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의미있는 제품군이어서 기록 삼아 간단하게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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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끌렸나?

노트북은 주로 맥북을 썼습니다. 키노트 프로그램이 저와 잘 맞기도 하고, 2011년에 구입했던 맥북 에어(13인치)와 워낙 좋은 일들이 많았죠. 그래서 맥북 에어가 수명이 다해가던 2018년에 맥북 프로(13인치)를 하나 들였습니다. 성능은 훌륭했지만, 1.37kg에 어댑터까지 포함하니 평소에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작고 가벼운 노트북이 갖고 싶었습니다. 가끔 업무에서도 쓸 수 있게 윈도 노트북이면 더 좋겠고, 연필/펜으로 그린 그림이나 글을 디지털하는 게 꽤 귀찮아서 펜이 달려있는 기기를 쓰고 싶기도 했습니다. 마침 당시에는 태블릿도 없었고요.

그런 와중에 ‘서피스 고’는 저를 위해 나타난 기기 같았습니다. 아주 작고 가벼운 윈도 노트북이었고, 펜을 사용할 수 있었고, 키보드를 떼어내면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었죠. 2015년에 ‘서피스 3’를 잠깐 써봤을 때 기억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났으니 꽤 달라졌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또한, 아이패드 태블릿이 점점 커지면서 노트북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과는 반대로, 서피스는 점점 작아지면서 태블릿의 영역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호기심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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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고 가볍습니다. 본체는 0.52kg, 타입커버를 붙여도 0.77kg입니다. 3:2 비율의 10인치 화면도 가볍게 쓰기엔 좋았고요. 키보드를 떼어내면 태블릿으로 쓰기에도 폼 팩터 자체는 꽤 괜찮았어요. 조금 무겁긴 했지만 침대에 누워서 들고 볼 수는 있는 정도. 베젤 두꺼운 게 노트북 모드에선 좀 거슬려 보였지만, 태블릿 모드에선 가장자리를 편히 쥘 수 있어서 오히려 좋더라고요.

(2) 액정 터치됩니다. ‘태블릿도 아니고 노트북이 굳이 액정 터치 되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굳이 마우스나 터치 패드에 손을 대지 않아도 간단한 클릭(!) 정도는 화면에 대고 할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편하더라고요.

(3) 어쨌거나 윈도 노트북인 동시에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성능이 그리 좋지는 않다지만, 타입 커버의 키감은 꽤 좋은 편이었고, 그래서 미니 노트북으로서 타이핑하는 경험은 꽤 좋았습니다. 태블릿으로서도 전자책이나 PDF 읽기에는 꽤 좋았어요. 펜으로 메모도 할 수 있었고요.

아쉬웠다…

하지만, 역시 쓰다 보니 아쉬운 점들이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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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펜 인식이 무척 안 좋습니다. 펜 인식이 느리고 계속 튄다고 해야 하나요? 곡선을 길게 그리거나 글씨 쓸 때처럼 짧은 단위로 나눠쓰면 인식률이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PDF에 대고 간단히 메모하는 정도는 지장 없었지만, 요새 사람들의 기대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아이패드 펜슬 정도의 인식률이잖아요? 낙서를 하거나, 필기를 하거나, 사진 위에 뭔가 그리거나 등등, 펜이 잘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텐데, 마음 먹은 것처럼 작동하지 않으니 결국엔 펜을 아예 안 쓰게 되더라고요.

(2) 노트북과 태블릿 전환 과정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윈도 10에는 태블릿 모드가 따로 있어서, 커버를 떼어내면 자동으로 태블릿 모드로 전환할 수 있었는데요. 동작은 하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소한 곳에서 계속 손이 더 가고 불편하더라고요. 이를 테면, 노트북 모드에서는 작업 표시줄을 커서 마우스 오버할 때만 나오게 해놨는데, 태블릿 모드로 들어가면 이 작업 표시줄을 꺼내는 조작이 굉장히 귀찮아지죠. 태블릿으로 쓰려고 타입 커버를 떼어내고 나면, 태블릿 자체는 잘 쓸 수 있지만, 타입 커버는 순간 어딘가에 거추장스럽게 둬야하는 물건이 되기도 하고요. ‘아, 이건 도저히 못 쓰겠다’ 수준으로 불편함이 큰 건 아니었는데, 대신 작은 불편을 자주 겪게 되는데 오래 쓸 수록 이런 불편함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3) 태블릿 모드의 경험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폼 팩터가 훌륭하고 좋은 앱들도 많다 보니, 태블릿 모드에서 동영상을 보거나 PDF를 보는 ‘주 업무’는 꽤 괜찮은데요. 사소한 동작이나 OS에서 사용자들이 태블릿에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들이 꽤 있어요. 이를 테면 서피스 고는 오래 안 쓰다 켜면 ‘부팅’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부팅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지만, 태블릿이라면 바로 켜서 쓰길 기대할 거잖아요?  비슷한 예로 조명 밝기를 조절한다거나, 회전 잠금을 설정/해제한다거나, 스크린샷을 남긴다거나 하는 사소한 동작들, 다른 태블릿들에서는 제스처와 탭 몇 번으로 끝낼 그런 사소한 동작들이 서피스 고에서는 제어판을 띄워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됩니다. 태블릿 모드 지원 앱은 그래도 괜찮지만, 윈도에서는 너무 기본적인 인터랙션(예: 웹페이지에서 우클릭, 탐색기에서 파일 조작 등등)들이 태블릿 모드에선 ‘작게 자주’ 불편하더라고요.

마무리

나름 의의도 있고 재미있는 기기였지만, 쓰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분명 윈도 노트북으로도 쓸 수 있고,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는데, 둘 다 어중간하게 아쉬울 때가 있다고나 할까요. ‘난 딱 이 하나의 기기만 갖고 다니면서 모든 생활을 해결할 거야.’라는 상황이라면 여전히 답이 될 수 있는 기기라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데 노트북과 태블릿 둘 다 필요하기 때문에 서피스 고를 고려하는 거라면, 그냥 보급형 윈도 PC 노트북과 보급형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각각 구입하는 게 전체 만족도는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