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쉐보레 크루즈5를 타고 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차인데, 딱 하나 흠을 잡자면 마이링크입니다. 마이링크는 쉐보레에서 나름 회심차게 내놓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데, 후방 카메라를 비롯해, 에어컨 작동 상태 등 차량 상태 알려주기도 하고, 라디오/USB/블루투스 등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통화 연결도 되고, 일부 앱은 연동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되기는 한다’라고 해서 만족스러운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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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도 어딘가 어수선합니다. 형광 하늘색의 블루투스 음악이라는 글씨는 무엇이며 오른쪽에는 휴대폰 화면에 파란 블루투스 이미지가 떠있는 것도 보입니다. 곳곳의 그라데이션도 그렇고, 뭔가 2015년의 UI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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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해서 보면 더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의 정보가 밝은 흰색의 비슷한 크기로 쓰여 있어서 뭐부터 봐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USB>음악’이라는 건 음악을 어떤 소스에서 듣고 있느냐 표시해주는 건데, 운전 내내 저 글씨부터 봐야할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 정보인 걸까요? 오른쪽의 핸드폰 화면과 그에 맞춰 입체적으로 회전시키고 축소하느라 찌그러진 앨범 아트, 게다가 그 뒤의 빛나는 그라데이션은 여러모로 괴롭습니다. 2007년 기준이라면 나름 센스있는 디자인일 지도 모르겠는데… 스마트폰으로 온갖 앱을 쓰고 있는 지금, 이걸 보기엔 너무 아쉬운 거죠.

디자인하다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생기기 마련이고, 차량용이니 사양을 자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차량 시스템과 나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라 다른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마음이라도 달래볼까 싶어서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리디자인해봤습니다. 실제 UI 실무하시는 분들 보기에는 성에 안 찰 수 있겠지만, 그냥 재미삼아 봐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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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화면의 구성 요소들을 확인해보면 위와 같은데요. 으아… 진짜 뭐 많네요. 볼륨키와 표시 UI가 따로 있기에 망정이지, 그것들도 있었으면 정말 정신 없었겠네요. 제가 화면을 대충 자르느라 삐뚤빼뚤해져서 더 어지러워 보이는데, 그걸 감안하고 봐도 뭐가 가장 중요하고, 어떤 게 조작 가능한 건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대략 상단 메뉴바에는 마이링크 전체에서 공유로 쓰는 메뉴와 연결 신호, 온도, 시계 등이 있고, 화면의 중앙에는 음악 소스, 곡목, 음악가 이름, 앨범 명, 프로그레스바, 커버 아트 등이 있고, 하단에는 플레이 관련 버튼들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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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작 가능한 부분만 따로 표시하면 위와 같습니다. 각 기능을 조작하는 빈도는 서로 다른데, 같은 크기, 즉 같은 중요도로 배치되어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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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운전 중에 자주 보거나 조작하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 보니, 위와 같았습니다. 제일 보고 싶은 건 노래 관련 정보이고, 이전 곡, 다음 곡 버튼 누를 일이 가장 많죠. 시계나 온도계도 종종 보게 되고요. 앨범 커버 아트도 보이면 좋더라고요. 그외의 것들은 사실 운전 중에는 거의 조작할 일이 없고, 시각적으로도 덜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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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남겨 봤어요. 곡 정보가 가장 중요하니까 가장 가운데에 가장 크게 배치하고, 좌/우로 이전 곡/다음 곡 버튼을 넣었어요. 일시정지(재생) 버튼은 생각해보면 잘 안 쓰는 편인데 필요하다면 곡 제목을 누를 때 동작하게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놓고 나니 우마노나 사운드 클라우드가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앱들처럼 왼쪽으로/오른쪽으로 화면을 쓸어넘기는 식으로 이전 곡/다음 곡을 들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 기기가 쓸어넘기는 동작을 지원하는지 알 수 없으니, 일단 기존에 지원하던 기능, 즉 한 번 터치 만으로 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래 누르고 있으면 뜬다거나 하는 식의 복잡한 제스처는 운전 중에 쓰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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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상단 UI를 넣었어요. 시계를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도 들었는데, 보니까 저 상단 메뉴바는 음악 플레이어 외의 다른 기능에서도 공통으로 쓰더라고요. 어차피 상상해보는 거 마음껏 이상하게 질러볼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그래도 기존 시스템 안에 어울려 들어갈 수 있는 쪽을 생각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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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관련 나머지 콘트롤들을 추가했어요. 프로그레스 바를 가장 아래에 놓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스트리밍 음악의 경우 프로그레스 바가 없을 때도 있더라고요. 그럴 경우 버튼들의 위치가 허공에 붕 떠버리더라고요. 게다가 프로그레스 바는 일종의 곡 정보이기도 하니까 다른 곡 정보와 함께 있는 게 좋을 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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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에 잡았던 화면 구성을 좀 더 발전시켜 봤어요. 검은 색 배경 외에는 흰색, 밝은 회색, 이렇게 두 색만 썼고요. 글꼴도 대/중/소(키노트 기준으로는 160, 80, 40) 세 개만 썼어요. 만들다 보니 중간 과정을 빼먹었는데, 그래도 전반적인 구성은 이전의 화면 구성과 거의 비슷해요. 되도록 정보량을 줄이는 게 목적이고, 가장 중요한 곡목은 흰색으로 크게 두껍게 표시했고, 그것보다 중요도가 낮은 것들은 굵기를 빼고, 글씨 크기를 줄이는 식으로 중요도를 낮췄어요. (특히 기존 화면에 있던 ‘USB>음악’이라고 크고 다른 색깔로 쓰여 있던 걸 날려 버린 게 가장 뿌듯하네요.)

