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함께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아이들도 이젠 좀 컸고, 부모님도 아직은 체력이 괜찮은 지금이 가족 여행을 하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연말에는 시간을 낼 수 있었고, 비행시간이 너무 길면 모두에게 부담스러우니 대만 정도가 딱 좋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2019년 연말 가족 대만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한 게 지난 9월 중순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맘 편하게 패키지여행을 생각했습니다. 해외여행 가본 지 8년쯤 지나기도 했고, 부모님, 아이들과 여행가는 건 처음인지라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는데 제 손으로 여정을 짜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패키지여행 상품들을 몇 개 알아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이 이게 맞나?’, ‘이런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더라고요.

물론 숙소를 알아보고 이것저것 예약하고 동선을 짜는 일은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시점에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 그때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하이라이트들을 경험하고,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사용자 경험 여정(user experience journey)은 제가 업무에서 주요하게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이죠. 그렇다면 ‘업무 역량을 잘 활용해서 가족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행 동선 짜는 걸 일종의 ‘프로젝트’로 여기고 진행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여행 후기라기보다는 일종의 디자인 프로젝트 회고에 가깝습니다. 디자인 프로젝트 회고라면 역시 목표와 요구 조건-계획-실제 진행-잘된 점/아쉬운 점으로 구성해볼 수 있겠죠.

목표와 요구 조건

목표

  1. 안전하게
  2. 아이들(7세, 3세) 또는 부모님이
  3. 뭔가 많이 보고 경험하게 한다

요구 조건

  1. 어른 4+아이 2의 일행이 (차 한 대에) 늘 붙어 다녀야 한다
  2. 몸이 너무 힘들면 안 된다
  3. 1/2의 이유로 이동 시간이 너무 길거나 자주 이동하면 안 된다
  4. 숙소가 편해야/좋아야 한다
  5. 전체 여정은 4박 5일
  6. 첫째 아이는 기차를 좋아한다
  7. 부모님은 대체로 경치 좋은 곳을 좋아한다
  8. 유쾌한 경험이 많으면 좋지만, 불쾌한 경험이 없는 것이 더 중요
  9. 욕망의 우선순위가 충돌하면 아이들>부모님>우리 부부 순으로 결정한다

지금은 이렇게 정리해놓으니 명확해 보이지만, 사실 처음에는 이런 목표나 요구 조건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항공권만 먼저 예약하고,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까?’ 하며 한참 헤맸죠. 그래서 이것저것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료 조사와 디자인

자료 조사

  1. 가이드북
  2. 블로그 후기
  3. 구글 맵

주변 사람들에게 ‘대만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외에는 사실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 한 일은 가이드북을 사서 쭉 읽어보면서 흥미 있는 곳들을 고르거나, 포털에서 여행 후기를 검색해서 어떤 경험들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정도였죠. 하지만 가이드북이나 블로그 후기에서는 ‘이동 시간’은 잘 얘기해주지만, ‘이동 거리’는 잘 얘기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구글 맵에서 이리저리 돌려보며 대략적인 지형과 거리 개념을 익히는 게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여정의 초안을 만들었고, 그 초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여정: 초안

  • 1일차: 대만 도착, 타이베이 숙소로 이동, 부근 관광
  • 2일차: 핑시시엔이나, 예류, 지우펀 투어
  • 3일차: 아침에 기차 타고 화리엔 지방으로 이동, 타이루거 구경, 화리엔에서 1박
  • 4일차: 아침에 기차 타고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옴, 타이베이에서 대충 봄
  • 5일차: 준비해서 출발

지금 이렇게 그려 보니 참 어처구니없고 고된 여정인데, 당시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는 여행의 ‘임팩트’를 우선했거든요. 중간중간 좀 어설퍼도 여정 한두 곳에 느낌표가 강렬하게 찍힌다면, 처음과 끝이 화끈(!)하다면 나머지 밋밋한 기억들은 그 하이라이트에 상쇄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타이베이 근교는 블로그를 둘러보니 하루 정도 투어하면 되는 모양이고, 타이루거를 넣으면 그 임팩트가 좋을 거로 생각했어요. 아이가 기차 타는 거 좋아하니까 오가며 기차 타는 정도면 괜찮을 것 같고 말이죠.

이에 맞춰 1-2일차의 숙소는 타이베이 안에 잡았습니다. 3일차는 화리엔에 잡고, 4일차는 다시 타이베이의 원산대반점에 잡으면 될 거로 생각했는데, 빈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이틀 더 고민하게 됐는데, 보면 볼수록 위험요소들이 눈에 띄는 겁니다.

