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마수트라에 ‘모바일 게임을 위한 스토리텔링 팁 (Narrative tips for mobile games)’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제목에 혹해 눌렀다가 “뭐야, 뜬금없이 왠 캐슬빌?”하며 쓴웃음을 지었네요. ‘징가의 캐슬빌’이라면 글자 자체에 휘황찬란한 광채를 붙여서 읽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2015년 현재 ‘징가의 모바일 캐슬빌’이라는 게임은 아무래도 큰 관심 끌기는 어렵거든요. 그럼에도 저는 이 글을 꼼꼼하게 읽었고, 결국은 이렇게 요약/소개까지 하게 되네요. 그 이유는 일단 글부터 소개하고 밝혀 보죠.

castleville

캐슬빌 레전드‘는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페이스북 게임 ‘캐슬빌’의 모바일 버전인데요. 간단하게 게임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 플레이어는 영토 확장하고 영토 곳곳의 npc 캐릭터들을 구출하며 왕국을 세우는 게 목표.
  • 게임은 일종의 시티빌더, 즉 “투자해서 꾸미는(invest and express)” 루프에 의존하는 장르.
  • 즉, 뭔가를 건설하고, 수확해서 제조하고, 그걸 팔아 자원 얻은 다음 더 큰 것 짓고 등등.

페이스북 버전과 달리 모바일에선 퀘스트 시스템에 여러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 일직선의 큰 스토리라인 대신, 캐릭터마다 짧은 완결성 있는 이야기, 즉 에피소드를 진행하게 함.
  • 이렇게 하면 캐릭터 별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각각의 기-승-전-결도 다르게 됨.
  • 그 결과, 플레이어는 항상 특정 캐릭터의 이야기를 진행 중이고, 따라서 할 것 없다는 느낌 적음.
  • 캐릭터가 여럿이니 이야기를 조각내서 이곳 저곳에 일종의 “빵조각 흩어놓기“처럼 뿌려놓을 수 있음.
  • 그 결과 플레이어는 이쪽 저쪽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모바일에서도 큰 이야기를 그릴 수 있음.

그런 목적을 위해 퀘스트 시스템은 아래와 같이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 캐릭터에 퀘스트를 묶어서, 퀘스트를 통해 이야기 전달.
  • 플레이어가 영토 확장해서 캐릭터 구출하면, 새로운 지역, 스토리, 제조법, 자원 해제됨.
  •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좀 더 몰입할 수 있고, 게임을 장기적으로 계속 진행하게 됨.

하지만, 모바일 버전을 처음 하다 보니 여러 실수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 게임 진행도에 맞춰 스토리 밸런스 조절 실패: 그 결과 퀘스트가 부족해짐.
  • 플레이어가 끊임 없이 움직이고 성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퀘스트 천천히 주려다 실패.
  • 예를 들어 퀘스트 하나 당 달성 조건이 세 개인데…
  • // 그 중 두 개를 레벨업으로 넣어서, 엄청나게 오래 걸리고 똑같은 일을 두번 하게 했다거나.
  • // 달성 조건 세 개 모두 한 건물에서 진행해야 해서, 플레이어가 멍하니 기다려야 했다거나.
  • 라이브 이벤트로 퀘스트를 넣어야 하는데, 저레벨 유저들도 퀘스트를 진행하게 하고 싶은데…
  • // 하지만, 퀘스트는 캐릭터에 묶여 있고
  • // 캐릭터 종류와 개수는 플레이어의 진척도에 제한 받다 보니…
  • // 저레벨 유저들도 모두 볼 수 있는 캐릭터는 3-4종 뿐!
  • // 그럼 라이브 퀘스트는 3종 캐릭터만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네?!?

위와 같은 일들 말이죠.

이쯤에서 이 글을 소개하는 이유를 밝히자면, 따로 포스트 모템을 하진 못했지만 이게 딱 2년 전 제가 당시 하던 프로젝트에서 일어났던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굵은 글씨로 표현한 부분은 거의 똑같아요. 게임 장르도 비슷하고, 영토 확장에 캐릭터와 캐릭터 이야기를 보상으로 걸은 것도 같고, 캐릭터에 퀘스트를 묶은 것도 같고, 출시 뒤에 금세 퀘스트 동나서 아무리 써도 부족한 것도 같고, 심지어 캐릭터를 총 15종 넘게 만들었는데 라이브 이벤트 퀘스트는 4종 캐릭터만으로 이야기를 써야 했던 건 숫자조차 비슷하네요.

이 글 읽으면서 그때 생각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아마 지금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면 그런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게 필사적으로 다른 해법을 찾았겠지만… 태평양 건너에서 지금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걸 보니, 기분 참 묘하네요.

원문에서는 ‘그래도 모바일에서 짧은 퀘스트들로 스토리텔링하는 건 의미가 있고, 플레이어가 어딘가 막히거나 목표를 잃지 않게 퀘스트를 충분히 많이 만들고 빵조각 흩뿌리기 테크닉을 쓰면 모든 것이 잘 되리라.’라는 식으로 글을 맺고 있는데요.

거기에 대해선 2년 전의 제가 답할 수 있습니다. “안 될 거야, 아마.”

캐릭터에 퀘스트 바인딩한 문제나, 라이브 이벤트 퀘스트 문제 등은 어찌저찌하면 풀 수도 있겠지만, ‘엔딩이 없는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지루하거나 길을 잃지 않을 정도로 퀘스트를 충분히 많이 만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퀘스트 기반 스토리텔링엔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그 장점 때문에 사람을 무한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럼 모바일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은 불가능하냐?’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딘가 다른 답이 있겠죠. 저도 열심히 답을 찾아보는 중인데, 적어도 저게 오답이라는 건 압니다. 언젠가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내가 했던 정말 멍청한 실수(a really silly mistake that I made)’같은 표현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만큼은 정말 부럽네요. 실수하다 보면 두려워지고, 두려움이 커지다 보면 결국 제대로 된 답보다는 덜 실패하는 답을 찾게 되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세상엔 시도해보고 틀려봐야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긴 하거든요. 저렇게 실수를 드러낼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좋은 답도 빨리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