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게임을 제대로 시작한 건 2019년 10월, 아이가 만 여섯 살이 넘었을 때였습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온갖 장난감과 함께 TV나 유튜브를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TV를 너무 많이 보더라고요. 무조건 못 보게 막기는 굉장히 어려웠고, 리모컨을 딸깍거리며 채널 서핑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이왕이면 저도 익숙해서 쉽게 같이 할 수 있으면 좋을 테고요. 그러다 보니 게임이 눈에 띄었어요.

마침 저는 게임 만드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아이에게 맞는 게임을 쉽게 찾을 것으로 생각했고(오판이었습니다.) 아이와 게임을 하면 마냥 재미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어요(이 또한 오판이었죠.).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이런저런 게임을 해왔습니다. 2020년 9월에 접어드는 지금 총 14종의 게임을 시도(!)해봤으니 적은 숫자는 아닐 것 같네요. 게다가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아이는 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적지 않은 시간을 게임을 하는 데에 쓰고 있어요. 그래서 게임은, 특히 몇몇 게임은 아이 인생에 꽤 큰 지분을 차지하며 제법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글(들)을 적어보기 시작합니다.  이 글(들)은 어떤 면에서는 사용기일 수도 있겠고, 제 직업 특성상 디자인 분석이 조금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누군가에게 유용할 수도 있는 우리 가족의 기록’입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이 다르듯, 게임도 각자의 취향을 탈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아이들은 나이가 비슷해도 발달 단계도 다르고 서로 뛰어난 부분도 크게 다르죠. 같은 나이의 누군가는 재미있게 하는 게임이지만, 저희 아이에게는 너무 복잡하거나 어려울 수도 있어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고요(일례로 제 직장 동료의 아이는 만 여섯 살에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혼자서 클리어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 글(들)은 ‘특정 게임이 아이들에게 잘 맞는다/그렇지 않다’보다는 ‘그 시점 저희 아이에게는 이랬다’는 기록으로 받아 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시도해본 게임들은 대부분 즐기는 아이들이 많은 게임이에요. 다만 그 시점 저희 아이에게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그럼 게임을 했던 순서대로 시작해볼게요-

1. 별의 커비: 스타 얼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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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처음으로 제대로 같이해본 게임인데(당시 아이는 만 여섯 살), 무척 즐겁게 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을 비롯한 아트가 귀엽고 친근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 좋죠. 2D 게임이라서 카메라를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되고, 플랫포머(앞으로 나아가면서 점프하는 게임)니까 규칙도 상당히 직관적입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실수에 대한 페널티가 세지 않아서, 아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2인 플레이를 잘 만들었는데요. ‘둘 중 한 명이 조작이 미숙해도 게임을 끝까지 잘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잘 찾은 느낌이에요. 아이 쪽은 굳이 적을 물리치지 않고 잘 도망 다니다가 어른 쪽이 죽으면 와서 살려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단순히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을 도와줄 수’ 있고, 반대로 어른의 입장에서도 굳이 아이에게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둘이 소소한 상호작용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놨더라고요.

스토리를 한 번 클리어한 뒤로도, 숨은 요소 수집 등 할 거리가 많은 편인데, 이미 한 번 극복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 혼자 부담 없이 재도전하는 등 반복 플레이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제가 커비 시리즈 팬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아이와 하는 첫 게임’을 고민하신다면 무리 없이 추천하고 싶네요.

2.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U 디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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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비를 여러 번 반복 플레이한 뒤, 살짝 질려 하길래 다음 게임으로 마리오 브라더스를 준비했습니다. 2D 플랫포머인 커비를 무척 좋아했으니, 같은 장르를 다시 해보면 금방 익숙해지리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같은 2D 플랫포머 장르지만, 커비와 달리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는 떨어져 죽는 것에 페널티를 크게 주고, ‘어떻게 하면 아슬아슬하게 실패시켜서 재도전하게 할까?‘를 고민해서 만든 게임이거든요. 잘 만들었고 훌륭한 게임이고 저는 좋아하는 게임이지만, 아이가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어요. 물론 조작 미숙한 아이가 할 만한 캐릭터가 따로 있었지만 커비에 비해서는 배려(?)가 크지는 않았어요. 저도 그렇게 조작을 잘하는 편이 아닌데, 그런 둘이 게임을 같이 하니 아주 답답하더라고요. 꾸역꾸역 노력해서 1-4 정도까지는 갔던 것 같은데, 그 이상은 저와 아이 둘 모두에게 너무 스트레스가 되겠더라고요. 몇 년 뒤에 다시 시도해볼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아니다 싶어 깔끔하게 포기했어요.

3.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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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브라더스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으로는 장르도 완전히 다르고 조작 스트레스가 적은 게임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고른 게임이 마리오 카트입니다. 조작은 직관적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테마니까 ‘이건 분명히 성공한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처음 며칠 그럭저럭 플레이하곤 오래가지 못했어요. 당시 저희 둘이 하기엔 세 가지 문제가 있었거든요.

