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진 않지만, 새 모델 보는 건 언제나 좋아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차의 ‘베뉴’가 제 취향에 맞게 나와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 차가 현대차 SUV 중 가장 작은 차라서 코나, 팰리세이드와 함께 현대차의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는 얘기들이 있더라고요.

제품의 특징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사람이 쓰는 물건이라면 ‘크기’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전에는 휴대기기의 화면 크기 변화를 차트로 그려보기도 했죠. 그러고 보니 자동차 쪽은 모델 이름 만으로는 어떤 차인지 잘 모르는 편인데, 이 참에 자동차를 크기 별로 줄 세워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차트를 그려봤습니다. 자동차 크기는 각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참고했고요. 모델에 따라 파생 모델이 여럿이라 조금 다른 경우도 있고, 옵션에 따라 달라지는 때도 있는데, 적당히 거르고 한데 합쳤습니다. 데이터는 구글 문서에서 보실 수 있고요. (원래 차폭도 데이터로 넣었는데 이번에 보려는 쪽과는 잘 맞지 않아서 덜어냈어요.)

그렇게 정리한 데이터로 아래 차트를 그렸습니다.

CarModelsLengthHeight.001

제조사 별로 분산형 차트를 그린 것이 전부라서, 시각화 관련해서 딱히 덧붙일 얘기는 없겠네요. (아, 쉐보레의 콜로라도는 길이가 너무 길어서, 다른 차들을 좀 더 볼 수 있게 차트에서 제외했어요.) 기존에는 모든 데이터를 동일한 원형으로 찍고 색으로만 구별하곤 했는데, 얼마 전에 색각 이상 관련 얘기를 들은 뒤로, 색깔 외에 형태로도 그룹을 구별할 수 있게 했어요. 심볼의 형태가 여럿이면, 너무 복잡해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구별하기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네요.

어느 정도 클러스터가 보이는데, 아래 차트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CarModelsLengthHeight.002

 

네, 위의 차트처럼 크게 경차, 세단/해치백, SUV의 세 클러스터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먼저 경차는 관련 제도가 명확하다 보니, 기준도 명확하죠. 전장(=길이) 3600mm 미만의 차량으로 되어 있습니다. 세단/해치백 vs SUV의 기준점은 대체로 전고(=높이) 1500mm 미만이면 세단/해치백, 이상이면 SUV로 가를 수 있을 듯해요.

흥미로운 건, 세단/해치백은 길이 대비 높이의 증가 기울기가 거의 없다시피한데(액센트와 G90는 길이차가 835mm인데 높이차는 40mm에 불과), SUV는 이 기울기가 눈으로 느껴질 정도로 꽤 가파르죠(셀토스와 트래버스는 길이차는 마찬가지로 825mm인데 높이차는 무려 185mm). 높이라는 게 실내 공간과 상관 관계가 높다보니, SUV가 길면 그만큼 높아서 실내공간이 크게 나오기를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고요.

물론, 아웃라이어들도 있습니다. 세단/해치백 vs SUV의 기준을 전고 1500mm로 놓고 있지만, 레이는 전고가 무려 1700mm에 달합니다. 경차지만 실내 공간을 키워서 생활에 편하게 쓰려는 컨셉에 맞춘 전고죠. 스토닉도 특이해요. 전고가 딱 1500mm, 일반적인 세단/해치백보다 높은 건 맞지만, QM3나 코나 등 다른 SUV에 비하면 50mm 이상 낮죠. ‘키 큰 프라이드’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부분이랄까요.

그 외에 차트에서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이를 테면, 티볼리가 나온 다음, 현대/기아차에서 어떻게 대항마들을 만들어왔나 같은 것 말이죠. 글 처음에 언급한 현대차 SUV 라인업도 재미있어요. 기존에는 투싼, 싼타페, 이렇게 두 모델만 있었는데, 2017년 6월 코나, 2018년 12월 팰리세이드, 2019년 7월 베뉴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베뉴-코나-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로 소형부터 대형 등급별로 하나씩 꽉 채웠죠. 요새 소형 SUV 시장이 뜨겁다는데, 그 와중에 기아의 움직임도 재미있어요. 코나와 티볼리가 없는 곳에 스토닉, 니로, 셀토스를 발빠르게 채워넣는 느낌이랄까요.  자동차 산업 쪽에 좀 더 지식이 많으시다면 더 많은 게 보이실 수도 있겠네요. (재미있는 것 보이시면 제게도 알려주세요-)

연도별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수입차의 상황은 어떤지도 같이 보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이번 차트는 일단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려고요. 적어도 이제 국내 제조사 자동차라면 모델 이름만 들어도 이 차트의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게 됐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