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드나이터’ 1권을 읽었습니다. 미국 시골 동네 고등학교에 전학 온 도시 출신 소녀가 주인공인 이계물, 소위 영어덜트 장르인데요. 세계관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세상은 원래 인간과 다클링(일종의 요괴)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인간에게 위협을 느낀 다클링들이 원래 25시간이던 하루 중 자정부터 한 시간을 자기들만 쓸 수 있게 접어 버렸다. 그 시간 동안 인간 세상은 모든 것이 멈추고 숨어있던 다클링들은 이 시간에 활동한다. 그런데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미드나이터)들은 이 시간에 활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 특별한 능력도 쓸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 한 시간 동안은 불이나 총 따위의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수 없어요. 하지만 설정 상 이 다클링들은 강철로 된 물건과 숫자 13에 약합니다. 그래서 주인공 일행들은 강철로 된 물건에 열세 자 단어로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특별한 힘을 불어넣어 다클링과 싸우는 무기로 사용합니다.

열세 자 단어의 예는 아래와 같은데요.

  • 건강염려증 hypochondriac
  • 법학 Jurisprudence
  • 방해가 되도록 Obstructively

위와 같은 단어들이 아래처럼 텍스트에 난데없이 튀어나와 섞이곤 합니다.

  • “와우.” 낯익은 목소리였다. “‘건강염려증’이 고양이를 죽였군.”
  • 제시카는 ‘법학’을 집어 들어 한껏 펼치고는 검처럼 공중에 휘둘렀다. 이 라디오 안테나는 (후략)
  • “‘방해가 되도록’을 잃어버렸어. 그 사이코 고양이한테 던졌거든.”

번역본으로 읽었지만 느낌이 굉장히 독특했어요. 사전에 있는 현대 영어지만 평소 잘 쓰지 않는 긴 단어를 전혀 맥락에 맞지 않게 써버리니, 영어권 독자들에게는 느낌이 더욱 색달랐을 테죠.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소설 속 세계에 익숙해질수록 주인공들이 이 13음절 단어들을 말할 때마다 마치 마법 주문을 읊는 듯한 신비감마저 들었습니다.

소설에서 이질감 있는 단어를 본문에 끼워 넣는 건 텍스트의 결을 다양하게 만들고, 그 결과 독자가 글을 읽는 리듬에 변화를 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한때 국내 판타지 소설들은 이를 위해 영어를 무분별할 정도로 많이 썼었고, ‘해리포터’는 라틴어 느낌의 마법 주문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의 이영도 작가는 문장을 거꾸로 쓰거나, 마치 번역체처럼 문맥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등장인물을 넣기도 했고요. ‘반지의 제왕’처럼 새로운 종족에 맞춰 언어를 아예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을 테죠.

미드 나이터스의 열세 글자 단어 마법은, 독자들도 아는 일반적인 단어를 소설 속 세계관에 맞춰 골라내고 이질적으로 배치했다는 부분이 정말로 영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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