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너무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CNBC의 ‘How to stop phone addiction and check your phone less’을 비롯해 어떻게 하면 휴대폰을 덜 쓸 수 있을까 하는 얘기가 꽤 많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아래 동영상의 Light처럼 극단적으로 미니멀한 휴대폰들도 있죠.

저도 휴대폰이 지금보다 좀 더 미니멀해지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하는데요. 기능보다는 시각적으로 좀 미니멀하기를 바라는 편이에요.

smartphone before after iphon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무슨 얘기지? 휴대폰은 이미 시각적으로 미니멀한데?’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위의 이미지처럼 이전에야 형태와 모양이 다양했지만, 아이폰이 등장한 뒤로는 극단적으로 버튼을 줄이고 베젤을 줄여 거의 화면만 남았는데 이것보다 더 미니멀한 모습은 불가능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휴대폰 안, 특히 런처 화면은 미니멀하게 만들 부분이 꽤 있다고 생각해요.

이 아이콘들을 어쩌면 좋죠…

iOS를 쓰다가 안드로이드로 넘어오면 런처 화면에서 두 가지가 당황스러운데, 첫번째는 런처 화면을 따로 커스텀할 수 있다는 점(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앱은 런처에 뜨고 어떤 앱은 안 뜨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 경험의 일관성이 깨져 당황스럽죠.), 두번째는 아이콘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아래는 제가 설치한 앱들로 예시를 만들어 본 건데요.

clutter

첫번째 행은 모두 원형 아이콘이지만, 크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스타일도 제각각이라 어떤 건 테두리를 두르고, 어떤 건 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어떤 건 플랫한데, 어떤 건 그림자가 들어가있어서 혼란스럽고요.

두번째 행은 모두 사각형에 가까운 아이콘인데 여기는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릅니다! 꼭지점 부분의 곡률이 서로 달라서 괴로운 건 안드로이드 초반부터 있던 문제인데 여전합니다.

세번째 행은 스타일은 물론이고 실루엣이 아예 다릅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앱마다 개성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실루엣, 색깔, 그래픽 스타일 등등이 섞여버리니 일관성이 거의 안 느껴져 괴롭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색, 모양, 스타일의 아이콘들이 한 화면 안에 놓이면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물론, 구글에서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어서 ‘어댑티브 아이콘 시스템'(어댑티브 아이콘이 필요한 이유 참고)으로 스타일을 맞출 수 있게 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써보면 모든 아이콘들이 이 시스템을 고려해서 디자인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수선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휴대폰 켜서 온갖 다양한 아이콘들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앱을 실행하고 나면, 아래 이미지 같은 Light 폰의 미니멀한 인터페이스가 가끔 부러워지더라고요.

ToolBoxAnimationTighter

연말 연휴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휴대폰을 켜자마자 눈도 마음도 산만해졌던 그 순간, 안드로이드 런처의 첫번째 당황스러웠던 점, 장점이자 단점을 적극적으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마음 굳게 먹고 런처 화면을 커스텀해본 것이죠.

 

한땀한땀 깎아봅니다

그때 했던 일을 되돌이켜보면 다음과 같은 과정이었습니다.

  • 노바 런처로 그리드를 맞춰봤으나 여전히 색이 너무 많음
  • Whicons로 모든 앱을 같은 스타일의 흰색 아이콘으로 바꿨더니 스타일은 맞춰짐
  • 흰색 아이콘의 가독성이 나빠 배경을 어둡게 바꾸니 가독성 좋아짐
  • 하지만 색 정보 없이 실루엣 만으로 앱을 선택하려니 단서가 부족함
  • 런처 화면의 앱 수를 줄이고 일부 앱은 따로 아이콘 지정
  • 일부 앱은 위젯을 적극 활용해서 실행 아이콘 없앰
  • TeslaUnread for Nova Launcher로 iOS 스타일의 노티피케이션 뱃지 적용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화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minimal_phone

왼쪽부터 0, 1, 2, 3의 화면인데, 노바 런처는 기본으로 1번 화면을 띄우죠. 1번 화면에는 일과 시간 중 가장 많이 쓰는 앱들이 있고, 2번 화면은 1번만큼 핵심 앱은 아니지만 런처에 띄울 정도로 중요한 앱들을 성격에 따라 행별로 분류했고, 3번 화면은 금융/보안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0번 화면은 1번 화면에서 오른쪽으로 당겼을 때 나오는 페이지라 미세먼지/날씨 위젯을 모아뒀고요.

약간 딱딱해보이기도 하지만, 제 기준에는 시각적으로 일관적이며 깔끔하고, 기능적으로도 필요한 일들을 적절하게 다 할 수 있으면서도 주의가 분산되지 않아 몇 달째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냐고요?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런처 화면과는 크게 다른데다가, 휴대폰이 블랙베리 Key2인 덕분에, 얼핏 보고 블랙베리 OS 화면으로 착각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말 그대로 품을 들여 이 정도까지 커스텀하는 게 과연 의미 있는 일이었는지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하지만,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마치 곤도 마리에를 비롯한 미니멀리스트들이 미니멀리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삶을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런처 화면을 미니멀하게 커스텀하다 보니 제가 휴대폰을 어떻게 쓰고 싶어하는지 좀 더 알 수 있더라고요.

언젠가 쓸 지도 모른다며 받아둔 앱들은 지우기도 했고, 성격이 비슷한 앱이 여러 개라면 잘 쓰는 것만 런처 화면에 올렸죠. 브랜드를 강조한 아이콘은 앱 성격에 맞춰 크게 바꾸기도 했는데(예: 카카오내비는 화살표 대신 자동차 아이콘, 벅스는 BI 대신 음표 아이콘 등등), 현실에서 제품의 상표를 떼고 쓰는 느낌과 비슷해서 기분이 꽤 묘했네요.

휴대폰 사용 습관을 바꾸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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