이를 테면 (1)타이베이-화리엔-타이베이로 이동하는 기차표를 잘 예매하고 (2)아침 시간에 아이들 잘 깨우고 준비시켜서 기차 시간에 맞춰야 하고 (3)관광하기 좋은 낮에 왕복 여섯 시간을 기차 안에서 보내고 (4)타이루거는 제대로 볼 수 있겠지만 타이베이 시내는 정작 거의 못 볼 것 같고 (5)2일차의 택시 투어 같은 것도 저희 가족에겐 너무 고된 일정이라는 것 등등 요구 조건을 너무 많이 어기는 거예요. 구글 맵에서 전체 여정을 찍어 보면 4박 5일 동안 이동 경로가 600km가 넘는데, 이래서야 힘들게 여행 가서 그냥 산 하나 보는 것 빼면 이동만 하다 끝날 것 같은 거죠.

그래서 타이루거를 그냥 빼버리고, 일정을 훨씬 느슨하게 잡되, 하루하루의 컨셉을 확실히 하기로 했습니다. 마치 게임에서 산 스테이지, 바다 스테이지 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기억할 수 있게 잡아봤어요. 그렇게 개선한 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여정: 개선안

  • 1일차: 대만 도착, 타이베이 숙소로 이동, 시내와 야경을 구경
  • 2일차: 핑시시엔으로 시골 기차여행 / 밤에는 타이베이101 부근에서 도시 구경
  • 3일차: 예류-지우펀 등 타이베이 근교 동해안 구경
  • 4일차: 고궁 박물원이나 기타 시내 구경 / 밤에는 온천
  • 5일차: 동네 구경하고 이후 출발

타이루거를 빼니 여정이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전체 600km 넘던 이동 거리가 300km 미만으로 줄었죠. 이만하면 가족과 여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어떤 날은 시골 기차여행, 어떤 날은 바다 구경하는 식으로 매일 테마(!)가 조금씩 다르면서도 확실해서 그날그날을 기억하기 좋겠더라고요. 여기에 끝 경험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여행의 마무리에 어떻게든 온천을 넣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숙소 몇 곳을 취소하고 다급하게 다시 알아보고, 교통편을 확인하고 예약하고 하는 등등 여러 일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래도 괜찮았어요. 위험요소나 불확실한 부분을 많이 덜어냈고, 하루하루의 컨셉이 확실해져서 ‘이 정도면 그래도 짜임새 있게 디자인했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실제 진행

실제 진행: 1일차

오후에 숙소 도착해서 가까운 곳을 도는 코스였습니다. 숙소에서 중정기념당, 시먼 역 등을 어떻게 오갈까 걱정했는데, 우버를 이용할 수 있어서 비교적 편하게 움직였습니다.

이 날의 실책이라면 중간에 식사할 시간과 장소를 미처 잡지 않았다는 것인데, 숙소에 짐 풀고 나오니 이미 시간이 꽤 늦어버려서 중정기념당 앞의 편의점(!)에서 허겁지겁 요기하고 중정기념당을 봤네요.

중정기념당을 적당히 둘러보고 다시 우버를 잡아타고 시먼딩(우리나라의 명동쯤 되겠더라고요.)으로 이동해서 저녁으로 훠궈를 먹고 숙소로 설렁설렁 걸어오면서 롱샨사도 구경했습니다.

오후에 도착하는 일정이라 뭔가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어려운 날이라, 늦게까지 볼 수 있는 관광지 주변에 숙소를 잡았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 진행: 2일차

‘낮에는 핑시시엔 타고 시골 기차 여행하고, 밤에는 타이베이101에서 도시 느낌을 내자.’라는 컨셉이었는데, 이동 경로가 만만치 않았어요. 결국 돈으로 편안함을 사기로 하고, 핑시시엔의 종점인 징통 역까지 호텔 대절 택시로 달려버리고, 핑시시엔을 거꾸로 타버렸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숙소를 좀 다른 곳으로 잡아도 됐을 듯한데… 뭐 처음 하면서 완벽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징통 역은 핑시시엔의 종점이라 사람들이 적게 온다던데 저희는 이 역에서 시작했고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한가롭게 둘러보기도 좋았고요. 그 외에는 핑시 역과 스펀 역에 들렀는데, 핑시 역은 좀 큰 시골 마을의 느낌이고, 스펀 역은 너무 관광객들이 많아서 뭘 하기가 어려울 정도더라고요. 천등에 가족의 소원을 적고 하늘로 날리는 경험은 꼭 챙기고 싶은 경험이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요.

이후 뤠이팡 역에서 또다시 우버의 도움을 받아 타이베이101으로 이동해서 딘다이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낮에는 시골 기차 여행했으니, 밤에는 화려하고 번잡한 도시로 대비를 주고 싶었는데, 나름대로 의도에 맞게 동작한 것 같아요. 한 해 마지막 금요일이라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만 빼면 좋았네요.

