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라딘: 지니의 몸집과 높이, 그리고 로우앵글과 하이앵글

영화 알라딘(2019)은 199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로 다시 찍은 영화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실사로 바꾸면서 여러 부분에 변화가 있어서 참 즐겁게 봤는데, 지니의 몸집이나 높이 연출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어 간단하게 정리해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니가 주인과 친할수록 주인과 몸집도 비슷하고 주인 눈높이까지 내려오는 반면, 주인이 지니를 불편하게 만들수록 지니는 덩치를 키우고 주인보다 높은 곳으로 향한다는 얘기인데요. 재미있는 건 이에 따라 주인과 지니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이는 로우앵글과 하이앵글의 형태로 표현된다는 거죠.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아요.

각각의 상황을 하나씩 설명해볼게요.

1. 지니가 주인과 친하다고 생각할 때

지니를 만나 한바탕 소개를 하고 나면, 지니는 알라딘에 대해 경계를 풉니다. 그리고 영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알라딘의 친구로서, 알라딘과 비슷한 몸집으로 알라딘 바로 옆에서 같은 눈높이에서 알라딘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알라딘이 지니를 바라보든, 반대로 지니가 알라딘을 바라보든 모두 안정적인 아이앵글에서 보게 됩니다. 가깝고 친밀한 시선이죠. (심지어 위 이미지처럼 알라딘보다 눈높이가 낮을 때마저 있죠.)

2. 지니가 주인을 경계할 때

처음 지니가 등장할 때나 자파가 중간에 램프를 가로채서 지니를 소환할 때가 대표적인데요. 지니는 평소보다 몸집을 키우고 주인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것으로 자신의 경계심을 드러냅니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크기와 위치를 잡고 나면, 자연적으로 사람이 지니를 볼 때는 로우앵글, 지니가 사람을 볼 때는 하이앵글의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이런 구도가 가장 멋지게 쓰인 장면은, 알라딘이 자스민을 만난 뒤 애초 약속과는 달리 거짓 왕자 행세를 계속하려 하면서 지니와 말다툼하는 장면인데요. 지니는 불안한 듯 천장 부근까지 치솟아서 방 안을 서성대고, 알라딘은 이런 지니를 올려다 보며 말하게 되죠. 못마땅한 표정의 지니가 하이앵글로 잡히고, 비굴한 표정의 알라딘이 왜소하게 로우앵글로 잡히는 대비가 정말 좋았어요. 비슷한 맥락으로 램프를 훔친 자파가 지니를 불러낸 뒤 올려다 보며 크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로우앵글로 잡히는 자파의 비열함도 상당히 좋았고요.

3. 지니가 주인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할 때

(적당한 이미지를 찾지 못했어요. 마음의 눈으로 상상해주세요.)

영화 종반부에서 자파가 지니를 차지한 뒤 쿠데타를 일으킨 후의 장면들이 대체로 이런 연출의 예시인데요. 이때 지니를 보면 알라딘과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높이 떠있죠. 그래서 자파와 자스민 일행이 대립할 때 굉장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게 됩니다. 이런 하이앵글 덕분에 마치 미물들의 다툼을 보고 있는 듯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지니에 비해 인간들의 무력함이 강조돼요. 비슷하게 자스민 일행은 로우앵글로 잡힌 지니를 보며 자신들의 물리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의 공포를 느끼게 되고요. 같은 맥락에서 이후 자파가 지니가 될 때는 이 로우앵글을 극단적으로 가져가면서 자파의 거대함을 대비해주는 것이 좋았어요.

지니의 몸집, 높이, 거리 = 지니의 성격

지니의 몸집과 높이, 거리를 어떻게 두는지에 따라 연출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는데요. 흥미로운 건 이런 지니의 행동 양식이 일종의 자기 방어 기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는 거예요.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허물없이 같은 선에 위치하지만, 자신을 억누르거나 통제하는 사람에게는 마치 복어처럼 가시를 세우고 몸을 부풀리는 것 말이죠. 연출로서도 좋은 장치였지만, 지니라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에도 좋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만 적으니 조금 아쉬운데, 영화를 한 번 더 보시면서 어느 시점에서 지니가 몸집을 키우고 높이 올라가는지, 또는 몸집을 줄이고 내려오는지 확인해보시면 꽤 재미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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