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첫째날보단 둘째날이 재미있죠. 몸은 역시 힘들지만요. 일단 간단히 소감을 남기는 걸 목표로 해봅니다.

Raid on Rise: Narrative Creation on Rise of the Tomb Raider

내러티브 팀의 끝판왕을 봤습니다. 게임 내러티브 관점에서 이 정도의 팀을 이 정도로 돌리고 있는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네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내러티브 디자이너, 스토리 아티스트, 작가, 음악가 등 배경과 스킬이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싱크를 맞춘 느낌이었어요. 여기도 왕도는 동일한데요.  (1) 하이 컨셉에서 필라 잡음 (2) 트리트먼트 작성 (3) 메타 스크립트 작성 (4) 스크립트 작성 (5) 환경 등 서브스토리텔링 (6) 스토리보드&가녹음으로 구체화 (7) 피드백&이터레이션 (8) 액팅+시네마틱 제작의 과정으로 추상적인 것부터 탄탄히 다져서 구체화시켜내는 파이프라인이 정말 교과서 같은 느낌이었네요. 보통 이런 걸 게임 단위에서는 그래도 하는 팀이 꽤 되는데, 내러티브 한정으로 이 정도로 하는 걸 보니 경이롭기도 하고, 극장용 CG 애니메이션 파이프라인과 비슷할 것 같더라고요.

Making Her Story – Telling a Story Using the Player’s Imagination

Her Story의 플레이 경험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팬심으로 들었는데 예상보다 더 좋았어요. 모든 면에서 바로 직전 시간의 툼레이더 내러티브와 대척점에 있는 발표였는데요. AAA게임과 1인 개발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내러티브에 대한 철학 자체가 좀 달랐거든요. 허스토리 개발자는 3D 환경에서 돌아다니는 최근의 게임들은 모든 스토리를 다 보여주는 걸 미덕으로 삼는데, 영화 사이코 샤워 장면에서도 관객에게 안 보여준 정보가 더 중요하듯 마치 빙산처럼 전체 스토리를 다 드러내지 않아서 안 보여준 스토리로 플레이어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그 방향을 극단까지 밀고 간 게 바로 허스토리였던 거고요. 게임에서 배우 분의 연기가 정말 감탄스러웠는데 1인 개발이라면 연기 디렉팅을 어떻게 한 건지 궁금했는데, 예전에 다른 대형 프로젝트에서 모션 캡처 관련 일을 하긴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세상은 넓고 재능 있는 분들은 참 많죠.

The Lives of Others: How NPCs Can Increase Player Empathy

파크라이3나 어새신 크리드 등에서 NPC 스토리들을 만든 분의 발표였어요. 게임에서 NPC는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행인1도 그 자신의 삶에서는 자신이 영웅인 것처럼 이들 NPC에게도 자신들만의 짧은 이야기가 있게 하고 싶었다네요. 삶의 목표와 당장의 욕구 등 아주 작은 성격 같은 걸 만들어서 이와 관련한 수다를 떨게 하면 플레이어들도 이 세계를 좀 더 리얼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네요. 듣다 보니 영화 ‘시카리오’에서 부패한 아빠 경찰 얘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처음엔 너무 생뚱맞은 느낌이었는데, 그 경찰 얘기가 영화에서 빠졌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겠죠. 나아가 이런 접근 방식을 악역들에도 확장시키면 좀 더 재미있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저런 생각해보기 좋은 발표였네요.

Knights, Fist Fights, Lasers & Catacombs: Subversive Diversity to Improve Our Games

인종/젠더 다양성에 대한 발표였는데요. 아프리칸 아메리칸 여성 발표자는 정말 처음 본 것 같아요. 그 옆의 다른 발표자는 “Black lives matter”라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말이죠. “게임 속에 ‘나’도 있으면 좋겠어.”라는 요구는 성별-인종-연령 등등으로 넓어지고 있는데요. 요새는 이모지에도 피부색을 넣는 정도로 발전하긴 했지만, 그렇게 그냥 피부색만 추가하는 정도가 아니라 좀 더 깊게 제대로 들어가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어요. 이를 테면, 그냥 조연으로 구색 맞추기처럼 들어간다거나, 갈색 피부는 흰색 피부에 비해 배경에 확 묻히게 된다거나, 그냥 몸만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 게임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죠. 여러 게임들의 문제 사례들을 보고, 자신들이 새로 만드는 게임들(예를 들면 평범한 슈팅 게임일 수 있지만, 주인공 포트레이트가 아프리칸 아메리칸 여성)도 보여주더라고요. 이런 다양성을 드러내면 오히려 독특한 개성이 나타날 수 있어서 마케팅 포인트로 쓰기도 좋지 않겠느냐 같은 얘기도 기억에 남아요. ‘백인 남성이 총들고 싸우는 게임은 정말 흔해 빠졌지만, 아시안 여성이 총들고 싸우는 게임이라면?’같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겠죠.

Live eSports-Analytics: Solving the Informational Fairness Conundrum

대충 보고 E 스포츠 시장에 대한 통계일까 잠시 생각했었는데, 말그대로 스포츠 통계더라고요. 예를 들어 야구, 농구, 미식 축구 등에서 선수들의 활약은 여러 데이터로 정량화되고, 이를 토대로 팀마다 통계 분석가를 두고 팀의 전략을 수정하거나 선수 역량을 강화하는데, E 스포츠에는 현재 이런 게 없지 않느냐는 얘기였어요. 발표자는 게임 LOL의 공개 데이터를 이용, 컴패니언 앱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이런 많은 데이터를 머신 러닝 형태로 최적의 해를 찾아 내면, 플레이어들이 좀 더 게임을 잘 할 수 있게 훈련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였고요. 그러고 보면 과거의 스타크래프트나 지금 도타나 LOL 선수들은 어떻게 키워지고 훈련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침 최근 알파고-이세돌의 바둑 대결도 있었던 만큼 꽤 그럴싸한 얘기인 듯했어요.

Don’t Fear the Queer: Audiences Are Ready!

인종에 이어 다양성 고민하는 발표였는데요. 표본 크기와 편향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나름 확보한 자료와 기타 유추 가능한 자료들을 모아서, 세대가 바뀌고 사회 인식이 바뀌면서 퀴어 컨텐츠에 대해 스트레이트들이 긍정적으로 보는 비중이 높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게임 속에 ‘나’도 있으면 좋겠어.”라는 요구에 따라 자신의 성적 지향과 일치하는 걸 게임 속에서 경험하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드라마, 영화 등 소위 올드 미디어들도 이미 이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고, 이런 퀴어 컨텐츠들에 대해 스트레이트들도 지지하는 쪽이고, 퀴어들은 바이오웨어의 여러 게임들에서 볼 수 있듯 열광하고 있는 추세라면, 이미 세상은 준비되어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퀴어 컨텐츠들을 만들고, 충성팬들을 더 만들자는 얘기였어요.

Dominations Year One: History Games As Live Service

서비스 1년을 맞은 도미네이션즈의 포스트 모템이었습니다. 처음 디자인할 때 생각했던 점들, 그리고 출시 부근에 생각했던 시나리오들, 그리고 생각대로 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숫자와 그래프를 화끈하게 공개하는 자리였네요. 마지막에 하던 얘기 중 “앱스토어 50위 권에 있는 게임 중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다면 휴대폰 게임 말고 다른 게임 만드는 게 낫다.”가 의외로 기억에 남네요.

자, 일단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비웠으니 새 발표는 새 머리에 또 넣어보겠습니다.

아래는 전체 GDC 소감문 목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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