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만에 GDC에 왔습니다. 오랜만에 오니 은근히 재미있어서 아직 제대로 정리하기 전의 날 것이지만 이것저것 적어 봅니다. 그냥 개인적인 소감이고요. 일단 오늘 들은 발표들만 적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Blending Autonomy and Control: Creating NPCs for Tom Clancy’s the Division

디비전의 전투 AI 발표였는데, 게임 디자이너와 AI 프로그래머가 함께 발표했습니다. 마법과 외계인이 없는 현실적인 세계관의 게임에서 온라인 오픈월드 RPG로서,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의 성장에 맞춰 적절한 난이도의 AI들을 배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잘 끌고 나갔고 실제 구현에 대해서도 꽤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가로축으로는 일종의 직업이라 할 아키타입들을 나눠서 AI들을 모듈러하게 만들고, 세로축으로는 팩션(진영)의 티어를 나눠서 AI들끼리 협동하는 정도 등을 통해 난이도를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임의 필라와 그에 따른 요구 조건이 탄탄하게 잡혀 있어서 ‘아, 이 팀 제대로 된 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hinking and Writing in Different Languages

원래는 VR 쪽 발표를 듣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2순위로 찍었던 발표를 들었습니다. 핀란드, 독일, 폴란드, 터키, 브라질, 덴마크, 즉,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지만 자국 시장이 작아서 영어권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정확히는 스토리와 텍스트를 다뤄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충과 경험담을 털어놓는 자리였는데요. 미국 문화 잘 안다는 생각에 어설프게 클리셰를 섞거나 드립 같은 걸 쳤다가 망한(…) 사례들을 좀 볼 수 있었네요. 솔직히 ‘당신들은 그래도 라틴 문화권이잖아. 우린 한자 문화권이긴 한데 글자와 언어가 유니크하다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디스 오브 워 마인 개발자가 위쳐의 예(폴란드 개발사에서 슬라브 민족의 신화에 기반해 스토리를 만듦)를 들며 자신들에게 익숙한 세계와 내러티브를 이용해 다른 문화권에 전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며 나름 고개를 끄덕거렸네요.

SimCity BuildIt – What Did I Learn as a Game Designer?

너무 뻔할 것 같아서 들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역시 좀 뻔하긴 했습니다. 올해 스마트폰/타블렛 서밋 쪽은 대체로 크게 눈에 띄는 게 없는 듯했어요(그나마 참신한 게임들은 모두 내러티브 서밋 쪽으로 나온 것 같고요).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지도 않을 시뮬레이션을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풀로 돌리기보단, 기술 수준을 낮추더라도 플레이어가 (시뮬레이션이 돌았다고) 상상할 수 있는 쪽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얘기는 좀 남았네요.

What Are You Driving At? Vehicle AI in Assassin’s Creed Syndicate

탈 것이 없던 프랜차이즈에 최초로 탈 것을 도입한 얘기인데요. 후반에 실제 구현하면서 생겼던 난관들과 각각에 대한 해법 같은 것도 볼만 했지만, 초반에 어새신 크리드 프랜차이즈의 큰 특징을 공유하고 그 특징에 맞춰 탈 것의 요구 사항과 기술적 제약을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뒤의 구현 부분은 문제 정의를 잘 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맞는 모범 답안을 찾았단 느낌이랄까요? 디비전 발표에서도 느꼈지만, 유비 소프트에서 게임의 필라 설정과 그에 맞춰 문제 정의하는 쪽의 디렉션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조직 전반적으로 디렉팅이 잘 되는 느낌이에요. 최근 몇 년 새에 유비 소프트의 개발력이 굉장히 올라간 게 그 덕분이 아닐까 싶고,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도 한동안 좀 더 저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Gaming, Gambling, or Addiction? F2P Scientific and Legal Perspectives

한 명은 변호사, 다른 한 명은 의사인 쌍둥이 형제가 나와서, (1) 게임은 심리학을 이용해서 사람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2) 나이가 어릴 수록 그런 유도가 잘 동작한다 (3) 부모는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정치가들은 부모를 사랑한다 (4) 정치가들(또는 국가)은 자신들이 나쁜 것이라고 파악한 것에 대해서는 규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5) 하지만 외부 규제보다는 언제나 자율적인 규제가 훨씬 더 효과가 좋다는 식으로 논리를 풀어갔는데요. 짧은 시간임에도 꽤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있어서 재미있었는데, 결론 부분은 좀 잘 모르겠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좀 더 들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Mobile Devices and Disabled Gamers

관심 많은 주제였으나 해당 분야가 엄청나게 깊고 방대한데도 상대적으로 굉장히 얕게 준비해와서 좀 아쉬웠어요. 몇몇 사례들은 기억에 남고, 어떤 한 쪽에 장애가 있더라도 장애가 없는 감각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여러 감각으로 한꺼번에 전달하라는 원칙이 인상적이었네요. (예: 시각에 문제가 있더라도 청각으로 구별할 수 있게 한다든가 등등)

AI for Generated Worlds

Epic Games의 Fortnite, Molasses Flood의 Flame in the flood의 사례들이었는데요. 개발사인 Molasses Flood는 AAA 게임을 만들던 사람들이라는 식으로만 소개를 하곤 하는데, 좀 더 주목할 만한 곳이 아닐까 싶었어요.

Life Is Strange Case Study: Using Interactive Storytelling and Game Design to Tackle Real-World Problem

이 게임을 사놓고 아껴두다가 딱 두 시간 정도 했었는데, 발표 시작하자마자 큼직한 스포일러들이 마구 터져서 몹시 괴로웠습니다. 자신들이 얘기하고 싶은 메시지를 게임이라는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통해 극대화하고 싶다는 그 마음은 잘 알았습니다.

일단 첫 날은 이 정도로 넘어가죠.

아래는 전체 GDC 소감문 목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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