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경험을 해서 과정을 적어봅니다.

한동안 ‘서피스 고’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마침 할인 이벤트가 있어서 어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갑자기 휴대폰에 알림이 왔는데 살펴보니 구글 앱 알림으로 서피스 고 배송 어쩌고 하면서 오는 거예요. ‘어? 이걸 왜 구글이 알려주지?’하면서 확인해보니 아래와 같이 알려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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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상품이니까 이렇게 알려주는 게 반갑기도 했지만, 이상하단 말이에요. 이건 지메일 앱이 아니라 구글 앱인데… 뭔가 이상해서 지메일 앱을 열어 확인해보니 아래와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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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처럼 두 메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지메일에 받은 메시지에서 핵심 내용을 뽑아내서 구글 앱이 다시 깔끔하게 포장해서 보여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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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자체는 그러려니 할 수 있었는데, 바로 다른 의문이 생겨났습니다. 식자재를 비롯해 인터넷에서 물건을 많이 사니까, 제 메일함에는 배송 관련 메일이 하루에도 몇 통씩 온단 말이죠. 그런데 왜 하필 서피스 고 발송 메일만 이렇게 따로 알려주는 걸까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그리고 물건 주문 직전에도 이것저것 검색해봤더라고요. 구글 검색엔진에서도 봤고, (예전에 검색해봤던 것 때문에) 유튜브 추천 영상으로 뜬 것도 봤죠. 즉, 아래 이력처럼 구글은 제가 서피스 고 영상도 봤고, 이것저것 여러 번 검색한 것도 ‘알고’ 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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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니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일이 진행된 걸 거예요.

  1. 메일이 왔고 ‘배송’ 메일이니 꽤 중요한 메일이다
  2. 검색 내역을 훑어보니 이 사람이 최근 여러 번 찾아본 물건이다
  3. 그렇다면 이 사람에게 이 물건의 배송 사실은 정말 흥미 있는 소식일 것이다
  4. 그렇다면 이 흥미 있는 소식을 깔끔하게 카드로 만들어 이 사람에게 노티피케이션으로 알려주자!

그림으로 나타내면 대략 아래와 같은 느낌일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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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분이 뒤섞인 탓에 기분이 참 묘하네요.

일단 사용자 입장에서는 관심 있던 물건의 배송 시작 사실을 잘 알려줘서 기쁩니다. 몇 달 동안 고민하다가 주문한 노트북인데, 제가 메일을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배송 시작을 바로 알려주니(정확히는 24분 정도의 처리 시간이 있었지만) 참 설레고 기분 좋죠.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따로 입력하지 않아도, 데이터의 변화(=새로 메일 받음)를 트리거 이벤트 삼아 텍스트를 분석해서 기존 히스토리와 비교해서 관심 대상인 걸 판단하고 기존 메일의 텍스트를 긁어와서 카드로 만든 다음에 휴대폰 노티피케이션까지 쏴주는 이 일련의 시스템이 참 매끄럽고 스마트해서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납니다. 언젠가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요.

다만, 구글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어 마음이 살짝 복잡하네요. 이 정도로 데이터 분석을 해낼 수 있는 회사가 그리 많진 않겠지만, 아니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더 좀 곤란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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