상단/하단에 있던 아이콘들이 Home/USB, SHUFFLE 등의 텍스트로 바뀐 건… 음, 셔플이나 리피트 아이콘 등을 키노트에서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요. 텍스트가 많이 들어가니 개선 효과가 반감되는 면이 있어서 아쉽긴 한데, 적당한 아이콘 세트를 찾지 못했어요. 만약 실제 작업을 하게 된다면, 모두 아이콘으로 바꾸면 좀 더 곡 정보에 집중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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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레스바를 움직일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을 텐데 시선을 잡아 끄는 게 마음에 걸려서, 프로그레스 바에 조작 지점을 달지 않았는데요. 위의 그림처럼 프로그레스바에 손가락을 대면 그 지점에 조작 가능한 원이 떠요. 동시에 모든 텍스트 정보들이 좀 더 어두운 회색으로 바뀌고, 프로그레스바 관련해서 곡의 현재 시간과 전체 재생 시간을 표시해주는 정보가 뜨게 구성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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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자인 시안에서 조작 가능한 부분을 표시하면 위와 같아요. 대체로 기존 화면보다 터치 영역이 넓으면 넓었지 좁진 않을 거에요. 좀 더 넣힐 수 있어도 좋겠지만요.

아참, 그러고 보니 앨범 커버 아트가 없죠? USB일 때는 커버 아트를 받아올 수 있는데, 블루투스나 AUX일 때는 받아올 수 없으니, 커버 아트가 없어도 안정적인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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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트가 있을 때는, 이렇게 해당 이미지를 화면 꽉 차게 확대하고 블러 넣고 어둡게 표시하는 식으로 디자인해봤어요. 우마노나 사운드 클라우드 등에서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미지 전체를 볼 수 없긴 해요. 하지만 작은 이미지를 완전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이미지의 일부분이라도 화면에 꽉 채워서 보여주는 쪽이 저는 더 괜찮더라고요.

이렇게 고쳐 보긴 했는데 사용성이 얼마나 좋아질 지는 사실 잘 모르겠네요. 일단 제 마음에 들긴 하고, 전반적으로 정보 가시성은 좀 더 좋아진 것 같지만요.

그러니, 제발, 쉐보레 제발… 마이링크 좀 업데이트 해주세요. 스마트폰과 미러링할 수 있게 하면 많은 게 해결될 것 같은데, 그럴 생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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