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은 Liz England의 Types of Designers 입니다. 2014년 글이고 우리나라보다는 좀 더 북미 쪽 대규모 콘솔 게임에 맞는 얘기들도 있지만, 세분화된 게임 디자인 업무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고 이렇게 옮겨봅니다. 원문에서도 여러 번 얘기하지만, 각 회사나 스튜디오 상황마다 많은 것이 다를 수 있으니 ‘이 직군은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이 직무에는 이런 세부 일들이 있구나.’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게임 기획자’라는 용어가 가리키듯(그래픽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를 디자이너로 얘기할 때도 많고요.), 게임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프로덕션 스킬셋을 얘기할 때가 많은데, 디자인에 어떤 업무들이 있고 어떤 전문화된 역량이 필요한지 참고하시는 데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디자이너의 종류

“그래서 스토리는 누가 쓰나요? 보스 디자인은 누가 하죠? 레벨 만드는 일을 하신다고요? 스킬 트리는 어때요?”

“게임 디자이너는 뭘 하는 사람이지?”라는 질문에 깔끔하게 답을 할 수 있게 모든 종류의 디자이너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온갖 디자인뿐만 아니라 아트나 프로그래밍에도 손을 뻗치곤 해서 ‘팔방미인’이라 불리는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시스템 디자이너”, “전투 디자이너”, “레벨 디자이너”처럼 특화된 역할도 있습니다.

사실 게임 디자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하더라도 부족할 거에요. 왜냐하면 디자이너가 실제로 맡아야 할 일은 스튜디오의 규모, 게임의 플랫폼, 장르, 규모나 디자이너 역할에 대한 스튜디오 문화, 사람들의 전문화 정도, 또는 그 스튜디오에 “디자인 부서”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일인칭 슈터 게임의 디자이너는 모바일 매치3 게임의 디자이너와 실제 맡은 일이 크게 달라요.

제너럴리스트

디자이너 / 게임 디자이너

전문 영역이 무엇이든, 스튜디오 크기가 어떻든, 게임 장르가 무엇이든 어떤 때나 쓸 수 있는 일반적인 용어입니다. 대부분 회사들은 직함에 이렇게만 적곤 하는데, 이때도 디자이너 개인들은 각자 비공식적으로 전문 영역이 있을 수 있어요. 더 큰 스튜디오에서는 디자이너 직함을 좀 더 전문적으로 붙이곤 합니다.

대체로 디자이너는 게임 규칙은 어떤지, 플레이어는 게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게임 메커니즘과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 플레이어들이 (디자이너가) 의도한 경험을 겪게 할 것인지에 관한 일을 합니다. 설명이 좀 모호하지만 계속 읽으시면 좀 더 뚜렷해질 거에요.

주니어 디자이너

주니어 디자이너는 보통 경험이 적고 창의적인 일에 대한 권한이 적습니다. 다른 디자이너나 시니어 디자이너의 감독 하에 기능을 구현하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디자이너 쪽으로 처음 진입했을 때 얻는 직급입니다. 업계 밖에서 새로 뽑혔다거나(학생), 회사 내에서 담당 업무를 변경하는 중이거나(아트에서 디자인으로 변경) , 또는 기존 디자이너가 아주 다른 규모의 게임 개발팀에 채용됐거나(2D 게임 스튜디오에서 AAA 스튜디오로 이직) 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시니어 디자이너

디자인 부서의 시니어급 직급입니다. “리드”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고, 보통은 게임에서 큰 시스템(전투 전체, 레벨 전체)을 하나 맡습니다. 다른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위임하거나 안내하는 일도 합니다. 특정 시스템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프로그래머, 아티스트와 협업해서 아이디어를 온전한 기능으로 현실화시키는 일을 합니다.

리드 디자이너

리드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비전을 디자인 부서에 옮기는 일을 합니다. (아트 디렉터나 리드 아티스트가 아트 부서에 하는 일과 아주 비슷하죠.) 리드 디자이너는 게임플레이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아주 순간순간으로 쪼개서 보며 평가하고, 디자이너들에게 방향이나 피드백을 주고,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에 관한 결정을 내립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임 개발의 피라미드 구조 꼭대기에 있는 사람으로서, 회사 경영진이나 게임 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퍼블리셔에게 직접 보고합니다. 게임의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소위 “게임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라는 역할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영화 감독과 비슷한 점이 많고, 미디어에 게임 개발팀의 얼굴로 가장 많이 비춰지는 사람이도 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느 부서에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아트 팀, 프로그래밍 팀, 디자인 팀, 심지어 회사 경영진일 수도 있어요. 이 일에 대해 디렉터나 총괄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쓰는 곳도 있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쓰는 곳이 가장 많아요.