첫째, 아이에게 시간제한 레이스 규칙은 매력이 없었어요. 트랙 위의 세상이 참 화려하고 유머가 넘쳐서 그것들을 찬찬히 구경하고 싶은데 ‘구경하지 말고 앞으로 빨리 달려야 한다’라는 걸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워하더라고요. 순위 경쟁을 납득한 뒤에는 상황이 더 어려워졌어요. AI들이 너무 잘했거든요. 난이도를 최하로 낮추면, 핸들을 그냥 놔둬도 상위권에 들 수 있는데, 아이가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대다 보니 최하 난이도에서도 하위권에 들더라고요. 

둘째, 조작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커비에서는 상황을 보면서 버튼 한두 개만 잘 눌러도 어찌어찌 넘어갔는데(=제가 옆에서 같이 하고 있었으니), 카트에서는 핸들도 조작해야 하고, 동시에 가속이나 브레이크도 쓸 수 있었고, 상황에 맞춰 적재적소에서 아이템을 사용해야 했죠. 인지 부담이 상당히 큰 복잡한 일이면서, 자신이 원할 때 필요한 조작을 해야 해서 생각보다 어려워하더라고요. 

셋째로, 그러다 보니 게임 외적으로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제가 노력을 너무 많이 해야 했어요. 아이가 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려면, 아이가 AI들은 크게 이기면서 저보다 살짝 앞서야 했거든요. 그러려면, 저는 전체 난이도를 낮춰놓고 아이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뒤에 오는 AI들을 처리해가면서, 동시에 가끔 선두의 AI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후반에는 저와 아이가 1~2위를 다투게 하다가 막판에는 아닌 척 실수해서 아이가 아슬아슬하게 1위 하도록 연출해줘야 했어요. 한두 판은 가능하지만 제게 지속가능한 일은 아니었죠. 아이와 함께 노는 게 아니라, 아이 기분을 위해 노동한다는 느낌도 강해졌고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추월하려는 적들을 뒤에서 공격하다가 실수로 아이를 공격하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아빠가 1등 하려고 나 공격한 거 다 봤거든?”하고 삐지더라고요. 후. 제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왔는데…

그래서 결국 다시 다음 게임을 찾아보게 됐어요.    

4. 마리오 테니스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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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카트의 실패를 곱씹으며 ‘그렇다면 제한 시간이 없으면서, 규칙이 복잡하지 않고 조작이 직관적이어서 쉽게 익힐 수 있는 걸 찾자.’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고른 것이 마리오 테니스 에이스입니다.

이것도 처절하게 실패했는데요. ‘테니스 치듯 대충 휘두르면 되니까, 조작 스트레스 없겠지?’하고 생각했지만, 라켓 모양의 컨트롤러를 쥐여준 다음에야 아이가 테니스를 모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테니스를 쳐본 적은 고사하고, 테니스 경기를 본 적도 없고 당연히 경기 규칙도 몰랐던 거죠. 실제 스포츠를 모사했기 때문에 조작과 규칙이 직관적인 건데, 해당 스포츠를 모르고 경험이 없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어찌어찌 라켓 쥐는 법과 대략의 규칙을 알려줬는데, 바로 다음 문제가 터집니다. 그렇습니다. 아이와 대전을 하기에는 아직 일렀던 거에요. 마리오 카트에서 진작 눈치챘어야 했는데, 제가 눈치가 너무 없었죠. 게다가 마리오 카트와는 달리 자신의 실수나 못 하는 정도가 매 순간순간 어떤 보정도 없이 정확하게 드러나죠. 부랴부랴 대전 대신 팀플레이 모드로 바꿔봤지만, 마찬가지로 아이가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활약을 하기는 어려웠어요. 

5. 1-2-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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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추천 실패로 저는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아이도 커비는 분명 즐거워했는데, 이후 게임들은 카트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한 시간 안에 흥미를 잃어버렸고, 카트도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규칙이 아직 너무 어려웠나? 조작이 좀 더 단순해야 할까?’ 같은 생각이 많아졌죠.

그래서 1-2-스위치를 시도해봤습니다. ‘하나하나 조작이 단순하고 유쾌한 미니 게임 모음들이니까, 그중에 한두 개는 아이 취향에 맞겠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1-2-스위치는 아이용 게임이라기보단 성인용 파티 게임이었습니다. 음성을 비롯한 언어 지원이 영어로만 된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시각 단서가 매우 적고 청각 단서로 규칙을 들은 다음, 그에 맞춰서 적절한 짧은 순간에 맞춰 반사적으로 특정 동작을 해야 해서, 아이들이 한 번에 따라가기는 꽤 어려웠어요. 게다가 미니 게임을 계속 바꿔 내기 때문에, 게임 방향 자체가 ‘게임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점 더 잘함’을 노리기보다는, ‘참가자 모두가 규칙을 모르는 상황일 때 누가 그 새로운 규칙을 빨리 파악해서 잘 수행하나’를 칭찬하는 쪽이더라고요. 성인용 파티 게임으로는 매우 좋은 방향이지만, 아이들이 따라가기엔 너무 버겁죠. 

결국 이 게임도 금방 포기하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ps: 이번 편에는 커비 외에는 사실상 대부분 아이가 제대로 즐기지 못한 터라, ‘이게 의미가 있나?’싶으실 텐데요. 다음 편부터는 조금씩 달라질 겁니다. 다음 편에는 순서대로 저스트댄스2019, 마리오 오딧세이, 오버쿡드,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드래곤퀘스트 빌더즈를 다룰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