실제 진행: 3일차

둘째 날의 산골에 이어 셋째 날은 바다를 보기로 했죠. 한 해 마지막 토요일이라 타이베이 시내 숙소가 너무 비싸기도 했고, 어차피 바닷가에서 놀 거라면 바닷가에 묵는 건 어떨까 하고 지룽 시내에 숙소를 잡았는데, 전망이 아주 훌륭해서 좋은 선택이었어요. 교통편을 좀 고민했는데, 마침 전날 우버 기사가 따로 연락처를 주며 영업했기 때문에 이분과 얘기해서 이후 장거리 교통편을 해결할 수 있었어요.

예류 지질 공원은 패키지 관광 상품에서는 1시간 정도 배정받기도 하고, 가이드 북에서도 보통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하는 편인데요. 저희 가족은, 특히 아이들은 바닷가에 가면 한참을 놀기 때문에 그냥 모든 일정을 빼고 오후 내내 이곳에 있었어요. 돌이나 산호에 관해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답해주기도 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 좋았네요. 늦은 점심도 예류에서 해결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들어왔죠.

원래는 3일차 저녁에 지우펀 야경을 넣고 싶었는데, 너무 무리였어요. 낮 내내 돌아다녀서 힘든 일행에게 다시 왕복 1시간 30분을 차 타고 가서 지우펀을 보고 오는 코스는 기쁘기보단 힘들기만 할 것 같더라고요. 지룽 시의 야시장이 아주 크고 유명하다고 해서 다녀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저희에겐 잘 맞지 않는 곳이었고, 숙소에서 보이는 야경이나 크루즈 배를 화제 삼아 아이들과 얘기 나눈 시간이 더 기억에 남네요.

실제 진행: 4일차

여행 끝자락이라 저녁때는 온천을 할 수 있게 베이토우 지역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며칠 동안 힘든 데다가 비도 내리니, 실내에서 구경하거나 시내에서 조금씩만 걸어도 되게 구성했어요.

그렇게 찾아간 고궁박물원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대실패했습니다. 다른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아버지께선 엄청나게 좋아하셨고, 저나 아내도 좋아할 코스였지만,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코스였던 것이죠. 어둡고 침침하고 사람 많고 곳곳에서 줄 서야 하고 말이죠. 밝은 박물관이었다면 좀 나았을 텐데… 한 시간도 안 되어 관람 그만두고 점심 먹은 뒤 바로 옆의 즈샨 정원을 산책했네요. 저희에겐 이쪽 경험이 더 좋았어요.

비도 오고 해서 숙소로 들어가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원래 계획대로 공자묘와 보안궁을 돌았습니다. 매일 복을 빌 만한 곳이 한 곳씩은 있었지만, 공자묘와 보안궁은 각각 학업/성취와 건강을 기원하는 곳이니 가족 여행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비 내리는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한산하고 고즈넉해서 생각 정리하기도 좋았고요. 숙소로 돌아와서는 객실에서 즐겁게 온천하며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실제 진행: 5일차

원래 마지막 날은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가면 끝이겠죠. 하지만, 마지막도 한 시간 정도 걸어서 베이토우 동네를 산책할 수 있게 동선을 짜뒀어요. 지열곡이나 온천 박물관 정도는 간단하게 볼 수 있을 거리였거든요.

하지만, 월요일에는 지열곡과 온천 박물관이 쉬는 걸 깜빡했더라고요. 막상 가봤더니 문이 굳게 닫혀 있었어요. 비 오는데 굳이 미끄러운 길을 더 걷기도 어려워서 작게 한 바퀴 돌고 숙소에 들어왔습니다.

공항 센딩 서비스를 예약해놨기에, 기사가 도착하면 기사와 잘 얘기해서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15분 정도 더 걸리더라도, 단수이 쪽 해변 도로로 돌아보려고 마음먹었는데요. (그렇습니다. 저는 집요한 사람. 마지막까지 뭔가를 꾸역꾸역 넣으려는 사람…) 애초 예약했던 기사가 교통사고로 인한 정체로 못 온다고 연락 오는 바람에, 허겁지겁 우버 타고 오느라 그렇게 할 수 없었네요.

잘된 점과 아쉬운 점

잘된 점

일단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예류에서 지룽 시내로 돌아갈 때 탄 지역 버스가 미친 드리프트 버스라서 말 그대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호텔 안에서 엘리베이터가 잘못 닫혀 아이를 잃어버릴 뻔한 순간이 있긴 했지만, 모두 다치거나 아픈 곳 없이 무사히 다녀왔다는 것이 다행이죠.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이곳저곳 끼워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루하루의 컨셉을 나름 유지할 수 있었죠. 그냥 많이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그날의 테마를 잡아서 여정을 만들었던 건 개인적으로는 무척 뿌듯한 부분이에요.