레벨&미션

레벨 디자이너

레벨 디자이너는 게임 속 물리적 공간의 건축물과 게임플레이, 즉 레벨을 맡습니다. 플레이어가 레벨, 퍼즐, 적이나 다른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신경쓰고 레벨의 기본적인 형태와 순간순간의 게임플레이를 구현하는 게 이들의 일이죠. 레벨 아티스트와 긴밀하게 협업해서 레벨이 아름답게 만들어지게 하고, 특별한 기능이 필요하다면 게임플레이 프로그래머들과 협업하고, 해당 레벨이 전체 게임에 잘 맞는지 스토리 작가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협업합니다.

정보를 어디에 숨기지? 다음 목표는 어디지? 플레이어가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어떻게 이동해야 할까? 엘리베이터 아니면 사다리? 이 방에서는 어떤 적이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엄폐물은 어디에 놓을까? 어떤 종류의 퍼즐이 있지? 탐색 공간은 어디에 둘까? 플레이어에게 어떤 스토리 요소를 알려야 하지? 언제 알려야 하지?

멀티플레이어 레벨 디자이너

기본적인 책무는 다른 레벨 디자이너와 동일하지만, 멀티플레이어 게임플레이라서 독특하게 필요한 것들과 난점에 집중합니다. 경쟁 플레이나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레벨을 만들고, 특정 모드(깃발 뺏기, 거점 점령, 적 웨이브)에 필요한 요소를 배치하는 일을 하죠.

이 경주 트랙은 얼마나 길지? 플레이어 전부가 함께 하기에 도로 폭이 충분할까? 플레이어가 차지해야 하는 점령 지점은 어디지? 깃발 뺏기 모드에서 깃발끼리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하지? 플레이어 리스폰 지점은 어디지? 상대 리스폰 지점에 죽치고 있는 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스를 물리치려면 이 투기장엔 플레이어 몇 명이 필요할까? 스나이퍼 vs 근접 전투 캐릭터처럼 플레이어의 클래스가 서로 다를 때, 모두에게 최선인 레벨의 건축적 특징은 뭘까?

월드 빌더

월드 빌더는 레벨 디자이너의 한 종류입니다. 하는 일이 꽤 비슷하고 어느 한쪽 일을 할 수 있다면 보통은 다른 쪽 일로 직무를 바꿀 수도 있어요. 월드 빌더라는 직함은 오픈월드나 MMO 공간을 다룰 때 붙는 경향이 있어요. 개별 레벨이 딱딱 나뉘지 않고 더 큰 공간으로 묶여 있어서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게임들 말예요. 이런 공간은 보통 특정한 공간 하나가 여러 목적(스토리 미션, 사이드 퀘스트, 이런저런 활동이나 미니 게임, 멀티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공간 등)을 띠는데, 전통적인 레벨 디자인에서는 공간 하나가 하나의 목적을 띠는 것과 대비되죠.

이 구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게 될까? 커다란 도시 빌딩? 고속도로? 상점? 산맥? 강? 아파트? 이 구역은 인접한 구역과 어떻게 어울릴까? 이 구역을 특별하게 만드는 랜드마크는 어떤 것이지? 이 구역에는 어떤 종류의 적, 건축물, 자연물 또는 다른 기능들이 있게 될까? 플레이어는 이 구역을 어떻게 돌아다닐까? 지름길로 택할 최적의 경로는 어디고, 플레이어가 피해야 할 데드 스페이스는 무엇일까?

미션 디자이너

레벨 디자이너와 서로 업무를 바꿔할 때도 있지만, 미션 디자이너는 보통 오픈월드 게임이나 MMO에서 이미 존재하는 공간(또는 다목적 공간)에서 게임플레이를 한땀한땀 만드는 일을 합니다. 미션 디자이너는 플레이어가 미션 동안 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게임플레이의 호흡이나, 목표, 전투, 대사나 플레이어에게 전달해야 하는 스토리 요소들을 집어넣는 일들 말이죠.

