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간의 서밋 끝나고 메인 컨퍼런스 시작이네요. 역시 이런 날엔 메이저들을 듣게 되더라고요. 들은 강연과 간략한 소감 올려봅니다.

Art direction: graphic design is key

UBI의 ‘그래픽 디자인’ 디렉터(아트 디렉터와는 별도)인데 학부 졸업 후 2년 반만에 디렉터가 된 UBI 역사상 최연소 디렉터라고 하더군요. 그냥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고, 그래서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룩 앤 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였는데요. 후반부에 어새신 크리드나 파크라이 4 관련 실제 진행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도입부에 영화 세븐의 오프닝을 질서(저채도, 저대비, 메트로놈, 헬베티카 글꼴) vs 혼돈(고대비의 붉은색, 혼란스러운 이미지, 긁히는 듯한 음악, 휘갈겨 쓴 글꼴)의 프레임으로 분석하는 게 참 좋더라고요. 내공이 깊달까 공부를 참 열심히 한달까 하는 것들 말이죠.

Outside the studio walls: Microtalk exploration of non-audio idea & experiences

시간이 잠깐 남아 오디오하는 사람들이 오디오 아닌 주제들로 하는 마이크로 토크를 잠깐 들었어요. 일본의 큰 북인 Taiko를 배웠던 얘기라든가, 허리 디스크로 수 년을 고생하면서 삶과 일에 대한 접근을 다르게 했던 얘기라든가, 주변의 자연음을 채집하러 다니며 온갖 소리에서 영감을 받는다든가, 발레를 취미로 배우며 위대한 음악가와 안무가들의 사례를 보다 보니 오디오-모션 싱크에 대해 좀 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든가 하는 얘기들이었는데, 꽤 신선했어요. 뭔가 다들 자신을 채우기 위해 열심이구나 싶기도 했고요.

Be spiky: a decade of new ideas

개성있는 오리지널 게임을 많이 만들어온 클레이 엔터테인먼트의 디자인, 작업 방식, 사업에 대한 조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발표였는데요. 두루두루 무난한 게임보다는 한 곳이라도 뾰족하게 개성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기능을 계속 추가하기보다는 게임의 가장 큰 특징과 개성을 더 강화하려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네요. T자형 인재들을 뽑아 자발적인 조직을 만들고 잦은 커뮤니케이션을 권장하고 자체 엔진의 강점을 강조하는 등, 참 쉽지 않은 조직 문화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몇 년 전에 마크 오브 더 닌자 발표 들었을 때도 ‘아, 이 사람들 굉장히 스마트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조직 문화도 그렇고 이런 격동기에 정말 잘 성장하는 듯해요.

Quality is worth killing for

수퍼셀의 실패 사례인데요. 2014년 이후 총 10개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 중 현재 시장에 살아 남은 건 클래시 로열 하나에요. 오늘 발표에서는 중간에 취소한 게임 9개 중에서 베타 단계까지 갔던 SmashLand의 사례를 소개했어요. 10개월 동안 평균 4.9명이 만들어서 출시하고, 베타 4개월 뒤 접기로 결정한 건데요. 출시 전에 팀이 자체 설정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계속 고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었지만 고친다고 해도 몇 년 지속가능할 게임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해당 팀이 최종 드랍 결정을 내렸다고 해요. 그리고 의사 결정만 내린 게 아니라 프로젝트 취소 사내 공지도 팀 리드가 전체 회사 메일 보내는 방식이고, 이에 대해 CEO가 다시 전체 메일로 개발팀 치하하고 의사를 존중한다는 메일을 보내고 그랬다고 하네요. 그동안 수퍼셀의 조직 문화를 말로만 들어오면서 ‘아니, 이런 게 정말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전체 과정과 실제 메일 캡처본까지 봤는데도 잘 믿기지가 않네요. 정말 특이한 조직이고 똑똑한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Fallout 4’s modular level design

폴아웃 3, 스카이림 등에서 정말 넓은 세계를 보여줬던 모듈러 레벨 디자인을 폴아웃 4에서도 했던 얘기인데요. 레벨 디자이너와 환경 아티스트가 긴 시간동안 여러 작품을 같이 하면서 호흡과 공정을 맞춰온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작업 얘기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조직 문화를 얘기하게 되는데, 이들의 조직 문화는 (1) 작업 과정의 어디가 시간을 잡아먹는지 확인해서 개선하자 (2) 했던 일 다시 하는 일 없게 하자 (3) 플레이어블 버전을 더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 라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문, 벽, 바닥, 천장 등을 모듈러하게 만든다고 하면, 그냥 어디에나 쓰일 수 있는 평범한 부위들이 있을 테고 비주얼 관점에서 좀 더 힘을 주고 싶은 일종의 영웅적 부위들이 있을 텐데요. 이걸 게임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영웅적 부위들은 실제로 쓰이는 곳은 얼마 안 되는데 만드는 데에 시간은 굉장히 걸리는 거죠. 이럴 때 과감하게 영웅적 부위들을 쓰지 않고 평범한 부위들에 역량을 집중하는 결정들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모듈들이나 실제 키트들로 여러 건물들, 나아가 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인상 깊었지만, 프로듀싱 관점에서 정말 칼 같이 잘라내는 게 기억에 많이 남았네요. 베데스다, 무서운 곳…

Identifying causal factors in churn

연사가 액티비전의 ‘리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서 도저히 안 들어갈 수가 없었는데, 발표 스킬, 아니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너무 낮더라고요. 굉장히 초기의 제한적인 자료들만으로도 이런 저런 모델을 써서 유저들의 이탈률을 측정할 수 있다는 논지이긴 했는데, 문장 쭉쭉에 오랜만에 미분 적분 기호들 보니 좀 정신이 없더라고요. Survival model, hazard function, Weibull distribution 등등이 나와서 ‘모델을 새로 잘 만들었나?!’하며 위키 검색해 보니 다 있는 것이고… 다음에 궁금할 때 찾아볼 키워드들을 얻은 것에 만족해야겠더라고요.

Tenacious design and the interface of Destiny

데이터 쪽 발표가 빨리 끝나서 바로 옆에서 하던 데스티니 발표를 후반부만 더 들었는데요. Director  UI가 최초의 프로토타입에선 굉장히 로망 있고 멋졌는데, 단계적으로 이터레이션하다 보니 그 매력은 모두 사라지고 시안성 좋은 그리드만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결국은 몇 달 앞둔 상태였음에도 다시 처음의 프로토타입을 계승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면서,  이터레이션 돌 때는 직전 단계만 보지 말고 처음의 의도를 항상 같이 잘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네요.

이제 올해 GDC도 이틀 남았네요.

아래는 전체 GDC 소감문 목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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