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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쇼핑몰에서 ‘아메리칸 트레일러’라는 과일 주스 판매점을 봤습니다. 마침 상큼한 게 먹고 싶기도 했고, 예전에 사람들이 길게 줄 지어 섰던 모습도 기억나서 하나 사봤는데요. 서비스 컨셉이 재미있더라고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구매 단계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아요.

1. 멀리서 매장을 본다. 개방형 트레일러에서 점원들이 착즙기를 짜며 주스를 만드는 모습을 본다.
2. 계산대 부근에서 메뉴를 보고 대여섯 종의 주스 중에서 마실 것을 결정한다.
3. 주문하고 계산한다.
4. 무릎 쪽에 전시된 과일 중 하나를 골라 점원에게 건넨다.
5. 자신이 고른 과일을 점원이 짜내는 것을 보며 기다린다.
6. 음료를 받아든다.

1번의 매장 컨셉도 독특해서 시선을 끌기 좋았지만, 전 굵은 글씨로 표시한 4번이 꽤 재미있더라고요.

보통 서비스업은 고객의 일을 줄이는 방향으로 디자인합니다.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내는 건데, 돈을 내면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물론 고객에게 일을 시키는 서비스업도 있습니다. 패스트푸드 매장이 대표적인데 셀프 서비스라는 형태로 고객에게 꽤 많은 일을 시키는 대신 인건비를 아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죠.

그런데, 아메리칸 트레일러는 ‘과일을 고른다’라는 일을 고객에게 시키지만, 그 의도가 비용 절감은 아니더라고요. 효율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점원들이 자신의 손이 잘 닿는 곳에 과일 상자를 두고 고르는 것이 시간을 더 아낄 수 있을 거에요. 그것보다는 ‘고객이 고른 그 과일을 그 자리에서 바로 짜주는’ 경험을 차별화 지점으로 삼았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 꽤 맘에 들더라고요.

일단 과일 주스를 주문하면서 과일을 고르는 경험 자체가 신선하기도 하고, 무릎 쯤에 놓인 과일 상자 속에서 자기가 먹을 과일을 고르는 것도 꽤 재미있더라고요. 횟집 같은 곳을 빼면 국내 요식업 쪽에서 원료를 직접 보면서 고르는 경험이 드물기도 하고 말이죠. 특히 제 경우는, 점원이 제가 고른 과일을 착즙기에 넣으려고 자르고선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다른 과일을 다시 고르게 하더라고요. 다른 매장에서는 겪기 힘든 일이기도 하고 한 번 더 신뢰가 강화되더라고요.

‘비용을 지불한 고객에게 일을 시키는데, 그 일이 즐겁고 독특해서 재미있더라.’라는 상황은 저도 제 일에 한 번 녹여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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