현재 플레이어의 목표는 어떤 것이지? 그 목표가 흥미로울까? 이 미션은 전체 궁극적인 스토리와 어떻게 맞아들어가지? 미션을 완수하려면 플레이어가 어디로 건너가야 할까? 미션 끝에 얻는 보상은 어떤 것이지? 이 미션에서 새롭게 소개되는 기능이 있나? 플레이어가 맞닥뜨리는 전투, 퍼즐, 기타 장애물에는 어떤 것이 있지? 게임 속에서 이 미션의 존재감을 드러낼만한 스펙타클함이 적절하게 있나?

퀘스트 디자이너

퀘스트 디자이너는 미션 디자이너와 역할이 아주 비슷해요(서로 역할을 대신할 때도 있어요). 퀘스트는 대체로 스토리 중심 게임플레이에서 부차적인 쪽이에요. 보통은 더 작은 일이지만, 미션이나 메인 스토리 라인에서 썼던 똑같은 메카니즘 대부분을 그대로 사용하죠. 롤플레잉 게임이나 MMORPG를 만드는 스튜디오에서 퀘스트 디자이너를 볼 수 있습니다.

이 퀘스트는 연속 퀘스트 중의 일부인가? 이 퀘스트의 최종적인 보상은 뭐지? 이 퀘스트는 어떤 유형이지? 어딘가로 가서 발견하는 건가? 물건을 갖고 오는 건가? 전투인가? 아님 다른 것? 어떤 적이 등장하지?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서 퀘스트에 참여하고 완수를 하지? 이 퀘스트는 월드의 어떤 구역을 다루지? 이 퀘스트를 처음 얻는 건 언제지? 이 퀘스트가 얘기하는 스토리는 어떤 것이고, 게임의 전체 디자인과는 어떻게 맞지?

시스템

시스템 디자이너

다양한 시스템 디자인을 뭉뚱그려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게임 시스템이란 특정한 미션, 퀘스트, 지역, 레벨에 한정된 것이 아닌, 게임 전체의 규칙이나 게임 전반에 걸쳐 플레이어가 상호작용하는 대상을 뜻합니다. 이들은 각 순간 순간의 경험에 집중하기보다는 게임 전체를 내려다 보는 것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전투”는 시스템일 테고 “수류탄 투척”같은 건 개별 메커니즘인 거죠. 시스템 디자이너들은 엑셀 시트나 데이터를 구성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씁니다.

플레이어는 어떤 종류의 슬롯에 보호구나 옷을 장비할 수 있지? 플레이어는 어떻게 레벨업하지? 레벨업 속도는 어때야 하지? 플레이어는 얼마나 자주 새로운 무기를 얻게 되지? 플레이어가 입수하는 정보는 얼마나 되고 게임 전체에 어떻게 흩뿌려 놔야할까? 퍼즐 메커니즘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플레이어들은 어떤 속도로 이들을 접하게 될까? 퀘스트, 도전과제, 미니게임, 그외 다른 선택가능한 게임플레이는 몇 종류나 있지?

전투 디자이너

전투가 주된 상호작용인 게임을 만드는 큰 스튜디오에 종종 이들이 있습니다. 전투 디자이너들은 적, 무기, 보스, 탄약, 난이도 밸런싱이나 클래스 기반 전투 스킬 등을 신경씁니다. 주로 전투 시스템에 집중하긴 하지만, 게임 전반에서 다양한 전투 시나리오에서 플레이어들이 매순간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정합니다.

새로운 적 유형을 마주치는 건 언제지? 샷건과 저격총 각각의 최적 전투 거리는 어떻게 되지? 적들이 일제사격할 때는 몇 발이나 쏘지? 얼마나 자주 쏘지? 각 총알의 정확도는 어때야 할까? 게임이 플레이어 스타일에 맞춰 난이도를 동적으로 조정하나? 아니면 쉬움/보통/어려움으로 잘라서 설정하나? 플레이어가 탄약 압박을 얼마나 받으면 좋을까? 적 보스는 약점이 있나? 그렇다면 그 약점을 공략하는 최적의 방법은 무엇일까? 플레이어의 체력 수치는 얼마나 되지? 힐러 클래스가 이들을 얼마나 치료할 수 있지?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대전 격투 게임의 전투 디자이너들은 역할이 좀 더 독특합니다. 이들은 특정 공격 애니메이션을 재생할 때 몇 프레임이 걸리는지 같은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 챙기고, 가위-바위-보 류의 상성 관계를 다뤄서 각 캐릭터들이 아주 잘 밸런싱되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제 디자이너

경제 디자이너는 가상 경제의 디자인, 구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밸런스에 집중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화폐를 어떻게 획득하고 어디에 소비하는지 다루는데요. 경제 디자이너로 직함이 정해지는 경우는 드물고, 특정 시스템 디자인의 할 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밸브나 CCP는 개발진에 풀타임 경제학자가 있다지만, 아이템 루팅이나 아이템 상점이 있는 게임이라면 어떤 게임이든 이 시스템을 감독할 디자이너가 필요하죠.

