는 건 ‘운전 중 조작이 필요 없는’ 상태까지 가는 거에요. Siri 등 음성 조작 인터페이스도 꽤 유행하고 있지만, 출퇴근은 굉장히 정형화시키기 좋은 패턴이라서 ‘위치 정보’를 엮어서 일종의 매크로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아침에 차에 타서 시동을 걸면, 지도 앱 띄워서 실시간 교통 상황 보여준 다음, 바로 우마노를 띄우는 거죠. 그렇게 쭉 달리다가 회사 부근 톨게이트에 이르면 힘찬 노래를 하나 틀어주면서 기분을 전환시키는 거죠. 저녁에 차를 타면 휴식하기 좋은 노래를 알아서 틀어주다가 집에 도착해서 주차할 때쯤엔 내일 일기 예보를 보여주고 말이죠. 어차피 장소 별로 패턴이 정해져 있으니 자동화하기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주변 분들께 얘기했더니 “운전이 자동화되어야죠. 무인 운전 말예요.”라는 말씀이… 아, 그렇죠. 그게 궁극이겠죠.

그래서 뭔가 쓸모 없어진 이 글은 황급하게 마무리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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