많이 본 것도 좋았지만, 몇몇 곳은 가족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핑시시엔 타고 시골 기차 여행 천천히 하고 스펀에서 천등 날리기, 예류 바닷가에서 느긋하게 돌아다닌 시간은, 같은 장소를 갔다고 해도 패키지 관광으로는 겪기 힘든 시간이었을 거에요.

숙소들도 대체로 좋았어요. 시저 메트로 타이베이, 에버그린 로렐 키룽, 베이토우 워터하우스에서 묵었는데, 모두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에 구경할 거리가 있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깔끔했고, 무엇보다 각 숙소에서 전망이 아주 좋았죠.

아쉬운 점

4일차 코스는 아무래도 좀 아쉽네요. 고궁박물원을 아이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구경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욕심이었죠. 비가 내리더라도 좀 더 즐겁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시내에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이들 더 크기 전까지 어두침침한 박물관은 얼씬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지우펀을 못 가본 것도 조금은 아쉬워요. 막상 가보면 의외로 저희 가족과 안 맞는 곳일 가능성도 높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요. 3일차에 동선이 안 나왔지만, 2일차에 어떻게든 넣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날 어디를 더 갈 수 있는 에너지는 없었으니, 안 간 게 오히려 나았던 것 같아요.

야시장은 딱 한 곳만 넣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가기엔 아직 무리인 것 같아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걱정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야시장 먹거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장난감 살 수 있어서 좋아하긴 했지만요.

음식도 좀 아쉽죠. 부모님이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저는 식도락에 관심이 적은 편이라 kkday 등에서 유명한 집 위주로 갔어요. 저는 다 맛있었는데 부모님은 대만 색이 강한 요리들은 꺼리셔서, 음… 뭐 어쩔 수 없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동선도 조금 아쉽긴 합니다. 정말 여러 번 고쳤고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핑시시엔 타는 날에는 그냥 지룽이나 지우펀에서 묵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런 건 언젠가 다음 여행의 기회로 남겨둘 수 있겠죠.

그래도 즐거웠어요. 가족과 이렇게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낸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았고요. 언젠가 다시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ps. 자잘한 팁

여행 팁 찾다가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계실 테니, 몇몇 자잘한 팁들을 적어봅니다.

우버: 현지에서 불법 됐다는 얘기 있었는데, 2019년 12월 기준으로는 여전히 회색 지대에 있는 듯해요. 타이베이 시내 중심가에서는 잘 잡혔고 베이토우처럼 외진 곳에선 덜 잡히고, 지룽에선 거의 안 잡히더라고요. 타이베이 시내 보실 분께는 (운영 중이라면) 우버가 크게 도움 될 거에요.

핑시시엔: 종점이라 징통까지는 잘 안 간다던데, 저는 징통, 핑시, 스펀 역 중에서 징통 역이 가장 좋았네요. 핑시 역에서도 천등을 날릴 수 있으니 사람 많은 스펀보다 핑시에서 여유롭게 날리라는 얘기도 많았는데, 음… 그런 이벤트는 사람 많은 곳에서 하는 게 훨씬 재미있는 것 같아요. 참고로 스펀에서 천등 준비해주시는 분들 사진/영상 정말 프로처럼 찍어주십니다. 스펀 폭포가 좋다던데 역에서 1.5km인가 떨어져 있어서 걸어갈 엄두는 내지 못했어요. 호우통은 안 가봐서 모르겠어요.

와이파이 도시락: 싸고 빠르고 용량 무제한이라 편해요. 웹에서 예약하고 공항에서 대여하면 되고요. 다만 기기 배터리가 5-6시간 정도라 저녁쯤에는 충전하며 다녀야 하고, 그래서 휴대폰+기기+보조 배터리까지 챙기고 다니면 좀 무겁고 번거롭긴 합니다.

여행자 보험: 웹에서 미리 가입하는 게 좋습니다. 일행 중 지병이 있는 분이 있어서 웹에서 가입이 안 됐는데, 카운터에서 가입하니 웹에서 견적 본 것보다 상당히 비싸더라고요. 다음에는 나머지 사람들은 웹에서 미리 가입하고 카운터에서는 병 있는 분만 가입할 생각이에요.

kkday: 여행 출발 며칠 전에야 알게 됐는데, 진작 알았다면 훨씬 편했을 것 같아요. 공항 픽업/센딩 등 이런저런 투어들 예약하기 좋고, 식당 알아보려면 막막한데 제휴 음식점 중 고르는 일은 할 만 했어요. 까다롭게 의사소통할 일도 많이 줄어들고요. 요리 체험, 도자기 체험 등 체험 류 액티비티들도 있어서, 다음에 갈 일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생각이에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