플레이어가 새 물약을 제작하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하지? 레벨업하려면 경험치가 얼마나 있어야 하지? 적이 죽으면 어떤 종류의 루트템들이 드롭되지? 드롭 확률은 얼마나 되지? 일반 아이템과 희귀 아이템은 얼마나 자주 나오지? 플레이어들은 서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나? 경매장은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지? 아이템 상점이 있다면 플레이어들은 상점과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지?

멀티플레이어 디자이너

멀티플레이어 디자이너는 협동전이나 경쟁전 같은 커스텀 모드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자면 데스매치, 호드 모드, MMO 그룹, 길드, 클랜, 리더보드 같은 것들 말이죠. 적절한 곳에서라면(팀 규모나 게임 스타일에 따라 달라요.) 멀티플레이어 레벨 디자이너의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멀티플레이어 모드는 협동적인가, 경쟁적인가, 아니면 둘 다? 이 게임에는 어떤 종류의 모드가 들어가지? 호드, 데스매치, 아니면 깃발뺏기?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길드나 클랜을 조직할 수 있나? 한 경기에서 몇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플레이하게 되나? 리더보드는 어떻게 동작하고 어떤 점수를 기록할 것인가? 멀티플레이어 모드에서 이룬 성과로 특정 보상을 획득할 수도 있나?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보상인가? 싱글플레이어 캠페인을 하다가 멀티플레이어모드로는 어떻게 진입하고 다시 나갈 수 있나?

퍼즐 디자이너

퍼즐 디자이너는 전투 디자이너와 거의 똑같은데, 플레이어가 접하는 장애물이 적이 아니라 잠긴 문이나 순서가 뒤섞인 글자 등 논리적인 문제라는 것만 다릅니다. 게임 ‘포털’이나 소코반 류의 블럭 움직이는 게임에서는 퍼즐 디자이너가 레벨 디자이너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지를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닌 퍼즐 게임에선 역할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캔디 크러시 사가나 비주얼드 같은 게임에서는 밸런싱하는 것도 일에 포함되죠.

이 퍼즐에서 내가 새로 가르치려는 메커니즘은 어떤 것이지? 스위치나 문같은 똑같은 메커니즘을 다시 사용하되,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서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 퍼즐들 각각이 뒤로 갈수록 좀 더 어려워지나? 퍼즐을 푸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플레이어가 모두 갖고 있나? 퍼즐 푸는 데에 제한 시간이 있나? 카운트다운 속도는 얼마나 빠르지? 보석 맞추는 이 게임에서 3개, 4개 또는 6개를 한 번에 맞췄을 때 보너스 메커니즘은 어떤 것일까?

내러티브 디자이너

내러티브 디자이너는 플레이어가 스토리와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게임플레이 요소나 메커니즘을 담당합니다. 이야기가 선형적인 방식이든, 플레이어의 의미있는 선택에 따라 분기되는 방식이든 말이죠. 어느 정도는 스토리를 직접 쓰기도 하는데(스튜디오 상황마다 달라요.) 대부분은 내러티브 관련 게임플레이를 디자인하고 구현하는 데에 집중하는 편이죠. 스토리 작가를 따로 두는 스튜디오가 많지만(대부분의 게임, 특히 AAA 대작 게임들에는 스토리가 있거든요.), 바이오웨어나 텔테일처럼 스토리 중심 게임에 특화된 스튜디오에서는 내러티브 디자이너의 역할도 따로 있는 편이에요.

플레이어는 스토리 요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지? 대화할 때 선택지가 있나, 퀵타임 이벤트인가, 아니면 텍스트를 입력해서 하나? 스토리는 선형인가 아니면 선택에 따라 분기가 있나? 분기가 있다면 몇 개나 되나? 스토리가 계속 갈라지기만 하나 아니면 중요한 순간엔 하나로 다시 뭉쳐지나? 플레이어 선택에 따른 도덕성 시스템 같은 게 있나? 플레이어의 그 선택이 의미있는 선택이었음을 어떻게 알려주나?

혼합형 직무

혼합형 직무는 대체로 디자인과 다른 전문 분야를 섞은 형태입니다. 그래서 디자인 부서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유료화 디자이너

디자인과 사업 영역이 교차하는 곳인데요. 유료화 디자이너는 게임플레이 요소나 (게임플레이와 무관한) 비주얼 요소를 어떻게 떼어내어 플레이어가 실제 현금을 주고 사게 할 것인지, 각 요소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어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이런 직무는 모바일 게임 회사, 소셜 게임 회사, 부분유료화 게임 제작 스튜디오(예: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드는 라이엇), MMO 스튜디오(예: 블리자드), 또는 부분 유료화나 소규모 유료 DLC가 있는 대형 퍼블리셔 등에 있습니다.

보통 대형 스튜디오의 일반 개발자들은 돈이나 비용을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이는 프로듀서나 상위 관리 부서, 또는사업부 사람들이 하는 일이죠. 유료화 디자이너는 수익에 크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디자인 부서에서 이 쪽 테크로 성장하는 경우보다는 비지니스나 마케팅 경력이 있다거나 상위 관리 부서에서 오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보통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게임플레이 프로그래머가 될 역량이 있는 사람으로서, 엔지니어링 부서와 디자인 부서에 실제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합니다. 즉, 디자이너가 만든 스펙을 갖고 가서, 프로그래밍 팀이 구현하도록 함께 일하곤 합니다. 이 작업은 풀코딩하면서 신규 기능을 개발하는 것일 수도 있고, 스크립팅 언어를 이용해서 미션 등의 게임플레이를 설정해서 디자이너에게 전달, 디자이너가 추가 수정할 수 있게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스튜디오가 어떤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스킬셋에 따라 달라요.) 좀 더 큰 회사나, 오픈월드 스튜디오, 그외 소수의 곳에서 이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아주 흔한 직함은 아니에요.

UI 디자이너

디자인 부서가 아니라 UI 팀에 있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팀을 넘나들며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이들을 (게임) 디자이너로 부르지 않는 경우는 듣지 못했어요. 이들은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조직해서 보여주는 일을 해요. HUD나 메뉴, 또는 플레이어 화면에 표시되는 그래픽 요소 어떤 것으로든 말이죠. 체력 표시기, 미션 목표 텍스트, 투토리얼, 버튼별 기능 안내, 인벤토리, 지도, 아이템 제작 인터페이스 같은 것들 말예요.

스토리 작가

스토리 작가는 게임의 내러티브 전반에 집중합니다. 이 내러티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비전에 따르기도 하지만 미션이나 레벨 중심 게임이라면 개별 디자이너가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스토리 작가는 또한 게임 전체의 텍스트, 상세 설명, 이름, 대화 등을 쓰기도 하고 (보통은 외부에 있는) 로컬라이제이션 팀과 협업해서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옮기곤 합니다. 스토리 작가가 디자인 부서 안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기 때문이죠. 때로는 내러티브 디자이너가 글을 쓸 때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회사라면 스토리 작가가 따로 없을 때도 있고, 이때는 디자이너가 이 자리를 메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임용 글을 쓰고 싶다면, 대체로 디자인을 잘하기보다는 글을 잘 써야 해요.

디자인 지원

이 일은 직위가 낮은 디자인 직급으로서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덕분에 자유를 얻은 다른 디자이너들이 좀 더 큰 이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게임 속 세계를 쭉 훑어보거나, 궤짝이나 물고기로 게임 세계를 가득 채우거나, 플레이어가 큰 전투에서 싸울 때 폭발 효과가 나타나게 스크립트를 사용하는 일들이요. AI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커버 조각 부근에 볼륨이나 단서를 배치하기도 하고, 게임 속에서 모든 전투 시나리오에 그런 볼륨을 배치하는 일도 합니다.

우리 스튜디오를 비롯해 최소한 다른 몇 곳에 이런 직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여기에 같이 적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QA 지원팀이라고 불러요. 왜냐하면 그 팀 전부가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려고 데려온 QA 사람들이거든요.) 회사에 따라 이 일은 주니어 디자이너가 하기도 하고 좀 더 일반화된 “계약직”으로 임시 고용한 사람들이 하기도 해요.

게임 디자이너가 아닌 디자이너들

아래의 직무들은 직함 이름에 “디자인”이라고 적혀있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게임 개발 스튜디오의 디자인 부서에 속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픽 디자이너

2D 아트, 즉 UI 버튼, 게시판 아이콘, 웹디자인, 로고, 스플래시 스크린, 그외 비슷한 그래픽 요소에 특화된 아티스트를 가리키는 용어에요. UI 팀이 아닌 이상 이들은 보통 게임 속 컨텐츠를 만들지는 않아요. UI 팀에 속하는 경우라면 보통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니라 UI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편이고요.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UX 디자이너나 사용성 전문가로 부를 때도 있는데요. 보통 이들은 ‘직접적으로’ 게임을 개발하지는 않아요. 이들은 게임을 여러 형태로 쪼개서(데모일 때도 있고, 좀 더 크게 쪼개기도 해요.), 포커스 그룹이라는 잠재적 플레이어에게 건네고 테스트합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메커니즘을 잘 이용하는지, 어디에서 게임과 커뮤니케이션이 깨지는지 등을 신경쓰고, 이 정보를 다른 팀에게 전달해줍니다. 기술적인 버그를 찾는 테스트가 아니라, 디자인이 엉망이거나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을 짚는 거죠.

UX 디자이너는 EA, 액티비전 등의 퍼블리셔, 또는 블리자드 같은 대형 개발사에서 일하거나 프리랜스로 계약해서 일하기도 해요. 규모가 작은 스튜디오들은 포커스 그룹 테스트나 사용성 테스트를 구성하는 데에 퍼블리셔의 힘을 빌리곤 합니다.

사운드 디자이너

사운드 디자이너는 오디오 팀의 일원으로서 게임 월드 속의 사운드 전반(플레이어의 발자국 소리, 총 발사소리, 돈 얻을 때 띠링띠링하는 소리 등등), UI 음향(버튼 클릭음, 새로운 목표가 떴을 때 띵-하는 소리), 그리고 이와 함께 하는 음악을 다룹니다. 사운드 이펙트를 직접 만드는 때도 있고, 회사가 구독하는 사운드 라이브러리 중에서 이펙트를 고르거나 게임에 맞춰 수정하기도 합니다.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는 프로그래머의 역할을 설명하는 여러 용어 중 하나입니다. 디자이너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디자인 직종은 아니에요.

하드웨어 디자이너

하드웨어를 다루는 회사, 예를 들어 콘솔 제조회사인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밸브 같은 곳에 있는 아주 전문적인 직종입니다. 레드옥테인(역주: 기타 히어로 시리즈와 컨트롤러를 개발한 회사), 또는 발매 예정인 오큘러스 리프트(역주: 2016년 3월 발매)처럼 주변 기기를 다루는 회사도 있죠. 어린이용 전자기기를 만드는 장난감 회사에도 이런 직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는 완구 디자이너나 제품 디자이너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게임 아키텍트

게임 아키텍처는 레벨 디자인과 공통 요소가 많긴 하지만, “게임 아키텍트”는 아주 고급 기술이 필요한 시니어 직무로서, 프로그래밍이나 엔지니어링 부서에 속합니다.

예외

아, 물론 예외가 많겠죠. 하지만 여기 목록을 자기 회사에 적용해 보면 실제 업무의 90% 정도는 다루고 있을 거에요. 보통 앞서 얘기한 직함이나 직무에서 해야할 일이 겹칠 때가 많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예를 들어, 저는 예전에 한 프로젝트에서 한 시간 분량의 게임플레이에 대해 레벨 디자이너이자 미션 디자이너였는데, 동시에 스킬 트리/특전/레벨업 시스템 디자인도 곡예하듯 다뤄야 했습니다.

가장 큰 예외라면, 그럼에도 앞서 얘기한 직함들과는 다른 이름을 쓰는 회사들이 있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기묘한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AAA 회사들의 구인 광고를 꽤 찾아 봤는데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나 “모션 디자이너”, “인더스트리얼 디자이너”같은 것도 있더라고요. 다른 회사에는 없는 아주 독특한 직업(예: 밸브)을 가리킬 때도 있지만, 자신들이 전달하고 싶은 특별한 게임플레이들(예: 바이오웨어)을 반영해서 해당 스튜디오에서 특이하게 쓰는 말일 수도 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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